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강江/조덕섭
가을 아닌 것들이 가을이라 우기면
여태 그런 줄 알았다
산봉우리 칼바위는 파란 하늘과 한통속이고...
숲속 나뭇잎은 볕을 핑계대고 말라가야 하는 줄 알았다
초등학교 운동장에는 만국기가 날리고
달음박질 아이는 넘어져 무릎이 까이고
아까진끼 빨간 물약이 발라져야 가을인 줄 알았다
익은 벼 들판 참새 무리
딴살림 차리느라 분주한 줄로만 알았고,
그 중 변성기를 잘 넘기지 못한 참새 한 마리
켁켁 목은 메이는데
눈빛에 담긴 노을
오호 이 녀석은 가을이다
자갈 많은 강가에서 수제비 뜨다가
아쟁처럼 떨던 물소리
하염없이 옛 사람 등 뒤를 쫒던
그 아득함은 어디에서 오는가
가을 강가에 나와 낭만주의자의 가을인척 행세하다가
저 많은 물이 잘 담근 술처럼 보이다가
이내 가을 아닌 것이 되고 말았다
이렇게 가을인 것을
여태 모르고 살뻔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