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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산 다 주고 떠난 노점상 할머니, 과거 놀라운 삶의 흔적
나사랑 | 2019-02-08 09:29:23 | 조회 10623 인쇄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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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경기화성광장 에서 함께 입력된 나사랑님의 글입니다.


"나 죽으면 장례 치르고 남은 돈은 동사무소 사회담당과 등과 협의해 좋은 곳에 써주세요"

지난달 22일,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 한 임대아파트에서 홀로 돌아가신 노덕춘(85)할머니는 세상을 떠나는 순간까지 이웃을 생각했다. 기부 의사를 밝힌 유언장은 미리 변호사에게 인증까지 받아 눈에 잘 띄는 임대 아파트 관리카드에 넣어놓았다. 경찰이 할머니의 집에서 현금 1700만원을 찾았다. 은행권에 맡겨진 재산은 1억 3000만원 가량이었다. 임대 아파트 보증금 3400만원도 할머니가 이웃들에게 남긴 유산이었다.
지난달 숨진 채 발견된 독거노인 노덕춘(85·여)씨의 빈소에 유덕열 동대문구청장이 조문하고 있다. [사진 동대문구청]



할머니의 유언 내용이 알려지자 동네 이곳저곳에서 할머니의 장례를 돕고 싶다는 손길이 이어졌다. 영정 사진은 외국어대 캠퍼스 사진관에서 마련해줬다. 장례식이 치러진 코리아 병원에서는 장례 비용을 최소한만 받기로 했다. 지난달 30일 동사무소장으로 치러진 노덕춘 할머니 장례식의 상주는 전농1동장 장세명씨가 맡았다.

장씨는 장례 이후 할머니 삶을 흔적을 살펴보다 깜짝 놀랐다. 할머니의 기부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던 것이다. 노덕춘 할머니는 2010년에도 모교인 경남여고에 골드바를 흔쾌히 기부했다. 모두 2175g으로 당시 1억원 가량의 가치였다. 그때 할머니는 학교발전기금 기탁서에 "부정맥이 있는 학생들을 도와 달라. 또 공부 잘하는 학생보다 어려운 사람을 도와 달라"고 적었다.

부정맥을 앓았던 노덕춘 할머니는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 결혼도 하지 않고 혼자 살았다. 몸이 불편해 변변한 직장을 갖기는 어려웠고, 간간이 혼자 노점상을 꾸리며 살아왔다. 이렇게 수십 년 모은 돈을 "어려운 후배들을 도와 달라"며 서울 동대문구에서 부산 경남여고까지 직접 찾아가 내놓았던 것이다. 노덕춘 할머니는 천안함 유가족들을 위해서도 75만원을 기탁했었다.

필요한 곳에는 자신의 재산을 아낌없이 내놓았던 노덕춘 할머니는 정작 본인에게는 돈을 허투루 쓰는 법이 없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할머니는 무엇이든지 아껴 쓰셨던 걸로 기억한다"며 "보일러든 수도든 모든 것을 아껴 썼다"고 말했다. 아파트 경비원 김종구(75)씨는 "돌아가시기 전 이웃의 신고로 119대원이 출동했더니 보일러도 틀지 않고 두꺼운 옷을 입고 모포만 두르고 계셨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서울 동대문구는 법적인 절차를 거쳐 설 연휴 이후 할머니의 유언을 따를 수 있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웃을 도와달라는 할머니의 뜻에 따라 전농동 쪽방촌이나 독거노인을 돕는 곳에 할머니의 유산을 쓸 계획이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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