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처음 유시민 작가님을 알게 된 것이 그렇게 오래 된 것은 아니다. 아마 3년 정도 되지 않았을까. 참여정부 때의 유작가님을 아느냐고 물어본다면 듣고 읽은 게 전부라고 대답할 수 밖에 없다. 나는 그 때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어린 나이였으니, 내가 유작가님을 알게 된 것은 책이나 대중매체가 전부였다. 역사와 사회를 삼분의 일 정도 유작가님께 배웠다고 하는 것도 과언이 아니니 나는 유작가님의 덕을 많이 본 셈이다. 유작가님이 좋아서 몇몇 서적들을 읽는 계기가 되기도 했었다. 덕분에 편독하는 버릇이 줄어서 다행이다. 그분께서 나에게 영향을 미치셨기에 내가 그분을 좋아하게 된 것이 아니라, 그분이 좋아서 내가 움직이게 된 것이 많다. 다만 왜 유작가님을 좋아하게 되었는가, 라는 것이 기억나지는 않는다. 글을 쓰려 컴퓨터 앞에 앉았을 때 부터 곰곰히 생각해보았지만 감정만 남고 정보가 남아있지는 않다. 말하는 모습이 끌렸던 것 같기는 하다. 나는 지금도 유작가님의 말과 글을 정말 많이 좋아한다. 지식 소매상의 단골 손님이 되어 즐겁게 오가는 상점은 내 작은 휴식처인 셈이다. 나는 그 곳에서 많은 것들을 머릿속에 채워넣기도 했고 앞길을 그려보이기도 했었다. 가끔은 아무 생각 없이 책을 읽는 것으로 좋은 날도 있었고, 그저 생각하기만 했었던 날도 있었다. 유작가님의 서재는 내게 그런 곳이다.
어떻게 살 것인가? 서재에 앉아 새 책을 꺼내었을 때 작가님이 묻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바쁘게 살아가며 즐겁고 화창할 내일만 기다리고 있었다. 이름을 남기기 위해 사는 것은 어딘가 뜻깊다. 장래에 대단한 사람이 되겠다는 꿈이나 목표도 있다. 꿈이나 목표에 맞추어서 인생을 설계할 수도 있다. 그렇게 만들어 놓은 길을 성실하게 걸어가기만 하면 될 듯한 것이 그런 삶이다. 나는 그런 삶을 사는 게 바람직하다고 배우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노력하고 있는 모든 것들이 나중에 가서는 또 여러개의 길이 될 것이라고 믿었다. 지금과는 하고싶은 게 달라져도 내가 할 수 있을 정도의 능력을 키워두기 위해 여러 방면으로 노력했다. 자라서 후회하는 게 조금 두려웠던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이 길고 굵은 길에 여러 가지 미래로 도착할 수 있는 많은 샛길을 터 놓았다. 그리고 일단은 쭉 뻗은 길을 열심히 걷곤 하는 것 이었다. 그런데 어느날 부턴가는 내가 왜 이 꿈을 가지고 살았던걸까. 하는 마음에 사로잡혀 망설임이 들더라는 것 이었다. 나는 남의 기억에 길이 남기 위해서 이 길을 걸어오는 걸까, 하고 생각하면 힘들어졌다. 죽고 나면 아무것도 아닌 일이다. 누군가의 기억에 남았다가 가기 위해서 내 삶을 투자하는 게 너무 아까웠던 것 같다. 삶의 주어를 잘못 설정한 게 아닐까. 그래서 목표도 계획도 있는데 걸어갈 생각이 나질 않는게 아닐까. 그런 생각 때문에 회의감이 들어 걷던 길에 긴긴 밤이 찾아온 것 같았다.
앞이 보이지 않아서 걷는 게 망설여졌다. 해가 오른 낮에도 험했던 길을 걸을 수 없을 것 같았다. 무서웠던 것 같다. 내가 생각하고 구상했던 길이 흔들리며 무너지고 있었다. 왕도가 없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면서도 이미 다 그려둔 지도를 지우는 것이 아까워 미루던 것이 종래에는 그렇게 자신을 덮쳐왔었다. 그러던 도중 서재에서 상냥하게 손전등을 쥐여준 지식 소매상. 그 손전등 같은 책이 나의 인생에 파란을 일으킨 것 같다. 지도를 쥐여주진 않았다. 더 이상 어디로 가면 무엇이 나올거라는 정보며 확신을 준 것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나는 그 손전등으로 하여금 내가 가고 싶은 길을 비추며 걸었다. 내가 원하는 대로 살 권리를 실현하며 오늘 하루도 괜찮았는지, 한번 생각해 보면서 그렇게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큰 위안이 되었다. 손전등이 예전 만큼이나 먼 길을 비추어 줄 수는 없었다. 그렇지만 고작 하루, 하루 살더라도 나는 괜찮은 것 같다고 대답할 수 있는 길을 비출 수 있었다. 어떻게 살 것인가, 그 책은 나의 손전등이었다. 내가 괜찮다고 대답할 수 있는 오늘을 사는 것이 나는 참 만족스럽다. 스스로가 적당히 부지런하고 적당히 즐거우면 괜찮은 삶이다. 지나치게 부지런할 필요도 없고 지나치게 시간을 허비할 필요 없이 적당히, 그렇게.
길은 늘 어둡지만 나는 내가 의미있다고 생각하는 길을 걸으려 손전등을 휘둘러보곤 한다. 그 깊은 어둠도, 길이 없는 곳에서 방황할 때에도 걷지 못할 일은 없었다. 내가 의미있다고 생각한다면, 그리고 그것이 꽤 괜찮은 선택이라면 나는 후회하지 않고 질책에 신경쓰지도 않는다. 내가 생각하는 나의 삶을 의미있게 살아가고 있다. 서재를 찾아가는 것도 잊지 않는다. 지식 소매상, 유작가님께서 건네어 주시는 지식과 깨달음 또한 나의 삶에 많은 영향을 미쳤고 여전히 미치고 있는 중이다. 그렇지만 꼭 하나 꼽자면,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를 빼놓을 수가 없다. 가끔 세상에 짓눌려 망설이고 주저할 때 나는 이 문장을 곱씹곤 한다. 그 무엇도 의미 있는 삶을 찾으려고 분투하는 그대들을 막아서지 못할 것이다. 나는 무엇에도 막힘없이 괜찮은 오늘을 살아가고자 한다. 열 다섯, 아직 어리다면 한참 어리지만 최선을 다해 나의 오늘이 옳았다는 것을 증명해 보일 것이다.
:: 예상 외로 기간이 길어져 글을 쓸 수 있게 되어 기쁩니다! 어리고 서툰 글을 읽어주신 것에 감사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