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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도 5월 중순까지만 해도 작금의 이 사태를 어떻게 봐야할지 혼란스러웠는데. 지금 이 사태는 거의 완전한 반정부시위라고 보는 게 옳을 것 같애.
이 말은 뭐냐 하면 만약 이명박이 미국이랑 쇠고기 재협상에 성공해서 30개월 미만 소만 들어오는 경우가 생기더라도 잠시 사태가 잠잠해질 뿐 근본적으로 해결되진 않을 거라는 거야. 시위 나가 자유발언 들어 보면 이미 쇠고기 문제에서 이명박 정부의 정책들에 대한 총체적인 부정으로 향하고 있어. 인터넷도 마찬가지지.
나름대로 내린 결론에 의하면, 사실 김대중, 노무현 민주정권 10년 동안 국민들은 다시 과거로 돌아갈 수 없을 정도로 탈권위주의, 민주주의의 세례를 받은 거지. 헌데 김대중, 노무현 정권에 국민들이 열렬한 지지를 보내지 않은 것은,
첫 번째가 조중동의 여론조작.
두 번째가 민주정부가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IMF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신자유주의적 경제정책이 도입된 점. (나라는 부강해지고 기업들은 살아났을지 몰라도 대다수 서민과 중산층은 점점 살기가 어려워졌거든, 일부 극빈층들에 대한 복지혜택은 강화되었지만)
세 번째가 1500년 동안 절대왕조체제에 살다가 일본 식민통치와 이승만 독재, 군부 독재, 문민 독재 정권의 경험으로 정권 자체에 대한 기본적인 불신.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로 대표되는 정부와 대통령, 즉 나랏님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습성)
네 번째가 집권여당인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의 지리멸렬.
이 정도로 요약할 수 있어.
노무현은 먹고 사는 문제에는 신경 안쓰고 맨날 거시적인 문제만 들쑤셔놨지. (개헌, 선거제도 개편, 지역구도 타파 등 사실 가장 중요한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은 먹고 사는 게 힘들고 아파서 당장 진통을 멎게해 줄 빠른 처방전을 원했는데 노무현은 진통제는 안놔주고 시간이 오래 가야 효과가 나타나는 체질개선에만 신경을 쓴 거야. 그래서 노무현 정부 동안 쌓인 스트레스가 경제살리기 이미지를 가진 이명박에게로 전이되어 대통령 먹은 거고. 또한 진보적 국민들이 정동영이라는 후보에 실망해서 투표를 대거 포기한 것도 있고.
그런데 이명박 취임하자마자, 영어몰입교육이니 0교시니 야자니 개지랄 떨면서 사교육비 폭등하고 애들 죽어날 교육정책을 내놔. 여기서 중고딩들 지대로 빡돌았지. 노무현 정부 보고 아마츄어 386 정부라고 욕하던 놈들이 내각이고 청와대 보좌진이고 죄다 강남 졸부들에 전문성이랑 개념 조또 없는 것들로만 싹 채워놨지.
취임 100일이 다 되어 가는데 이명박식 경제살리기는 결국 7~80년대식이라는 게 드러났지. 오일쇼크 나고 물가 뛰고 환율 뛰는데 제대로 된 대책은 없지. 국민생활과 직결되는 알짜배기 공기업들 (국민들의 세금으로 만든) 죄다 민영화(사유화) 시키려고 하는데 그 공기업들이 넘어가는 사기업들은 이명박 형이 고문으로 있거나 조카 새끼가 사장으로 있는 기업들이지. 미국, 일본, 중국 가서는 개등신 삽질 쳐해서 나라 망신시키고 나라 팔아먹는 짓만 하고 다니지.
지금 봉하마을 가면 노무현 집 앞에서 사람들이 아무 때나 동네 개 부르듯 불러 내. 그럼 노무현이 나와. 그래서 사람들이랑 얘기해.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심지어 김대중에게도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
노무현이 먹고사는 문제에 무관심한 것처럼 보이고 또한 제대로 해결을 못해서 실망했지만 정치 깨끗이 하고 사심 없이 국정운영에만 몰두하고 외국에게 당당한 대통령이었던 건 누구나 인정하지. (물론 조중동과 지역감정의 노예가 된 30% 정도는 제외하고)
헌데 이명박은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거나 올바른 대안을 제시하기는 커녕 오히려 훨씬 더 악화시키려는 게 눈에 뻔히 보이고 특히 외국에게 굽실대는 점, 그리고 대통령이라는 자리를 사유화하는 것처럼 보이는 점등이 맞물려서 도저히 이명박이라는 대통령 밑에서 국민으로서 사는 게 수치스럽다는 걸, 그리고 이명박 정권이 앞으로 4년 넘게 더 가면 그동안 힘겨웠던 삶이 훨씬 더 절단날 거라는 두려움을 느낀 거야.
물론 이건 지금 시위와 인터넷을 주도하고 있는 핵심 코어층의 정서지. 근데 문제는 이 정서가 지금 급속하게 퍼지고 있다는 거지. 들판에 불 붙은 것처럼.
이미 조중동은 인터넷 할 줄 모르는 노인네들만의 언론으로 전락했어. 요즘 시위하는 거 아프리카로 몇십개 채널에서 생중계해. 노트북이랑 마이크들고 중계하러 나오는 사람들이 십여명이야. 시위 안 나가더라도 밤새 아프리카 생중계 보며 경찰의 폭력진압에 분노하는 이들은 시위에 나오는 이들보다 훨씬 많아.
그리고 경찰의 폭력진압을 엑기스로 편집한 사진과 동영상들을 보는 이들은 훨씬 더 많지. 방송(특히 이명박 정권에 의해 사유화가 진행되면 조선일보한테 넘어갈 mbc)과 경향, 한겨레에선 인터넷에서 이슈화되면 꼬박꼬박 다 실어.
노무현 정권 때도 시위하다가 폭력진압으로 여러 명 죽고 다쳤지. 근데 그때는 시위 주체가 대부분 농민, 노동 단체들이었어. 시위 양상도 지금보다 과격했고 참여자도 그 단체 소속에 국한됐지. 그래서 노무현 정권 때는 FTA 반대 시위하다가 농민 두 명 죽어도 별 문제가 안됐어.
근데 지금은 여중생, 여고생이 처음 시작해서 일반 시민들이 주축이 된 시위에서 폭력연행과 진압이 빗발치고 있어. 사실 전경에게 머리 발로 밟힌 서울대 음대 여대생, 바지 벗겨져서 버스 위에서 추락한 사람들, 곤봉으로 뒤통수 직격으로 맞은 사람, 연행되는 와중에 주먹에 너클씬 전경새끼한테 뒤통수 맞아서 뇌출혈로 실려간 아저씨.
이 사람들 중에 누구 한 명 죽어도 이상할 거 없는 상황이었어. 아마 저번 주 폭력진압만 없었어도 시위가 이렇게 반정부적으로 급속히 변질되진 않았을 거야.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라는 나무라고 하지. 그 말이 딱 맞아. 브이포벤데타에서도 가면 쓴 여자아이가 형사에게 총맞고 죽는 걸 목격한 시민들이 분노해서 뛰쳐 나오지. 4.19는 중학생 김주열이 죽은 꼴을 보고서 일어났어. 5.18도 사망자 생기면서 격화된 거고. 6.10항쟁이 일어날 때까지 전대협이라는 대학생 반정부조직이 엄청난 탄압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건 광주가 흘린 피 때문이었지. 그리고 6.10항쟁의 도화선이 된 건 박종철의 죽음이고 결정타를 낸 건 이한열의 죽음이고.
작년에 화려한 휴가를 전국에서 700만명이 봤어. 28년 전 일이라 저랬구나 하고 다행스러워하기도 하며 안도하기도 하며 그 영화를 봤었던 젊은 세대들의 분노임계점은 예전 386세대들이나 4.19혁명 당시 민초들의 임계점보다 훨씬 낮아.
적어도 노무현 정권 때는 비무장한 일반시민들이 대규모로 반정부시위 한 적도 없었을 뿐더러 설사 했을지라도 이딴 식의 과격진압은 안했을 거라고 사람들이 믿고 있지. 진중권이 그러더라. 진중권 노무현 정부 시절에 졸라 노무현 까댔지. 근데 요즘 그래. 노무현이 지금 대통령이었으면 시민들 대표 뽑아서 청와대로 들어와서 같이 토론하자고 그랬을 거라고.
이미 김대중, 노무현 민주정권 10년을 경험한 진보적인 국민들에게 이명박의 리더십과 정책, 스타일 등은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인내하기 힘든 그런 게 된 거야. 사실 나조차도 이명박이 이 정도일 줄은 전혀 몰랐을 정도니 일반 국민들이야 어떻겠어.
이제 이 사태의 해결책은 이명박이 개과천선해서 180도 바뀌거나 아니면 대통령 내놓는 거밖에 없어. 근데 이명박이 개과천선할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가깝지. 그렇다고 이명박이 쉽게 내려오지도 않을 거야. 만약 요즘 떠돌고 있는 여대생 사망설이 사실이라면 내려올 수도 있겠지만.
이명박 지지율은 20%대로 고착화되어 있고 (말 안통하는 수구꼴통이 우리나라 국민 중 아직도 30%는 됨) 거리에선 매일이 아니더라도 매주마다 촛불시위 하고 거리시위 하는 풍경이 계속될 거야. 굉장한 국가적 낭비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