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한국경제의 펀더멘탈은 튼튼하다며 제2의 외환위기를 줄기차게 부정을 하던 이명박정부가 드디어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동원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한 고강도 대책을 수립할 것이고 발표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인나 사후약방문이라는 아쉬움이 없지는 않지만 이제라도 정신을차리고 현실을 냉정히 보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다소 희망을 가질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근데 발표된 정책을 보면 위기감을 느끼지만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않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 지난 1개월 종합주가지수 추이
현재 위기의 원인과 현상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현재 한국경제의 위기를 부른 근본적인 원인은 미국발 서브프라임사태로 대표되는 금융위기이다. 그리고 이러한 미국발 금융위기가 전세계 금융시스템의 빠른 붕괴를 야기하였고, 종국에는 이와 같은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옮겨가는 과정에 있다는 것이 정확한 현실인식일 것이다. 전세계 금융시스템의 붕괴는 기축통화인 달러 유동성의 부족으로 연결이 되며, 실제로 경제구조가 취약한 일부 국가에서는 국가 부도 위기에 직면하게 되고, IMF의 구제금융에 의지할 수 밖에 없다.
한국의 상황은 어떠한가? 한국과 같은 신흥국가들의 경우 서방선진국과 달리 달러화와 자국 통화에 대한 스왑거래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항상 달러 유동성 부족에 대한 우려가 높은 시장이다. 즉 일본의 경우 일본 엔화가 세계적으로 통용이 되는 태환성 화폐이기 때문에 일본의 중앙은행과 미국의 중앙은행간의 외환스왑거래에 의해 달러를 공급할 수 있는 길이 있지만, 한국의 원화의 경우 자국내에서만 통행되는 화폐이기 때문에 이러한 거래가 원척적으로 불가능하다. 따라서 달러의 수급구조에서 취약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같은 경우에는 달러를 수급할 수 있는 경로는 두가지가 있다. 첫 번째가 상품거래를 통한 달러의 수급이 첫번째 경로고, 두 번째가 외국인의 직간접 투자에 의한 달러의 수급이 두 번째 경로이다. 전자를 경상수지에 의한 달러 공급이고 후자는 자본수지에 의한 달러공급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가장 큰 문제는 이 두가지 부분다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즉 누적 경상수지 적자와 함께 급격한 외국자본의 철수가 주가지수의 폭락과 환율의 상승, 이로인한 달러 유동성 문제를 야기하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현재 불균형에 이르고 있는 외환수지를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대책이 나와야 현재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수출보다는 내수회복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
경상수지의 적자 문제는 우리나라 혼자의 힘으로 극복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흔히 수출과 수입에 영향을 주는 요소는 여러가지 이다. 수출에 영향을 주는 것은 대표적으로 환율과 국제경제환경이다. 특히 침제된 국제경제환경을 고려한다면 수출의 비약적인 증가를 기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수입의 측면에서 본다면 우리나라 수입에서 가장 큰 변수는 환율과 국제유가이다. 현재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국제유가를 고려한다면 수입액은 줄 수 밖에 없지만 급속히 증가하는 환율에 의해 그 효과가 반감되고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한다면 경상수지의 적자를 일부 흑자로 전환될 수는 있지만 급속한 개선을 바라는 것은 한계가 있으며, 무엇보다도 이러한 경상수지를 개선할 수 있는 변수의 경우 한국정부의 통제권에 있지 않다. 따라서 이 부분에 대한 한국정부의 대책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자본수지는 어떠한가? 자본수지를 결정하는 대표적인 변수는 이자율과 국내경제환경이다. 현재 정부는 이자율의 하락을 예고하기 있고, 지속적인 환율 상승 가능성은 외국인의 이탈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하지만 이자율보다 더욱 중요한 변수는 수익률이다. 만일 국내 경제의 회복 가능성을 보여 앞으로 한국 자본시장에 투자를 하는 것이 다른 국가에 투자하는 것에 비해 높은 수익률이 기대된다면 이탈한 외국인의 투자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앞에서 살펴본다와 같이 수출이 큰 폭으로 상승할 수 있는 여력이 부족한 점을 고려한다면 내수경기의 회복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할 수 있다. 지난 참여정부가 국제경제환경을 바탕으로 한 많은 경상수지 흑자를 통해 외국인의 적극적인 자본투자를 유치하여 세계 4위의 외환 본유고를 쌓을 수 있었다면, 이명박정부의 입장에서는 내수경기의 진작에 더욱 주력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한 시점이라 할 것이다. 따라서 위기 초기 많은 경제전문가들이 적극적인 재정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것도 이러한 인식을 기초로 한 것이다.
재정정책과 감세정책의 허와 실
그간 정부는 많은 전문가들이 요구한 적극적인 재정정책 대신 감세정책을 줄기차게 주장을 해왔다. 하지만 이제서야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수립하겠다고 공포를 하고 있다. 하지만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추진함과 더불어 대규모 감세정책을 병행하여 추진하겠다고 한다. 필요에 따라서는 국가채무를 늘리더라도 이 두가지 정책을 병행을 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정부가 주장한 감세정책에는 그 나름대로의 한계가 있다. 정부가 주장하는 감세정책은 많은 부분이 고소득층에 집중되고 있음은 이미 주지의 사실이다. 법인세 감면은 재벌에게, 소즉세 인하는 고속득 계층에게, 종부세 완화는 많은 자산을 소유한 사람에게 집중이 되고 있다. 이것이 정부가 추진하는 감세정책의 첫 번째 한계이다. 또한 이론적으로 감세정책이 실제 소비로 연결되기 까지는 적지않은 시간이 존재한다. 또한 감세가 바로 소비의 증가로 연결된다는 실증적인 연구도 부족하다. 이것이 두 번째 한계이다. 이와 같은 점에서 비록 감세정책이 내수진작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유용한 도구임은 맞지만, 현재 정부가 추진한 방법으로는 그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왜 이러한 문제가 나타나는가? 그건 바로 한계소비성향(marginal propensity to consume)의 문제이다. 한계소비성향이란 소득이 한단위 증가함에 따른 소비의 증가분을 의미한다. 즉 추가적으로 1원의 소득이 증가했을때 소비가 얼마나 증가할 수 있는가를 나타내는 지표이다. 그리고 한계소비성향은 소득이 높을수록 감소한다고 하는 것이 한계소비성향 체감의 법칙이다. 이는 직관적으로도 이해할 수 있는 명확한 사실이다. 만일 지출이 소득보다 많아 적자에 빠진 가계의 경우 소득증가분을 모두다 소비하지만, 지출보다 소득이 높아서 여유가 있는 가계라면 소득 증가분 전체를 소비하지 않은다. 지금도 여유가 있기 때문에 증가하는 소득의 일부를 저축이나 투자의 형태로 소진할 개연성이 높다. 이러한 점을 고려한다면 현 정부가 추진하는 감세정책이 미래의 내수를 진작하는데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다는 점은 명확해 보인다.
그렇다고 재정지출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이론적으로 재정정책이 국내 경기에 반응하는 속도는 감세정책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앞서 살펴본 한계소비성향문제를 함께 고려하면 비록 정부가 과감한 재정정책을 통해 직접 지원을 하더라도 그 대상이 잘 선정되지 않는다면 정부가 생각한 충분한 효과는 나타나지 않을 위험성이 높다. 즉 돈은 돈대로 쓰고 내수경기 진작은 제한적이 됨은 물론이고 재정적자는 국가경제의 또다른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도 정부의 재정정책의 주 타킷이 재벌로 통용되는 거대기업에 집중이 되어 있다는 인식을 버릴 수 없다.
이러한 논의를 종합하면 이번 정부가 발표한 적극적인 재정지출의 확대는 분명 반길만한 정책임은 분명하며, 정말 처음으로 정부가 정책방향을 올바르게 수정했다는 부분은 평가를 하고 싶다. 하지만 경책의 조합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 따라서 이번 정부의 정책이 그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재정지출의 지원을 받는 계층이 저소득층이나 중소기업에 집중이 됨으로써 정부투자가 바로 내수진작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또한 현재의 상황에서 정부가 추진중인 감세정책은 그 효과를 예측할 수 없으며 효과가 나타나기 까지 상당한 기간이 걸린다는 점을 고려하고, 또 재정지출의 확대와 감세정책이 가져올 국가재정건정성을 고려한다면 일정기간 유보하는 것이 필요할 듯하다. 이를 통해 정부가 원하는 내수진작의 효과를 거둘 수 있으며, 한국 경제의 회복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
정책보다 중요한 것은 신뢰의 회복이다.
일반적으로 경제활동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예측가능성과 신뢰이다. 이러한 표현은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는 시장참가자의 심리적 요인에 있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그간 정부는 수많은 대책을 발표했지만 시장이 정부의 시그날에 대해 반대방향으로 작용한 가장 큰 이유는 더이상 시장 참가자가 정부정책을 신뢰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간 정부의 행태는 말바꾸기로 일관해왔다. 특히 그 정점에 대통령과 경제정책 수장인 강만수장관이 있다.
이번 정부의 발표를 보면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쏟아부어 내수시장을 진작시킬려고 하고 있다. 이것을 다르게 말하면, 이제 더이상 정부가 꺼낼 카드가 없다는 것이다. 이른바 정부가 배수진을 치고 내수진작에 올인한 것이다. 만일 이러한 정부의 정책이 그 효과를 충분히 거둘 수 없다면 어떻게 되는가? 그 이후의 상황은 생각하기도 끔직할 정도로 국민에게 유사이래 최대의 불행이 될 것이 자명하다.
새술은 새부대에 담으라는 옛 성현의 말씀이 있다. 그리고 그간 정부의 대책이 많은 부분 옳지 않은 방향으로 작용했다는 증빙은 도처에서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정부정책이 충분한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대폭적인 인적쇄신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이명박대통령은 지속적으로 이러한 시장의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이명박대통령이 이번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경제적 마인드나 지도력이 있는가에 대한 끈임없는 의심을 야기하고 있으며, 이는 전적으로 현실과 시장의 요구를 무시하고 외면한 대통령 자신의 책임임은 분명하다.
분명한 것은 이것이 마지막 기회라는 점이다. 즉 이번 정책으로 한국경제의 미래가 달려있다. 진정 이명박대통령이 경제를 살릴 수 있는 경제지도자라면 더이상 시장과 국민의 요구를 배반하는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 이를 통해 전국민의 단결만이 작금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