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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대포 맞고 왔습니다.
반전할까요 | 2008-06-01 08:04:55 | 조회 12249 인쇄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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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이라 빈둥거리다가 저녁 7시쯤 되니 촛불집회가 있다는 것이 생각나더군요.

 

대충 입고 있던 복장으로 시청 앞에 가서 빈 손으로 혼자 뻘쭘하게 서 있다가 이런 저런 분들을 만났는데, 시위대가 꼬불꼬불 이동을 하길래 그냥 무작정 따라 갔습니다. 근데 행렬이 을지로 입구를 지나서 한국일보 사옥까지 오더라구요. 청와대의 턱 아래까지 온 거였죠.

 

거기서부터 지리한 싸움의 시작이었습니다. 

 

저녁 10시부터 경복궁 넘어가는 길을 막고 있는 버스 틈 사이로 시위대가 스물스물 기어들어 가더니 광화문에서 삼청동 가는 길 그 사이를 꽉 메워버렸습니다. 사람들한테 밀리고 밀리고 하다 보니 버스로 바리케이드 쳐놓은 곳 바로 앞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거기서 소리 좀 지르고 있으니, 물대포를 쏴버리더군요.

 

 

머리털 나고 처음으로 물대포라는 걸 맞아봤는데, 새벽이라 바로 오한이 돌더군요. 한번 쏘는 걸로 그치지 않고 몇번을 쏟아붓는데 물의 힘이 그렇게 무서운지 처음 알았습니다.

 

다행히 위시리님과 연락이 되어 광화문에서 동사하는 신세를 겨우 면한 주제에, 흥분이 가시질 않아 그 뒤로도 물대포 쏘는 것만 보면 일부러 달려들고 그랬습니다. 근데 뛰어가면 분사를 멈춰서 좀 싱겁긴 했습니다. 이래저래 대치하다 동틀 무렵이 되니 물대포를 좍좍 뿜어주시더군요.

 

경복궁 반대편으로 넘어가던 시위대들이 진압에 밀려 우리가 있던 위치까지 오게 되었고, 결국 인사동 입구까지 왔는데, 상황을 보니 그리 희망적이지 않아 오늘 저녁을 다시 도모하고자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좀 비겁하고 미안하다는 느낌은 있었지만 꾸준한 싸움을 위해서는 채우고 쓰고 채우고 쓰고를 반복해야겠다는 생각이었죠.

 

 

시위현장에서 느낀 것인데, 정부가 자꾸 국민의 똘레랑스를 자극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들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임이 분명하지만 허심탄회한 대화와 진실을 원하는 국민 앞에 갖다 놓는다는 것이 속이 뻔히 들여다보이는 거짓말들과 공권력에 의한 탄압이니 말입니다. 삶에 대한 순수한 열망과 의지로 똘똘 뭉친 그러면서도 스스로의 행동론을 적절히 통제하는 대중에게 그들은 이미 져버린 게임을 지속하고 있는 게 아닐까란 생각이 드네요.

 

정말 그들은 아직도 지지않았다고 믿는 것인지, 아니면 대중이 자신의 힘을 아직 과소평가하고 있는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모두에게 공평한 은혜를 내려주는 시간은 누구의 승리인지를 분명하게 판가름 내주겠죠.

 

그 시간이 우리의 편이라는 것을 믿으며, 오늘 저녁 저는 다시 한 번 나가보렵니다.

 

 

사족을 덧붙이자면, 나올 수 있는 분들은 주저말고 최대한 나와주십사 하는 것입니다. 얼마 멀지 않은 것 같습니다. 물론 그 끝이 우리에게 달콤한 열매는 아니겠지만, 적어도 우리가 우리의 꿈을 위해 걸어가는 길에 있어서는 돌아가는 것보다 짧은 길이 되어줄 것입니다.

 

     

촛불시위, 물대포, 청와대
덧글쓰기 | 전체글 10건이 등록되어 있습니다
베고-꽃잎222  

부산집회에 참석했습니다만 5000명 참석자가 대체로 평화적이었습니다.
경찰병력이 서울로 집중되는 것을 막으려면 부산에서도 좀 더 강하게 나가야 되는게 아닌가
생각되네요. 수고 하셨습니다.
08-06-01

아랑아빠  

지방에 사니 마음 뿐입니다.

며칠 전 방화관리자 교육중 소방관에게 들은 말이 있습니다.
보통 소방차(이번에 물 대포 쏜 차)중 가장 큰 차는 물 그대로 틀면 4분이면
물 다 떨어집니다. 다른 물 차가 공급해주지 않으면 물이 끊기지요.
저들이 시위대에 몰려 심각한 상황이하 빨리 진압해야 한다는 순간에
쏘니 당연히 노즐 다 열고 최고 압력으로 쏠 겁니다. 4분이면 물 떨어지고
물대포 못 쏩니다. 다른 차에서 쏠 수 밖에요.
물론 거리의 소화전에서 물을 끌어서 소방차에 공급할 수도 있지만
시위대가 어디로 갈 지 모르는 상황에서 물대포가 나왔다면 그런 건
준비 안하고 쏘았을 것입니다.
결국 물 대포차는 한 차에 4분 간다고 생각하시고 대책 세우시면 될 듯.

어제 포항에서는 교통경찰 4,5명이 집회 참가자들의 안전을 보호하면서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촛불을 들었는데 서울은 난리였네요.
08-06-01

아닙니다  

현장에 안가보셨죠?
일반 물대포차가 아닙니다.
10분을 쉬지 않고 쏘더군요.
님 말씀대로 소화전에 아예 연결해놓고 쏘는것 같았습니다.
08-06-01

아놔  

저기 두반째 머리통 맞는분 머리 괜찮을까요??

저거 살인 미수죄 아닙니까????

여러분들은 저거 보고 열 안받나요?
08-06-01

현장에서  

저 사람 맞자마자 그 자리에서 실신했습니다.
버스 위에서.............
08-06-01

늘푸른햇살  

머리를 맞은 여학생은 도로 한가운데에서 후퇴하는 과정에서 넘어졌는데 전경이 달려가면서 머리를 친겁니다. 동십자각 앞에서 그 광경을 본 시민들이 많이 있읍니다. 저또한 그자리에 있었구요..
08-06-01

폐인  

아, 이 처참한 광경을 다시볼 줄이야...
08-06-01

위시리  

어제 그 곳엔 총회에서 종종 뵀던 낯익은 시민광장 회원 여러분들이 참 많았답니다.
오늘은 사정상 못 나가지만... 모두들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맘 뿐입니다. 휴!
반전할까요님....제발 몸 조심하고...
08-06-01

베고-꽃잎222  

MBC에서 위 여학생 구타장면 목격자 또는 촬영자의 제보를 기다린다는 글을 어디서 본 듯 한데.
08-06-01

최헌규  

반전님이신가요? 반갑습니다. 부디 몸조심하시고요...!
08-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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