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고 사랑하는 유시민 의원님.
시사투나잇 인터뷰를 봤습니다. 담담하게 보자 단단히 맘 먹었지만 눈시울이 붉어지는 건 어쩔 수 없더군요. "금뱃지 떼는 연습"이 아니라 "정치에 정 떼는 연습" 하시는 듯 보여서 지지자의 한 사람으로서 슬프기도 하고 좀 서운하기도 했습니다.
리노베이션 등을 위해 서둘러 의원실의 책장을 직접 정리하시는 모습에 후임자를 위한 따뜻한 배려가 돋보여 흐뭇하기도 했지만, 아직 임기가 남았는데 서두르시는 게 아닌가 싶어 속상했습니다. 낙선하신 게 분명한 사실이지만, 사실이 어떻든 못나게도 전 아직도 조만간 의원님이 국회를 나가셔야 한다는 걸 믿고 싶지 않았거든요.
직원들 일자리 걱정 하실 땐 제 맘도 짠했고, 누군가 도와주었던 모든 걸 혼자 하셔야만 한다는 말씀엔 저라도 대신 해 드릴 수 있다면 해 드리고 싶은 맘이 들었습니다. 이제 곧 자연인으로 돌아가셔야 할 때가 임박했고 그러기 위해 적응기간이 필요한 것이라고 하셨죠.
겉으론 항상 웃으면서 쿨하고 발랄하게 선거에 임하셨지만, 그동안 선거 치르시느라고 얼마나 몸과 마음 고생이 심하셨겠습니까. 국민이 주는 밥 먹고 살 찌면 안된다는 말씀 하실 때 쾡한 눈매와 움푹 패인 볼은 가슴이 미어지는 감동을 지지자들에게 주었지요. 쉬셔야지요. 작게는 미모 회복을 위해서, 크게는 미래에 큰 일을 하기 위한 재충전을 위해서.
쉬셔야 하는데 정말 죄송한 말씀이지만...
당장 다음달부터 이명박 정부가 미국 쇠고기를 연령과 부위 제한 없이 검역주권까지 내팽개치고 수입한다고 합니다. 전 요즘 신문 방송 인터넷 보기가 겁납니다. 한반도 대운하, 영어몰입과 교육자율화, 법인세 인하와 부가가치세 인상, 뉴타운, 의료보험 당연지정제 폐지 우려까지 온통 나라가 미쳐 돌아가고 있는데 미친 소까지 수입한다니요.
이건 아닙니다. 정말 이건 안됩니다. 이명박 정부의 정책 중에 어느 것 하나 걱정이 안 되는 정책이 없지만, 미국 쇠고기 수입제한 철폐 조치만은 막아야 합니다. 한시가 급합니다. 이제 라면부터 설렁탕, 햄버거, 피자, 과자, 캡슐약, 화장품, 수술, 수혈 등등 맘 놓고 먹을 음식도 없고, 맘 편히 쓸 수 있는 상품도 없고, 병원 가기도 무섭습니다.

지나치게 과도한 걱정인가요?
혹시 그렇다면... 보건복지부 장관이셨던 의원님께서 과도한 걱정이라고 조목조목 짚어 주신다면 그래도 걱정이 조금은 덜어질 것 같기도 합니다. 혹시 제가 보고 들은 정보가 과도한 걱정이 아니라면... 의원님께서 다시 힘을 내셔서 바빠지셔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국민의 생명권이 걸린 문제입니다. 생명권보다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이 있을까요? 그 어떤 원칙과 상식을 추구하는 가치도 생명권에 우선하지 않습니다. 제발 우리 대한민국 국민들의 위협받고 있는 생명권을 지켜주세요. 5월까진 국회의원 신분이시라고 들었습니다. 아니 의원 신분이 아니고 자연인 신분이라 하더라도 슬픔과 노여움에 화염병을 다시 드는 심정으로 싸워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대구 국회의원 선거에서 낙선하셨다 해서 국민의 신임을 못 얻고 정치적 사망 선고를 받았다고 저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끝까지 의원님을 믿고 지지하는 많은 지지자들이 있고, 더 많은 국민들이 어떤 식으로든 의원님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번 미국 쇠고기 수입 자유화 조치 건을 참여정부 아래서 이뤄진 합의에 따라 그 일정에 따라 진행시킨 것 뿐이라는 말을 하고 있습니다. 참여정부의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내신 분으로서 국민들께 이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해명하실 건 해명하시고, 분노하고 불안해하는 국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참여정부는 실패하지 않았습니다. 시민광장의 유티즌들을 비롯한 진보개혁 세력을 지지하는 많은 국민들은 언제가 될진 모르겠지만 참여정부의 가치를 계승하는 유연한 진보정당의 출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유시민 의원님의 똑부러지는 멋진 대국민 서비스를 학수고대하며 오늘도 잠 못 이루고 있습니다.
부탁드립니다.
P.S. 의원님께서는 금뱃지는 내려 놓으시더라도 국가와 국민을 위한 마음만은 늘 지니고 계실 거라 믿습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