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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5일(금) 출석부] 여운이 남는 출석부
시민학자 | 2017-12-14 22:29:28 | 조회 1587 인쇄하기
http://ww-w.usimin.co.kr/82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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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문학도답게 고전 시가, 현대 시 한 편씩 소개하려고 합니다. 오늘 뉴스를 보면서 왕과 신하의 관계가 생각났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신의(信義)를 잊은 왕에 대한 원망을 노래한 향가를 소개합니다.


원 가 (怨歌)  - 신충 -


物叱乎支栢史                                믈횟 자시

秋察尸不冬爾屋支墮米                  가살 안달 이우리 디매

汝於多支行齊敎因隱                      너 엇뎨 니저 이신

仰頓隱面矣改衣賜乎隱冬矣也       울웠던 나치 겨샤온대

月羅理影支古理因潤之叱               달그림제 녯 모샛

行尸浪 阿叱沙矣以支如支              녈 물결 애와티닷

貌史沙叱望阿乃                              즛사 바라나

世理都 之叱逸烏隱第也                  누리도 아쳐론 뎨여


[ 현대어 풀이 ]

뜰의 잣나무는(질 좋은 잣이)

가을에도 시들어 떨어지지 아니하매

너를 어찌 잊겠느냐 말씀하시어(너를 중히 여겨 가겠다 하신 것과는 달리)

그 인격을 우러러 보았더니, 이제 당신의 변심이여(낯이 변해 버리신 겨울이여)

그것은 연못에 비친 달그림자가(달이 그림자 내린 연못가에)

물결이 일면 사라져 버리듯(지나가는 물결에 모래로다)

하찮은 일에 변모함이니(모습이야 바라보지만),

세상이 모두 그런 때로구나(세상 모든 것 여의어 버린 처지여).


[ 감상평 ]

  변심한 왕의 마음을 원망하는 향가이지만, 잣나무의 영원한 푸르름에 반하여 인간 마음의 변덕스러운 변화를 질타하는 내용도 아울러 생각해 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인간은 살아가면서 수없이 많은 약속을 하며 살아갑니다. 그러나 너무나 변하기 쉬운 상황 속에서의 인간이기에, 때론 서로의 믿음이 깨어져 상처를 받기도 합니다. 신충의 마음을 담은 시가 잣나무를 시들게 했다는 것은 표현의 과장이겠지만, 신충이 그만큼 굳은 신의를 중요시 한 사람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노래는 예나 지금이나 인간이 신의를 지킨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주는 작품입니다.



태목님께 출석부를 올려달라는 연락을 받고 이후 카톡을 하면서 아버지가 생각났습니다. 그래서 다음으로는 제 아버지와 시민광장에 계신 아버지들께 바치는 시 한 편 입니다.


아버지의 마음  - 김현승 -


바쁜 사람들도

굳센 사람들도

바람과 같던 사람들도

집에 돌아오면 아버지가 된다.


어린 것들을 위하여

난로에 불을 피우고

그네에 작은 못을 박는 아버지가 된다.

저녁 바람에 문을 닫고

낙엽을 줍는 아버지가 된다.


세상이 시끄러우면

줄에 앉은 참새의 마음으로

아버지는 어린 것들의 앞날을 생각한다.

어린 것들은 아버지의 나라다 아버지의 동포(同胞)다.


아버지의 눈에는 눈물이 보이지 않으나

아버지가 마시는 술에는 항상

보이지 않는 눈물이 절반이다.

아버지는 가장 외로운 사람이다.

아버지는 비록 영웅(英雄)이 될 수도 있지만…….


폭탄을 만드는 사람도

감옥을 지키던 사람도

술가게의 문을 닫는 사람도


집에 돌아오면 아버지가 된다.

아버지의 때는 항상 씻김을 받는다.

어린 것들이 간직한 그 깨끗한 피로…….


[ 감상평 ]

  이 시는 평범한 시어와 쉬운 어조로 가족을 위해 말없이 희생하고 헌신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담담하게 그림으로써 잔잔한 감동을 전해 줍니다. 이 시에서 묘사된 아버지의 모습이 물론 모든 아버지의 경우에 다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대다수 아버지가 지닌, 혹은 지향하는 보편적인 부성의 모습을 이 시만큼 소박하면서도 진솔하게 표현하고 있는 시도 드물 것입니다. 물론 이 시에서 그려진 아버지의 상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가부장적인 아버지의 상을 그리고 있다는 비판도 가능합니다. 가장으로서의 아버지의 모습만이 그려지고 있을 뿐 살아있는 한 인간으로서의 모습은 배제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삶의 모든 짐을 혼자 짊어진 채 묵묵히 가족들의 울타리가 되고 자식들의 버팀목이 되는 많은 아버지의 모습이 이 시에처럼 선명한 형상을 얻고 있는 예를 찾아보기는 어렵다는 점만은 인정해야 할 것입니다.


  세상의 모든 아버지는 집과 같이 거룩한 존재입니다. 집이 있기에 사람들은 그곳에 주소를 두고, 이름을 적을 뿐 아니라, 가정이라는 보금자리를 이루어 행복한 삶을 살아갑니다. 집은 언제나 한 곳에 우뚝 서서 자리를 지킨 채 말이 없습니다. 집이 비바람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해 주는 것처럼 아버지도 항상 말없이 사랑과 근심으로 자식들을 돌보고 앞날에 대해 걱정합니다. 그러기에 아버지는 고독한 존재입니다. 식구들을 위한 매일의 수고와 삶이라는 무거운 숙제를 풀어야 하는 외로움으로 인해 아버지는 '보이지 않는 눈물'을 흘립니다. 아버지는 가족들 앞에서 겉으로는 태연해하거나 자신만만한 척하지만, 속으로는 자신의 존재에 대한 허무감과 자식들에 대한 걱정으로 인해 괴로움을 겪는 존재입니다. 단순히 아버지로서의 권위 때문에 그러는 게 아니라, 가장으로서 모든 가족의 버팀목이 되어야 하는 아버지는 잠시도 약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힘겨운 삶의 무게에도 불구하고 아버지는 아버지라는 사실 때문에 속으로만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아버지의 깊은 외로움을 치유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어린 것들이 간직한 그 깨끗한 피', 곧 자식들의 올곧은 성장과 순수뿐입니다. 비록 세파에 시달리며 힘든 삶을 사는 아버지이지만, 자신의 소망대로 자식들이 순수하고 올바르게 자라나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 그 모든 고독과 노고를 깨끗이 보상받게 되는 것입니다.


여운이 남는 출석부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덧글쓰기 | 전체글 33건이 등록되어 있습니다
그림자村  

새벽에 문득 일어나 "시민학자"님의 글을읽다가 나의 아버님께서 베풀고
떠나신 높고 크신 뜻을 생각해봅니다!! 주위에선 아버님의 뜻을 오해하고
있지만 아버님의 숭고한 뜻을 알기에 이밤에 떠나신 아버님을 기억하며
제 눈속에서 눈물을 흘릴 수 있답니다!!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고마워요
"시민학자"님 출석합니다!!~~~~
17-12-15

시민학자  

사람들의 오해가 쉽게 풀리지 않는 경우도 있죠. 아버지를 떠올리면 나이가 많고 적음, 남자와 여자 상관없이 눈물이 흘리기 마련입니다. 그림자촌님 출석해주셔서 감사합니다.
17-12-15

태목(최두한)  

부모님은 우리를 있게 한 분들이고 소위 피붙이 이기 때문에 그렇겠지요.
17-12-18

태목(최두한)  

시민학자님의 글 때문에 그림자촌님 아버님을 돌아 보게 되었군요. 저 역시 1997년에 돌아 가신 아버님을 다시 한번 생각해 봤습니다.
17-12-18

고소영  

출석
부모란 자식이 건강하길 바라고
잘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듯 합니다
부모가 되어보니 부모의 심정을 헤아리게
되듯 저 또한 부모가 되어보니
그러네요
17-12-15

시민학자  

저는 아직 자식으로서의 경험만 있다보니 부모님의 심정을 헤아린다는게 쉽지 않네요. 고소영님 출석부 링크도 걸어주시고 2등으로 출석해주셔서 감사합니다.
17-12-15

태목(최두한)  

때가 되면 다 알 수 있을 것 입니다.ㅎ~
17-12-18

태목(최두한)  

예~ 자식이 있어야 그제서야 부모의 마음을 알 수 있다고 하지요.
17-12-18

노지심  

출썩합니다 저도 아버지로써 열심히 살겠습니다 그리고 두 딸에게 멋있는 아빠로 기억되게하겠습니다
17-12-15

시민학자  

노지심님 두 따님을 대변하자면 지금도 멋있는 아빠라고 생각할겁니다. 출석해주셔서 감사합니다.
17-12-15

태목(최두한)  

노지심님은 멋진 아빠이고 노지심님의 따님들은 효녀이지요.^^
17-12-18

태목(최두한)  

노지심님의 프로필 사진이 따님이 맞으신거죠?
17-12-18

산들산들  

아버지입니다. 출석~~~~~~~~
17-12-15

시민학자  

시민광장에 계신 아버지 중에 한 분이신 산들산들님 출석해주셔서 감사합니다.
17-12-15

태목(최두한)  

출석부를 올려 주시고 일일 댓글러 하시느라고 고생이 많으시네요.^^
17-12-18

태목(최두한)  

음... 아이들에게 어떻게 비춰지는 아버지인가요? ㅋㅋㅋㅋ
17-12-18

하늘파랑  

출석합니다.
검은게 글씨인거 같은데?
한자는 보기만 해도 어려워요^^
좋은 글 잘 봤어요~
17-12-15

시민학자  

저도 한자는 검은건 글씨고 하얀건 종이로 보입니다. 하늘파랑님 출석해주셔서 감사합니다.
17-12-15

태목(최두한)  

국어국문학과에서는 한자를 알아야 수업 시간에 이해가 갈 텐데 앞으로 한자 공부를 하셔야 겠네요.^^
17-12-18

태목(최두한)  

광명은 동녘샘님께 한자를 배우시면 되잖아요. ㅋ~
17-12-18

조이풀  

고전과 현대의 특별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출석부군요.
군약신강의 역사가 어떠했는지 돌아보게 합니다.
그리고 아버지... 아버지라는 이름만 불러도 눈물이 나는 것은 저 뿐만이 아니라 다들 그러실거예요.
시민학자님 좋은 글 감사합니다.
17-12-15

시민학자  

'아버지'라는 세 글자 말만 들어도 눈물이 나는 것에 깊이 공감합니다. 조이풀님 출석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내년 한해 동안 부대표로 잘 부탁드립니다.
17-12-15

태목(최두한)  

시민학자님도 아버지에 대한 사랑이 애틋한가 보네요.^^
17-12-18

태목(최두한)  

예~ 신라 향가와 현대시를 같이 올려 주셨네요.^^
17-12-18

choi  

출석합니다!
17-12-15

시민학자  

choi님 출석해주셔서 감사합니다.
17-12-15

태목(최두한)  

시민학자님도 댓글 다시는 수고를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17-12-18

태목(최두한)  

초이님 어서오세요. 잘 지내시죠.^^
17-12-18

다시오는봄  

출석합니다 ~ ^^
17-12-15

시민학자  

다시오는 봄님 출석해주셔서 감사합니다.
17-12-15

태목(최두한)  

본인이 올린 출석부에 일일이 댓글 다는 것도 쉽지 않은데 수고하셨습니다.^^
17-12-18

태목(최두한)  

어제 산벗 송년회 마치고 잘 들어 가셨겠지요.^^
17-12-18

태목(최두한)  

지난 번 출석부인 "거리의 소년" 소설에 이어서 이번에는 고대 향가 한 편과 현대 시 한편을 올려 주셨네요. 그런데 이번에 올린 시에는 감상평이 있는데 이 감상평은 본인이 직접 쓰신 건가요? 그렇다면 시민학자님은 문학평론가로서 자질이 아주 뛰어 나시네요. ^^
17-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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