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이후 비선실세의 국정 개입이 어디까지 이어졌는지 아직 완전히 드러나지 않았지만 대북정책도 최씨가 좌우지한 것 아니냐는 의혹은 기정사실로 되고 있다. 부정추문이 드러나면서 전문가들은 물론 정부 당국자들조차 의아하게 여긴 해당 정책 결정과정의 미스터리가 풀리고 있는 것이다.
올해 1월 7일 박근혜 정부가 북한의 4차 핵실험을 이유로 대북확성기방송 재개를 갑자기 결정했을 때만 해도 국민들과 일부 당국자들은 너무 ‘성급한 결정’이 아닌가 라는 반응을 보였다. 한 당국자는 “이날 오전만 해도 대북방송 재개 분위기가 아니었는데 오후 들어 갑자기 바뀌었다”고 전했으며 다른 당국자는 “안보실 공식조직에서 결정되지 않은 걸로 안다”고 말했다. 이른바 ‘문고리 실세’가 개입되었다는 추정만 무성했다.
그 다음달에 정부는 ‘개성공단 전면중단’이라는 대경실색할 조치를 공표해 국민들을 더욱 놀라게 했다. 개성공단이 어떤건가. 남과 북의 평화와 공동번영의 시금석이고 평화통일의 마중물이 아니었는가. 남북협력의 마지막 끈인 개성공단마저 잘라버린 정부의 조치에 온 국민이 분노했다.
그런데 국민이 진실로 개탄스러워 한 개성공단 폐쇄가 알고보니 평범한 아줌마에 불과한 최순실의 ‘주술적 세계관’때문이란다. 지난 10월 26일 한겨레가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의 증언을 전한데 의하면 최순실이 주도한 비선모임의 논의 주제 가운데 ‘개성공단 폐쇄 등 정부정책’이 포함돼 있었다는 것이다.
한겨레 보도에서 가장 섬뜩하게 다가온 부분은 최순실의 측근이 전했다는 다음과 같은 말이다.
“개성공단이 폐쇄될 무렵 최순실씨가 ‘앞으로 2년 안에 통일이 된다’는 말을 자주 했다.”
최순실의 이 ‘예언’은 박근혜의 개성공단 폐쇄 등 대북강경정책의 이면에 있는 ‘북한붕괴론’과 그지없이 일맥상통하다. 최순실이 수정해줬다는 드레스덴 연설문이나 ‘통일대박’ 발언도 이런 인식의 연장선상에서 나왔을 수 있다.
더욱 기가 막힌건 ‘주술사’가 단지 ‘예언’에만 그친게 아니라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 실행을 완전히 주도했다는 것이다. 온갖 혼선을 빚으며 공표된 개성공단 전면중단 조치는 최순실 국정개입의 전형적인 사례로 된다.
올해 2월초까지만 해도 청와대는 “개성공단은 대북제재와 무관하다”는 입장을 견지해왔고 주무 부처인 통일부도 개성공단 가동중단을 “잠정 또는 일시적중단”이라는 표현으로 쓰자는 의견을 냈다고 한다. 그런데 2월 10일 박근혜가 주재한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돌연 ‘개성공단 전면중단’으로 결정되었다. 그러나 관계자들의 증언을 통해 당시 상황을 정리해보면 2월 7일 청와대 정호성 수석비서관이 넘겨준 ‘대통령보고자료’를 받아쥔 최순실이 비선모임에서 개성공단 문제를 논의해 ‘전면중단’키로 결정했고 그를 박근혜에게 통보했다는 걸 알수 있다. 당시 언론들도 “개성공단 폐쇄문제가 이미 8~9일에 박대통령이 결심(실지로는 최순실의 결심이겠지만)한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한바 있다. 말하자면 북체제가 2년 안에 붕괴 할것이라는 최순실의 ‘예언’을 곧이 믿은 박근혜가 전면중단이라는 중대한 ‘결단’을 내린 것이다.
그때 통일부의 의견을 묵살한 정부 발표가 있은 직후 홍용표 장관이 심기가 뒤틀려 사석에서 박근혜의 불공정한 처사에 대해 불만을 터놓았는데 그 자리에 있던 한 참석자가 녹취한 음성자료가 지금 어느 언론사 기자의 손에 넘어갔다는 얘기도 있다. 아마 기회를 보아 적당한 때에 공개할 심산인듯 하다.
실로 믿기지 않는 일이지만 2년 안에 북한이 ‘붕괴’해 통일이 된다는 황당한 최순실의 ‘예언’은 박근혜가 대북강경정책을 펴게 한 근본원인임이 틀림 없다. 올해 들어 박근혜의 발언에서 “북한붕괴”와 “통일”이라는 단어의 빈도가 부쩍 늘고 정부는 “북한이 곧 망할것이다”는 식의 홍보와 대북제재에만 열을 올린것이다. 심지어 “북한 주민들은 언제든지 한국으로 오시라”며 “북한 주민 대량탈북”론을 설파하고 남북간의 관계를 전쟁직전 상황에로 끌고 간다. 남북관계에 대한 이성적, 논리적 사고는 도저히 찾을 수 없고 오직 보이는 건 밑바닥에 맥락치는 북한이 곧 ‘붕괴’한다는 주술적 ‘예언’뿐이다.
엉터리 ‘주술사’인 최순실과 그에 현혹당한 광신도 박근혜, 바로 이들에 의해 개성공단과 함께 남북관계가 최악의 사태에 처해지고 한반도 평화가 박살나버렸다. 참말이지 두고두고 가슴치며 통탄할 일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