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광장에 오신걸 환영합니다
아이디 · 비밀번호 찾기 | 회원가입
회원 게시판
케이프타운부터 런던까지 자동차로 혼자 여행한 80세 할머니
나사랑 | 2018-07-26 10:18:53 | 조회 1969 인쇄하기
http://ww-w.usimin.co.kr/84125     


트위터 페이스북
- 이 글은 경기화성광장 에서 함께 입력된 나사랑님의 글입니다.


[서울신문]남아공 케이프타운에 살던 줄리아 알부 할머니는 어느날 아침 눈을 떴는데 라디오에서 제이콥 주마 당시 대통령의 사치스러운 자동차 수집 얘기가 흘러나왔다.

그녀의 자동차는 20년 묵은 도요타 콘퀘스터 한 대였다. 누군가와 통화하다 곧 80세가 된다는 걸 깨닫고 늘상 집안일만 하는 자신에게 뭔가 새로운 일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면허도 있었고 차도 그만하면 예쁘게 달렸다. 그래서 둘이 함께 런던에 가보기로 했다.

그러자 주위에서 난리가 났다. 본인은 장난스럽게 엘리자베스 2세 여왕님과 차 한 잔 마시러 버킹엄 궁전에 차 몰고 가보겠다고 했는데 말이 씨가 됐다. 다들 꼭 실행해보라고 성화였다.

동거남이 세상을 떠난 것도 그 즈음이었다. “이제 정말 얼마 안 남았구나” 싶었다. 알부는 “어깨를 펴면 서른여섯 살로 느껴졌고, 어깨를 움추리면 146세가 된 것 같았다. 그래서 젊은 내가 이겨보도록 하자고 생각했다”고 털어놓았다.

6개월 뒤 80세 생일 날 새벽에 길을 떠났다. 세상에 알려진 전염병 예방 주사는 다 맞았다. 요하네스버그 외곽에서는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 행렬이 그녀를 배웅했다. 스폰서를 구해 스티커들도 차에 붙였다.


보통 도로에 텐트를 치고 잤다. 가족들도 이따금 달려와 도와줬다. 한 딸이 짐바브웨까지 운전대를 잡았고 아들이 말라위를 통과하게 해줬다. 자신이 태어난 아프리카 대륙을 달리며 말라위 호수나 빅토리아 폭포 등 절경은 물론, 잠비아 여학생들과 책을 읽고, 말라위의 가구 파는 남자, 트럭 운전사들과 함께 먹을 것을 나누기도 했다. 쥐 튀김을 파는 매점도 봤고 썩은 토마토들을 먹고 배탈이 나기도 했다.

타협하기 어렵기로 악명 높은 국경 초소들을 통과할 때면 많은 나이가 적지 않은 도움이 됐다. 우간다 세관 직원은 왜 런던까지 간다는 거냐고 묻고는 여왕님과 차 마시러 간다는 그녀의대답에 눈이 왕방울 만해지더니 도장을 쾅 찍어줬다. 트럭 행렬 뒤에 그녀의 애마를 세우면 기사들이 알아보고 그녀의 차를 앞쪽으로 보내줬다.

물론 아쉬움도 있었다. “40년만 젊었어도 산에도 올라가고 호수에서 수영을 즐기는 건데” 그러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대신 그토록 만나고 싶었던 아프리카인들을 만났다. 여행 일기에는 수많은 이들의 이름과 숫자들, 카드 번호 등이 적혀 있는데 그 중에는 학교에 책을 보내겠다고 받아둔 교사 수백명의 주소가 포함돼 있다. 탄자니아의 한 마을 원로와는 이틀에 걸쳐 얘기를 나눴는데 5개월에 걸친 자동차 여행을 카이로에서 마치고 남아공 집에 돌아오니 편지가 도착해 있었다.


나이를 잊는 법도 배웠다. 탄자니아의 신혼부부만 묵는 리조트에서 드레스를 입은 채 한밤 수영도 해봤고, 에티오피아에서는 20대들과 어울려 지옥으로 통하는 문으로 알려진 다나킬 디프레션의 네온 빛으로 반짝이는 용암과 소금 평원에서 캠핑을 했다.

그녀의 아프리카 여정은 이집트 카이로에서 끝났는데 국경 검문소에서 자동차 번호판을 아라비아 글자로 바꿔야 한다고 해서 며칠 밤을 이집트 남자 7명과 함께 보내야 했다.

여행 마지막 날 카이로의 나일강 제방에 주차한 뒤 탄자니아의 화이트 나일과 에티오피아의 블루 나일에서 병에 담아온 물들과 함께 나일강 물을 병에 담았다.

그리고 카이로에서 케이프타운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 몸을 싣고 자신이 5개월에 걸쳐 자동차로 지나쳤던 곳의 풍경을 내려다봤다. 집에서 몇달을 보낸 뒤 그녀는 다시 그리스로 비행기를 타고 가 카이로에서 페리 화물선에 실려 보낸 자동차를 되찾고 알바니아를 거쳐 몬테네그로,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 오스트리아, 독일, 네덜란드를 거쳐 런던에 도착했다.


그런데 불행히도 지난 6월 말 로열 애스콧(왕실 주최 경마대회) 기간이라 여왕을 만날 수 없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영국해협을 다시 건넌 그녀는 이탈리아를 거쳐 튀니지까지 배로 이동한 다음 이번에는 서쪽으로 케이프타운까지 달려볼 작정이다. 몇년이 걸리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잘 깨닫지 못하는데 나이가 들수록 자유로워진다. 나도 모험 전에는 몰랐는데 나이를 먹으면 이전보다 훨씬 자유로워진다. 남편도 잃고 아이들도 성정하면 무슨 일이든 결과를 걱정할 게 줄어들기 마련이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관련 태그
     

덧글쓰기 | 전체글 0건이 등록되어 있습니다
시민광장 일정표 시민광장
71823 "딸 심장이 당신 가슴에.." 두 여성, 눈물의 첫 만남 나사랑 18-08-02 0 0 1740
71822 자살 암시 통화 후 한강 뛰어든 시민 구한 해군부사관 나사랑 18-08-02 0 0 2033
71821 명진스님이 본 故 노회찬 [장윤선의 이슈파이터] 나사랑 18-08-02 0 0 1562
71820 8.1(수) 김어준의 뉴스공장 / 주진우, 임태훈, 하태경, 서기.. 나사랑 18-08-01 0 0 1630
71819 [2018.8.1]시사만평 나사랑 18-08-01 0 0 1776
71818 불치병 아내 등에 업고 세상 구경 나선 남편 나사랑 18-08-01 0 0 1651
71817 폭염에 택배기사 위해 '아이스박스' 준비한 아파트 주민 나사랑 18-08-01 0 0 1641
71816 [청와대Live] 2018 세법개정안, 총정리 나사랑 18-08-01 0 0 1529
71815 7.31(화) 김어준의 뉴스공장 / 정동영, 임태훈, 김해영, 설.. 나사랑 18-07-31 0 0 1731
71814 [2018.7.31]시사만평 나사랑 18-07-31 0 0 1771
71813 루게릭병 中남성, 29번째 생일 맞이해 1600m 고산 등반 나사랑 18-07-31 0 0 1681
71812 김의성, 주진우 스트레이트16회- 추적 기무사 쿠데타 나사랑 18-07-31 0 0 1824
71811 드디어 "뭉쳐야 뜬다" 가 방송됩니다.   2 태목(최두한) 18-07-30 1 0 1843
71810 7.30(월) 김어준의 뉴스공장 / 정찬형, 정세현, 박주민, 박광.. 나사랑 18-07-30 0 0 1455
71809 [2018.7.30]시사만평 나사랑 18-07-30 0 0 1764
71808 3대 걸쳐 41년째 무료 냉차 나누는 노인의 사연 나사랑 18-07-30 0 0 1543
71807 산 속에 조난당한 남자 구한 유기견의 사연 나사랑 18-07-30 0 0 1516
71806 김어준의 다스 뵈이다 25회 괴물 양승태 그리고 박영선 나사랑 18-07-30 0 0 1350
71805 첨맘님~~ 생신 축하드립니다. 라니 18-07-28 0 0 1755
71804 7.27(금) 김어준의 뉴스공장 / 우상호, 나경원, 김준형, 김태.. 나사랑 18-07-27 0 0 1427
71803 [2018.7.27]시사만평 나사랑 18-07-27 0 0 1562
71802 개를 아기처럼 등에 업고 사이클 탄 남성의 사연 나사랑 18-07-27 0 0 1412
71801 "기부를 멈춰달라"..하루 아이스바 100개 팔아 돈버는 中남학.. 나사랑 18-07-27 0 0 1382
71800 故 노회찬 의원이 생전에 남긴 '촌철살인' 어록 나사랑 18-07-27 0 0 1478
71799 7.26(목) 김어준의 뉴스공장 / 박지원, 최재성, 이인영, 김진.. 나사랑 18-07-26 0 0 1586
71798 [2018.7.26]시사만평 나사랑 18-07-26 0 0 1725
71797 '당신은 혼자가 아냐' 자살시도자 구한 여학생의 메모 나사랑 18-07-26 0 0 1344
케이프타운부터 런던까지 자동차로 혼자 여행한 80세 할머니 나사랑 18-07-26 0 0 1970
71795 삼성과 백혈병, 11년 피눈물의 역사 나사랑 18-07-26 0 0 1254
71794 7.25(수) 김어준의 뉴스공장 / 김두관, 박범계, 이종걸, 서기.. 나사랑 18-07-25 0 0 1275
71793 [2018.7.25]시사만평 나사랑 18-07-25 0 0 1507
71792 팔꿈치 없는 위대한 피아니스트 나사랑 18-07-25 0 0 1350
71791 청각장애인 엄마에게 수화로 노래 불러준 초등학생 감동 나사랑 18-07-25 0 0 1456
71790 기무사 '계엄령 문건' 67페이지 전문 공개(舊 군사 Ⅱ급 비밀.. 나사랑 18-07-25 0 0 1257
71789 7.24(화) 김어준의 뉴스공장 / 김홍걸, 하태경, 하어영, 김은.. 나사랑 18-07-24 0 0 1383
71788 [2018.7.24]시사만평 나사랑 18-07-24 0 0 1525
71787 청와대도 감복한 양현종의 남다른 인성 나사랑 18-07-24 0 0 1801
71786 토사·침수에도 부상 '0'..히로시마 마을의 기적 나사랑 18-07-24 0 0 1295
71785 김의성 주진우 스트레이트 15회 - 추적 삼성과 금융위 / 최순.. 나사랑 18-07-24 0 0 1381
71784 하계야유회를 연기합니다.   4 태목(최두한) 18-07-23 1 0 3316
71783 7.23(월) 김어준의 뉴스공장 / 이해찬, 김정민, 서기호, 김은..   1 나사랑 18-07-23 0 0 1901
71782 [2018.7.23]시사만평 나사랑 18-07-23 0 0 1670
71781 수상바이크로 日 수몰마을 120명 구한 20대 영웅 나사랑 18-07-23 0 0 1537
71780 고마운 소방관들..30kg 장비 착용하고 폭염속 화마와 사투 나사랑 18-07-23 0 0 1462
71779 관훈라이트클럽 #9 TV조선 최순실 보도은폐. 종편과 홈쇼핑.. 나사랑 18-07-23 0 0 1375
71778 [유시민, 페이지를 펼치다] 북톡 라이브 풀영상   2 태목(최두한) 18-07-21 1 0 2606
71777 7.20(금) 김어준의 뉴스공장 / 우상호, 안상수, 안진걸, 안원.. 나사랑 18-07-20 0 0 1412
71776 [2018.7.20]시사만평 나사랑 18-07-20 0 0 1504
71775 '사랑의 힘'..눈으로 글 써 작가된 뇌성마비 소년 나사랑 18-07-20 0 0 1561
71774 '전관 꽃길' 사양하고 시골판사 택한 박보영 前대법관 나사랑 18-07-20 0 0 1588
71773 뉴스타파 - '가짜 학문' 제조공장의 비밀 나사랑 18-07-20 0 0 1401
71772 독일 사는 이야기 2-1 두가지 에피소드   2 함만세 18-07-20 2 0 1582
71771 7.19(목) 김어준의 뉴스공장 / 송영길, 박지원, 박연미, 김진.. 나사랑 18-07-19 0 0 1399
71770 [2018.7.19]시사만평 나사랑 18-07-19 0 0 1590
71769 밤새 32km 걸어 첫 출근하던 흑인 청년에 건네진 선물은 나사랑 18-07-19 1 0 1958
71768 택배 기사님한테 아이스크림 받았다 나사랑 18-07-19 0 0 1776
313233343536373839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