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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제목은 거창하지만 제가 부족하고 시간도 없으므로 짧게 적겠습니다.
얼마 전에 한양대의 김 모 교수란 분이 "20대 너희는 희망이 없다" 어쩌구 하시는 이야기를 넷에 올렸는데 그게 386 분들께 회자되며 20대는 희망이 없다는 둥 어쩌구 하는 이야기가 넷을 다시 한 번 장식했습니다. 이제 시민광장에까지 심심찮게 보이고 있는데요.
솔직히 말해서 저 이야기는 우석훈류의 이른바 진보지식인들이 늘 하는 이야기지요.
"오오, 88만원세대여. 너희는 단결하지 않고 나서지 않아 희망이 없다. 그러니 짱돌을 들고 나서자. 함께 광장에 나가 싸우자"
저는 저런 이야기를 민노당 계열에서 하는 것은 이해가 갑니다만 시민광장에까지 와서 듣는 것은 전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1. 광장경험 부재
왜 광장에 안 나서냐구요? 가장 큰 이유는 나서 본 적이 없으니 그렇지요.
저는 2001년에 대학을 들어갔습니다. 김대중 대통령 시절 후반기입니다. 노무현 대통령께서 집권하실 때 대학 한창 다니다 군대도 다녀왔지요. 이 기간 동안에 대체 광장에 나설 일이 뭐가 있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미선이 효순이 사건, 탄핵 사태. 그리고 또 뭐가 있죠?
물론 시위야 많았습니다. FTA를 정점으로 미군기지 문제나 철거민, 민주노총 시위, 화물연대 등등 아주 많았지요. 열거해놓고 보니 전부 민노당(지금은 진보신당과 분당했지만) 시위입니다.
바꿔 말하면 이 시기에 거리로 뛰쳐나간 '대학생'들은 거의 백이면 90은 민노당 계열이었습니다. 참여정부 지지하던 애들은 실망해서 민노당 계열로 돌아선 쪽 아니면 당연히 집에 있었죠. 탄핵 사태 때야 거리로 나섰지만 그거야 예외적 상황 아닙니까?
고기도 먹어 본 사람이 먹는 겁니다. 거의 나와 본 적도 없고 나오면 술 마시러 다니던 애들한테 "너희 왜 안 나와? 안 나오니 너희는 희망이 없어. 어리석은 놈들"이라고 백날 외쳐봐야 어떻게 나옵니까?
바꿔 말하면 "너희 왜 안 나와?"는 "너희 왜 민노당파로 안 갔냐?"와 별 다를 바 없는 힐난입니다. 이른바 386분들에게 익숙한 운동권이나 참여지향적 대학생은 백이면 7, 80은 민노당(지금은 진보신당도 상당수지만)으로 갔습니다. 우리 쪽에 남아있는 애들은 참여정부 기간에 만족하거나 체념하거나 둘 중 하나인 학생들입니다. 그런 애들이 거리에 나가는 게 익숙하겠습니까?
이건 역으로 말하면 그만큼 지난 민주정권 10년이 안정된 기간이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 기간 동안 대학생이 "역사를 바꾸기 위해 일어서자!" 운운할 만한 일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세상이 바뀌니 다들 정신을 못차리고 있는 겁니다.
2. 신자유주의 물결 때문에
이러니 저러니 말해도 세계적인 제약조건이 신자유주의 세계화라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 결과 IMF 이후 한국도 별 수 없이 경쟁체제를 도입하게 되었고, 사회보장체제가 완비되지 못한 한국의 상황에서는 구직 실패가 곧 사회 실패자에 가까워지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이것은 참여정부가 여러가지로 애썼음에도 불구하고 국내적 제약조건(한나라당과 민노당의 방해 등)과 세계적 제약조건(신자유주의 세계화) 때문에 복지가 세계적으로 해체되는 조건 하에서 복지를 강화하는 데 일정 부분 실패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거야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만, 이런 상황 하에서 대학생들에게 구직 실패는 나락으로 떨어지라는 소리나 다름 없습니다. 아니면 인터넷폐인이 되서 방구석이나 굴러다녀야겠죠. 따라서 좋건 싫건 취업을 위해 뛰어다녀야 하는 상황입니다.
요즘 취업스펙이 어떤지 인사담당자 분이 계시면 다 아실 겁니다. 어학연수 기본, 외국어 2개 이상, 학점 4.0 이상, 여기에 덧붙여 면접에서 독특한 '패기와 독창성'을 보여주면서도 '튀지 않는' 모습. 쓰고 보니 이상하지만 실제로 요구하는 것은 더 많습니다.
아예 사회로 나가지 못한 학생들이 사회로 나갈 기회조차 봉쇄당하고 있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전 공부를 계속할 예정이라 직접 상관은 없습니다만 이른바 지식인들이 이런 실정을 외면하고 "광장으로 나와라" 운운하는 소리 들으면 진짜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마치 대기업 회장이나 현 대통령께서 "중소기업 취직이 좋다" 운운하는 소리를 할 때 같더군요.
3. 교육 문제
요즘도 교육 문제로 말이 많습니다만, 제가 보기에 10년 민주정부 시절에 교육개혁은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이해찬 전 총리께서 추진하신 교육개혁안은 취지야 좋았지만 결국 한국사회 내에서는 사교육 확대로 귀결되었습니다. 요즘은 사라져가고 있지만 그 수많은 논술학원이나 수행평가 대행학원이 왜 생겼겠습니까?
문제는 이런 '자율화 교육' 하에서 학생들이 극과 극으로 갈렸다는 겁니다. 예컨대 요새 10대들이 촛불을 들고 나오는 것을 보면서 "와, 얘네들은 정신이 똑바로 박혔구나. 역시 교육개혁은 성공했어." 운운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그건 착각입니다.
그건 그애들이 똑바로 박힌 거지 10대 대다수가 이른바 '개혁적'이 된 게 아닙니다. 10대든 20대든 대다수의 감정을 쥐고 흔드는 것은 '억압받는 현실에 대한 분노'입니다. 이 분노가 예전에는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 운운 식으로 표출되다가 요즘은 "이게 다 이명박 때문이다!"로 변한 겁니다. 이건 오히려 나중에 잘못 틀어질 경우 파시즘이 될 우려까지 있습니다. 물론 출구를 올바로 찾는다면 폭발적인 원동력이 될 수도 있겠지만요.
가장 좋은 예가 근현대사 교육입니다.
요새 근현대사 책은-된장맞을 뉴라이트 교과서 빼고- 예전보다 무지 좋아졌습니다. 저도 동생들 있어서 몇 개 봤는데 잘 안 나오던 중도파 이야기도 나오고 친일 문제도 제대로 다루고 근현대사 관련 내용을 충분히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알려줍니다.
그런데 이 멋진 근현대사를 제대로 공부하는 학교가 몇이나 될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근현대사는 수능시험과 별 관련이 없습니다. 때문에 국사 후반부는 제대로 공부하는 학생이 없습니다. 어떤 10대들은 국사 자체를 잘 모르는 경우까지 있습니다. 아예 학교에서 거의 가르치지 않는 게 실정입니다.
윗 부분은 현 10대 관련이지만 20대라고 크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이른바 교육 문제에 있어서 정확한 현실에 대해 알려주는 교사나 교과과정은 드뭅니다. 현재는 예전에 80년대에 있었던 이른바 '의식화 교육'을 할 선배도 거의 없고 있어도 백이면 7, 80은 민노당계 아니면 진보신당계고 나머지 2, 30은 아예 사회당계나 극좌 쪽인 '다함께' 정도입니다.
배운 게 없는데 뭘 보고 나서겠습니까?
나가며
간단히 말해서 20대가 광장에 나오지 않는 결정적인 이유는 역으로 말하면 국민의정부-참여정부로 이어지는 시대가 대학생 참여를 필요로 하지 않는 시대였기 때문입니다. 그 기간 동안 태평성대랄 것 까지는 없어도 '미선이 효순이 사건', '탄핵 사태'를 제외하면 대학생이 나서야 할 만한 상황은 없었습니다.(황우석 박사 사건은 논란이 많으니 제외합니다)
물론 있기야 있었죠. 민노당이나 민주노총이 열렬히 나서던 사건들입니다. 아닌 말로 FTA 반대 시위에 참여정부 지지자가 시위 나서는 게 얼마나 이상야릇한 일인지 다들 아시지 않습니까?
시대가 달라졌다고 이런 관성이 쉽게 바뀌는 것도 아니고, 끊긴 시위 전통이 쉽게 되살아나는 것도 아닙니다. 개인적으로는 이제는 20대에게 접근하는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첨맘님의 강연 중에도 각 세대마다 다른 조건이 있다고 하신 바가 있죠.
나중에 기회가 되면 20대를 참여시킬 아이디어에 대해 써보겠습니다. 역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첨맘님이 일선에 나서신다는 전제 하에서(정치든 시민주권운동이든 간에), 20대는 첨맘님의 열렬한 지지자가 될 겁니다.
이건 다른 이야기인데 예전에 대통합민주신당 경선에서 이른바 '친노' 쪽이 실패한 큰 이유 중 하나가, 이해찬 전 총리를 대표 후보로 내세우신 것 때문입니다.
특히나 2, 30대가 자주 쓰는 모바일 투표를 하면서 20대에게 가장 인기 없는 이해찬 전 총리를 내세웠으니 성공할 리가 있습니까!(물론 지금은 서거 정국을 거치면서 좀 이미지가 달라지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물론 20대가 참여지향적이 아닌 게 사실입니다. 너무 태평성대를 겪어서 그런지, 취업난에 시달려서 그런지, 정치에 대해 별 개념이 없는 경우도 있고, 2007년에 MB를 지지한 케이스도 많이 봤습니다. 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40대 386 선배들이 경제를 살려야 한다느니 어쩌느니 하면서 MB의 열렬한 지지자로 활동하는 것도 엄청나게 많이 봤습니다.
시대가 달라졌는데 똑같은 기준을 적용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동시에 유권자를 탓해서는 세상을 바꿀 수 없습니다. 현실적인 조건을 인정하고 그 기반 하에서 설득과 변화를 일으켜야 합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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