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광장에 오신걸 환영합니다
아이디 · 비밀번호 찾기 | 회원가입
회원 게시판
6월 6일 출석부)수오재기 - 정약용
njbora | 2014-06-06 08:49:34 | 조회 3072 인쇄하기
http://ww-w.usimin.co.kr/74794     


트위터 페이스북
- 이 글은 문학광장 날적이에서 함께 입력된 njbora님의 글입니다.


수오재기(守吾齋記)

정약용(丁若鏞)


‘수오재(守吾齋)’라는 이름은 큰형님이 자신의 집에다 붙인 이름이다. 나는 처음에 이 이름을 듣고 이상하게 생각하였다. ‘나와 굳게 맺어져 있어 서로 떨어질 수 없는 가운데 나보다 더 절실한 것은 없다. 그러나 굳이 지키지 않더라도 어디로 가겠는가. 이상한 이름이다.
내가 장기로 귀양 온 뒤에 혼자 지내면서 잘 생각해 보다가, 하루는 갑자기 이 의문점에 대해 해답을 얻게 되었다. 나는 벌떡 일어나 이렇게 스스로 말하였다.
“천하 만물 가운데 지킬 것은 하나도 없지만, 오직 나만은 지켜야 한다. 내 밭을 지고 달아날 자가 있는가. 밭은 지킬 필요가 없다. 내 집을 지고 달아날 자가 있는가 집도 지킬 필요가 없다. 내 정원의 여러 가지 꽃나무와 과일 나무들을 뽑아갈 자가 있는가. 그 뿌리는 땅 속 깊이 박혔다. 내 책을 훔쳐 없앨 자가 있는가. 성현의 경전이 세상에 퍼져 물이나 불처럼 흔한데, 누가 능히 없앨 수가 있겠는가. 내 옷이나 양식을 훔쳐서 나를 궁색하게 하겠는가. 천하에 있는 실이 모두 내가 입을 옷이며, 천하에 있는 곡식이 모두 내가 먹을 양식이다. 도둑이 비록 훔쳐 간대야 한두 개에 지나지 않을 테니, 천하의 모든 옷과 곡식을 없앨 수 있으랴. 그러니 천하 만물은 모두 지킬 필요가 없다.
그런데 오직 나라는 것만은 잘 달아나서, 드나드는 데 일정한 법칙이 없다. 아주 친밀하게 붙어 있어서 서로 배반하지 못할 것 같다가도, 잠시 살피지 않으면 어디든지 못 가는 곳이 없다. 이익으로 꾀면 떠나가고, 위험과 재앙이 겁을 주어도 떠나간다. 마음을 울리는 아름다운 음악 소리만 들어도 떠나가며, 눈썹이 새까맣고 이가 하얀 미인의 요염스러운 모습만 보아도 떠나간다. 한 번 가면 돌아올 줄을 몰라서, 붙잡아 만류할 수가 없다. 그러니 천하에 나보다도 더 잃어버리기 쉬운 것은 없다. 어찌 실과 끈으로 매고 빗장과 자물쇠로 잠가서 나를 굳게 지켜야 하지 않으리오.”
나는 나를 잘못 간직했다가 잃어버렸던 자다. 어렸을 때에 과거(科擧)가 좋게 보여서, 십 년 동안이나 과거 공부에 빠져 들었다. 그러다가 결국 처지가 바뀌어 조정에 나아가 검은 사모관대에 비단 도포를 입고, 십이 년 동안이나 미친 듯이 대낮에 커다란 길을 뛰어다녔다. 그러다가 또 처지가 바뀌어 한강을 건너고 새재를 넘게 되었다. 친척과 선영을 버리고 곧바로 아득한 바닷가의 대나무 숲에 달려와서야 멈추게 되었다. 이 때에는 나도 땀이 흐르고 두려워 숨도 쉬지 못하면서, 나의 발뒤꿈치를 따라 이 곳까지 함께 오게 되었다. 내가 나에게 물었다.
“너는 무엇 때문에 여기까지 왔느냐? 여우나 도깨비에게 흘러서 끌려 왔느냐? 아니면 바닷귀신이 불러서 왔느냐. 네 가정과 고향이 모두 초천에 있는데, 왜 그 본바닥으로 돌아가지 않느냐?”
그러나 나는 끝내 멍하니 움직이지 않으며 돌아갈 줄을 몰랐다. 그 얼굴빛을 보니 마치 얽매인 곳에 있어서 돌아가고 싶어도 돌아가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결국 붙잡아 이 곳에 함께 머물렀다. 이 때 내 둘째 형님 좌랑공도 나를 잃고 나를 쫓아 남해 지방으로 왔는데, 역시 나를 붙잡아서 그 곳에 함께 머물렀다.
오직 나의 큰형님만이 나를 잃지 않고 편안히 단정하게 수오재에 앉아 계시니, 본디부터 지키는 것이 있어서 나를 잃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이것이 바로 큰형님이 그 거실에 ‘수오재’라고 이름 붙인 까닭일 것이다. 큰형님은 언제나,
“아버지께서 내게 태현이라고 자를 지어 주셔서, 나는 오로지 나의 태현을 지키려고 했다네. 그래서 내 집에다가 그렇게 이름을 붙인 거지.”
라고 하지만, 이는 핑계 대는 말씀이다.
맹자가 “무엇을 지키는 것이 큰가? 몸을 지키는 것이 가장 크다.”라고 하였으니, 이 말씀이 진실하다. 내가 스스로 말한 내용을 써서 큰형님께 보이고, 수어재의 기(記)로 삼는다.

▶ 핵심 정리
지은이 : 정약용(鄭若鏞 1762-1826) 조선 시대 후기의 문신이자 실학자. 호는 다산(茶山). 저서로는 <목민심서(牧民心書)>, <경세유표(經世遺表)>, <흠흠신서(欽欽新書)> 등이 실려 있다.
연대 : 조선 후기
갈래 : 한문 수필. 기(記)
성격 : 반성적. 교훈적
특징 : ‘수오재’의 의미에 대한 의문과 깨달음의 과정을 독자와의 공감의 기법을 통해 제시함. 경험으로부터 사물의 의미를 도출함
제재 : 나의 집 당호(堂號)
주제 : 나를 지키는 것의 중요성

▶ 작품 해설
이 작품에서 ‘수오재’란 작가의 형인 정약현(丁若鉉)이 작가의 집에 붙인 당호(堂號)로, ‘나를 지킨다’란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한문학의 한 양식인 ‘기(記)’는 어떠한 경험을 토대로 하여 교훈이나 깨달음을 제시하기 위한 글이다. 따라서 ‘수오재기’란 작가의 집의 당호인 ‘수오재’의 의미를 깨달아 가는 과정을 기록하고 있는 글인 것이다.
이 글에서 작가는 처음에 ‘수오재’의 의미를 깨닫지 못했다. 그것은 내가 ‘나’를 지킨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모순되는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가는 장기로 귀양을 오게 되었을 때,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과정에서 ‘수오재’의 의미를 깨닫게 된다. 작가가 생각하기에 밭, 집, 꽃과 나무, 책은 모두 지킬 필요가 없지만, 인간은 이익이 눈앞에 있으면 그것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여 쉽게 떠나고, 재앙과 위험의 위협에도 쉽게 도망간다. 아름다운 여인의 유혹 앞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작가는 자신만큼 잃어버리기 쉬운 것이 없다는 생각에 도달하게 되고, ‘수오재’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게 되는 것이다.

cafe.daum.net/mareesosa
     

덧글쓰기 | 전체글 0건이 등록되어 있습니다
시민광장 일정표 시민광장
65158 자폐아동을 대하는 천조국의 자세 온유 14-06-11 0 0 2604
65157 서울대 교수들, 세월호 시국선언 njbora 14-06-11 1 0 2546
65156 [벙개]6월12일 남서울광장벙개. 오메가메를 보내며..   1 설리반 14-06-11 1 0 2570
65155 < 함께해요 2014년 여름 천렵 with 아사달>- 부제. 산벗과..   38 땡깡고옹주 14-06-11 2 0 9529
65154 6월 11일 출석부)프란치스코 교황님 말씀....   1 njbora 14-06-11 1 0 2704
65153 [팟캐스트] 정치다방 3편(1부, 2부) 시민광장 14-06-11 3 0 20336
65152 울다가 웃으면 똥구멍에 털난닭 온유 14-06-10 0 1 2826
65151 [연극] 노무현이 전하는 비밀 이야기을 만난 햄릿 시민광장 14-06-10 0 0 3507
65150 [시민광장 유리지갑] 5월 재정보고 및 CMS 정기회비현황   1 시민광장 14-06-10 0 0 2812
65149 오마이뉴스 기사 - 나의 평생은 늘 '오늘'뿐... 귀한 하루 하.. 희망으로 14-06-09 0 0 3198
65148 바라며님 환영&환송 벙개합니다.   3 이제다시 14-06-09 1 0 2669
65147 [부고](전)서울동작광장대표 서연이랑님 모친상   8 서울농부 14-06-09 0 0 2695
65146 부산광장 웹진 <함께사는세상> 12호 발간   5 푸니 14-06-09 3 1 9589
65145 팟캐스트<개뿔도몰라요>22회-박원석의원 글,<슬기로운해법>홍..   1 의라차차 14-06-09 5 0 10648
65144 [6월9일 출석부] - 우리의 오늘은 무기징역 중! 내일로는 죽..   2 희망으로 14-06-08 1 0 2717
65143 [영상]쇼생크탈출 (Fall to Fly) 천국간소년 14-06-08 0 0 2810
65142 [영상] 함께 있는 우리를 보고 싶다   1 천국간소년 14-06-08 0 0 3568
65141 └> [숙소안내] 제1차 유시민의 청소년을 위한 논술특강 - 제.. 시민광장 14-06-07 0 0 7494
65140 6.4지선 영남지역 타파 이무현 14-06-07 0 0 2461
65139 6.4 지방선거 참패   1 금잔디 14-06-06 1 0 2659
65138 [그가 그립다] 시민광장 회원을 위한 특별할인 판매   2 연어처럼 14-06-06 2 0 10953
6월 6일 출석부)수오재기 - 정약용 njbora 14-06-06 1 0 3073
65136 살려주세요! 핸폰갈매기가 물고갔어요!♡~~ 백 송 14-06-05 0 0 2773
65135 멘붕 이무현 14-06-05 0 0 4303
65134 6월6일 현충일에 번개 합니당 흑백사진 14-06-05 0 0 2630
65133 모두들 수고 많으셧습니다. boram 14-06-05 2 0 3953
65132 쓸데없이 고퀄 종결자 온유 14-06-04 0 2 2638
65131 출구조사 이재정후보 당선유력!   3 베고-꽃잎222 14-06-04 1 0 3769
65130 [첨맘님 인터뷰] “나는 근본적 자유주의자 … 너무 자책하지..   4 그림자村 14-06-04 3 0 11052
65129 6월4일... 날씨가 참 좋습니다.   1 수연빠덜 14-06-04 1 0 2556
65128 천조국의 흔한 힙업녀 온유 14-06-04 0 3 2696
65127 제1차 유시민의 청소년을 위한 논술특강 - 제주편 -   14 시민광장 14-06-04 5 0 11134
65126 모두들...수고하셨습니다.   1 동현아빠김구라 14-06-03 3 0 9990
65125 이제 선거가 하루 남았군요!   5 박무 14-06-03 2 0 2918
65124 이재정 후보님 일정   1 조이풀 14-06-03 1 0 2854
65123 릴레이1인 시위 16,17일차 후기   10 푸른빛돌 14-06-03 4 0 10932
65122 [동영상]그가 그립다 2차 북콘서트1부,2부 (FULL.Ver) 그림자村 14-06-02 2 0 20698
65121 [팟캐스트] 정치다방 2회 - 김기춘 사퇴반대 그림자村 14-06-02 1 0 13206
65120 팟캐스트<개뿔도몰라요>20회-1,2부-<그가그립다>북콘서트 과.. 의라차차 14-06-02 5 0 10991
65119 광장 회원님들께 인사가 늦었습니다. 광야들불입니다   4 광야들불 14-06-01 3 0 10426
65118 오직 아이들을 위해 헌신할 사람 동현아빠김구라 14-06-01 2 0 2647
65117 세월호 - "일본에서 보내는 메세지   4 시민광장 14-05-31 2 0 7301
65116 열만 받지 말고 투표 합시다.   1 참사람 14-05-30 2 0 3009
65115 릴레이 일인시위 15일차   7 푸른빛돌 14-05-30 3 0 8254
65114 야구 역사상 다시 못 볼 수비 온유 14-05-30 0 0 2881
65113 kbs1 '강연100도씨' 녹화를 마치고 왔습니다.   2 희망으로 14-05-30 3 0 3286
65112 (출석부) 2014년 5월 30일 금요일 - 사전투표 마쳤습니다~~   2 의왕달팽이 14-05-30 1 0 2816
65111 팟캐스트 <개뿔도몰라요>19회 -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 의라차차 14-05-30 1 0 2690
65110 6.4 지방선거 시민광장회원 출마자 리스트   3 그림자村 14-05-29 3 0 3457
65109 공정보도를 위한 KBS앞 릴레이 1인시위(15일차)   5 도봉솟대 14-05-29 4 0 10930
65108 유머 한국사 암기법 245 연상달인 14-05-29 0 0 2762
65107 관악구로금천광장 통합 요청   4 오메가메들리소 14-05-29 2 0 2573
65106 KBS앞 릴레이 일인시위 (부제 : 별에서 온 어우동)   5 설리반 14-05-29 3 0 3084
65105 의지의 견공 온유 14-05-28 1 0 2753
65104 [정이현의 낭만서점] # 7-2 유시민이 그리워 하는 친구 시민광장 14-05-28 1 0 6904
65103 [동영상] 노무현 대통령 서거 5주기 추도식   2 시민광장 14-05-28 1 0 6913
1511521531541551561571581591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