정의당이 마이웨이가 아니라 범민주진영 총선승리를 위한 연대 협상에 임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것은
그나마 다행입니다.
‘민주당은 아예 비례후보를 내지 않고, 정의당은 수도권 경합지역에서 후보단일화에 동의해 주겠다.’
의석수만 계산한다면 민주당도 손해는 아니고, 정의당은 의석수를 최대화할 수 있을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이야말로 정치공학적인 셈법으로 대중의 지지를 받을 수 없는 방법입니다.
무엇보다 비례대표제의 취지 자체를 무시하는 발상입니다.
비례대표제의 근본취지는 소수당 배려가 아니라 전문가 영입입니다.
집권여당에게 이를 하지 말라는 것은 선거제도의 근본취지를 무시하라는
터무니없는 주장입니다.
비례연대당에서 예상의석 약 25석에서 민주당 8석, 소수당 17석으로 나눈다면
연동제 취지를 충분히 살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방안을 외면하고 민주당 보고 비례대표 0석을 받아 들이라는 요구는
의석수의 문제가 아니라 비례대표 근본취지를 부정하라는 억지주장입니다.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는 안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또하나 정의당의 큰 착각은 민주당이 비례후보를 안내면 결국 민주당 지지자들이 정당투표는
정의당에 할 것이라는 잘못된 전제입니다.
일부는 그런 유권자도 있겠지요. 소수일 것입니다.
정의당은 민주당 지지자들에게 인심을 잃었습니다.
조국대전에서 정의당이 보여준 모습, 선거법 협상 시 공수처법을 볼모로 잡는 모습,
그리고 지금 보여주고 있는 이 모습.
열혈 민주당 지지자들에게는 지금 정의당이 점점 혐오의 대상으로 전락해 가고 있습니다.
선거가 가까워 질수록 오피니언 리더라 할 수 있는 열혈 민주당 지지자들의 정서가
일반 민주당 지지자들에게 전파되어 나갈 것입니다.
그럼 누굴 찍느냐고요?
열린민주당에서 조국대전에 앞장 섰던 인사들이 비례대표로 선출된다면 민주당 지지자들이 누구를 찍을까요?
언론에 보도된 정의당안이 더 많은 양보를 얻어 내기 위한 협상안이라면 이 또한 잘못된 협상법입니다.
진영내의 협상을 마치 노사협상처럼 하는 우를 범하는 것입니다.
노사협상에서는 일단 무리한 요구를 하고 협상을 하면서 좁혀 나갑니다.
그리고 협상이 타결되면 끝입니다.
그런데 민주당과는 협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민주당에 고용된 직원들이 아닙니다.
민주당이 정의당 안을 받아 들여도 민주당 지지자들이 투표는 알아서 합니다.
회사처럼 경영진이 결정하면 따라야 하는 일반직 직원들이 아닙니다.
정치 관심도가 그리 높지 않은 일반 민주당 지지자들이 정의당이 진보정당이라고 하니
자세히는 모르지만 괜찮은 정당이겠지 하고 생각하고 있다고,
지난 여름 조국대전에서 실망하고, 선거법/공수처법 협상을 하는 모습을 보며 치를 떨기 시작했습니다.
이번 비례연대 협상에 따라 그러한 인식이 강화될 수도 개선될 수도 있습니다.
대중정당이라면 지금의 지지자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의 호감도를 높여 나가야
그들이 지지자로 변모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비호감이 강해져 버리면 호감으로 바꾸지 않습니다.
기업 경영에서도 경주 최부자 이야기가 언급됩니다.
"흉년에 땅을 사지 말라"고 합니다.
민주당이 곤란한 처지에 빠진 것은 맞습니다.
검찰개혁과 소수당 배려라는 대의를 수용하여 준연동제 선거법을
통과시켰는데,
어이없게도 도로 새누리당에게만 좋은 일을 하게 되어 버렸습니다.
비례민주당을 만들기도 부담스럽고 그냥 두면 새누리당이 1당이 될 수도 있고….
이 지점을 노려 정의당이 무리한 요구를 한다면, 흉년에 땅을 사들이는 악덕지주에 다름 아닙니다.
대지주가 아니라
소지주라도 악덕지주는 악덕지주일 뿐입니다.
중소기업사장이 대기업총수보다 더 악랄한 경우도 많습니다.
정의당이 유럽의 사민당/노동당/사회당과 같은 대중정당으로 발전할 지
아니면 민중당과 경쟁하는 정당이 될 지는 정의당 하기에
달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