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편_ 다시 투표에 불참한 유권자들을 변명하며
제가 '소비자와 공급자의 관점'으로 한국 정치를 분석한 바 있는데요. 그 글의 핵심은 '소비자들이 구매할 만한 상품을 만들자'와 '똑똑한 소비자가 되자'로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
불량품을 걸러내는 안목을 기르고, 불량품 불매운동도 하고, 동시에 우리 스스로 좋은 상품을 만드는 대안만들기까지를 총체적으로 일컬어 시민주권운동이라고 한 바 있습니다.
이 글에 대해 여전히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던 유권자들을 질타하는 목소리도 있더군요. 그 심정 이해합니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입니다. 이해하는 정도입니다. 현상에 매몰된 감성의 발현으로 이해합니다.
이제 구체적인 수치로 분석해봅니다. 왜 기권한 국민들을 욕해서는 안되는지.
먼저 역대 대선 투표율과 득표율을 표로 정리했습니다. (역대 총선은 따로 만들지 않았습니다. 선관위 홈페이지 들어가서 수치 확인하고 별도로 정리해야 하는데 기왕에 만들어놓은 자료를 재활용합니다. 흐름은 마찬가지니깐)
혹시 제가 예전에 2007년 대선결과를 분석한 글을 보셨는지요? (‘진짜 통합과 가짜 통합, 지난 대선이 주는 교훈은 무엇인가?)
이 글에서 핵심적인 몇가지 통계가 있습니다. 소위 민주평화개혁세력의 고정지지표는 600만표 내외라는 점과 반면 한나라당의 고정지지표는 1000만표라는 사실입니다. 이 수치는 87년 대선 이후 역대 대선을 분석한 결과치입니다. 동의하지 않는 분은 제 분석결과를 뒤집어주세요.
이제 지난 대선 결과를 보실까요?
▲ 2007년 대통령 선거 후보자별 득표현황
전통 민주당 지지세력은 위의 통계를 아전인수식으로 자꾸 해석을 합니다. 즉 17대 대선만 놓고 본다면 정동영을 지지하지 않고 문국현과 권영길을 지지한 표도 민주당을 지지할 수 있는 표로 말입니다. 이건 대단한 착각입니다. 그래서 자꾸 망하는 길만 찾아다니게 되는 것이기도 하구요.
옆길로 샐 것 같아서 끊습니다. 방금 이야기는 위에 링크를 걸어놓은 글에 자세하게 분석해놓았습니다.
이 글의 본론은 기권한 국민들을 왜 욕하지 말아야 하는지에 대한 분석글입니다.
17대 대선결과를 보면 정동영 611만표, 이명박 1150만표, 이회창 355만표, 문국현 137만표, 권영길 71만표입니다.
그렇다면 이번 총선 결과를 보겠습니다.
총 유권자 수 : 3779만6035명
총 투표자 수 : 1738만9206명 (투표율 46.0%)
그렇다면 지난 대선 당시는 어땠을까요?
총 유권자 수 : 3765만3518명
총 투표자 수 : 2373만2854명 (투표율 63.0%)
비교해 보시죠. 총 유권자 수는 별로 달라질게 없겠죠? 불과 넉달도 안된 간격으로 선거가 치러지니깐요. 그런데 투표자 수는 얼마가 줄었죠?
투표자 수 증감 : 2372만2854명 - 1741만5305명 = 730만7549명 (감소)
무려 730만명이 투표에 불참했습니다. 2007년 대선을 기준으로 말이죠. 렇다면 각 정당 득표현황을 보실까요?

▲ 18대 총선 각 정당 득표수 및 득표율
이번 총선에서의 각 정당 득표수를 계산할 때 몇가지 변수가 있습니다. 그 변수를 종합하여 지난 대선 결과와 비교하면 유의미한 분석이 나올 듯 합니다.
간단하게 비교표로 정리합니다.
표를 대충 만들었는데요. 일단 기독당을 제외했습니다. 한나라당에 포함시키는 데 이견이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증감을 한번 볼까요?
한나라당 : 1149만2389표 - 755만6951표 = 393만5438표
자유선진당 : 355만9953표 - 106만8179표 = 249만1779표
민주당 : 617만4682표 - 373만2582표 = 244만2100표
창조한국당 : 137만5498표 - 55만1198표 = 82만4300표
민주노동당 : 71만2121표 - 128만6219표 = -57만4098표
대선과 총선에 대한 관심도가 다르다는 점을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각 정당의 지지표를 보면 알 수 있는 현상이 있습니다. 민주노동당을 제외하고는 모두 엄청난 지지층 이탈이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한나라당을 지지했던 표가 무려 400만표 가까이 증발했습니다. 자유선진당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그래도 한나라당 지지표가 750만표가 넘죠? 이게 한나라당의 실력입니다. 투표율이 높은 50대 이상 연령층은 죽어라고 한나라당을 지지하거든요. 그렇다면 어디서 이탈했을까? 40대 이하의 한나라당 지지자들이 대거 이탈한 겁니다. 이 부분은 중앙선관위 통계가 내년쯤 나올려나? 어쨌든 각 연령대별 투표율을 근거해 추론하면 불가능한 추론이 아닐 것입니다.
2007년 대선 연령대별 투표율을 볼까요?
20대 후반 42.9% < 20대 전반 51.1% < 30대 전반 51.3% < 19세 54.2% < 30대 후반 58.5% < 40대 66.3% < 50대 76.6% < 60세 이상 76.3%
이 통계도 중앙선관위가 10% 표본을 추출해서 뽑아낸 수치입니다. 즉 전국 통계는 아니지만 표본집단이 크기 때문에 오차가 크지 않습니다. 하여간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이러한 연령대별 투표율 순위는 바뀌지 않았을 겁니다. 다만 투표율에는 변동이 있었겠죠. 어디서? 50대 이하에서 투표불참이 많았지 않을까 합니다.
자 위의 각 정당 통계로 돌아가시죠. 제가 여기서 말씀드리고자 하는 것은 어느 정당을 막론하고 대규모 지지층 이탈이 있었다는 걸 말씀드리는 겁니다. 특정 정당에서만 이탈이 일어난 게 아니라 전반적인 현상이라는 것이죠.
지난 대선 투표자수에서 이번 총선 투표자 수를 빼면 투표 불참자 수가 나오는데, 앞서 말씀드렸듯이 730만7천여표가 이탈했습니다. 그런데 한나라당, 민주당, 자유선진당, 창조한국당에서 이탈한 숫자는 더 큽니다. 거의 970만표입니다. 240만표는 어디로? 그야말로 증발한 겁니다. 지지정당이 없는 부동층으로 갔거나, 여기저기 대충 표를 던졌거나 둘 중 하나가 되겠죠.
여기서 소위 진보세력만 계산해볼까요? 민주당과 창조한국당에서 증발한 표가 327만표 정도 됩니다. 민노당과 진보신당이 추가한 표는 57만여표입니다. 차이는 대략 250만표가 되는군요. 250만표가 사라졌습니다.
한나라당 400만표, 소위 진보세력 250만표 = 650만표
지난 대선에는 참여했다가 이번 총선에서 불참한 730만표와 엇비슷한 수치이지요? 저는 이 표를 부동층으로 보는 겁니다. 자유롭게 왔다갔다 할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자 그렇다면 과연 이 사람들을 탓할 수 있는가? 라는 문제제기를 하는 겁니다. 도저히 찍을 사람과 정당이 없다는 사람들이 엄연히 존재하는 겁니다. 왜 이걸 애써 무시하느냐는 겁니다. 물론 이 부동층이 확고한 이념지향성이 부족하거나 각성이 부족하다고는 말할 수 있겠지만, 보통의 일반인은 바로 이 사람들이 표준이 아닐까요?
이번 선거결과를 가지고 국민들이 보수를 선택했다는둥, 창조한국당 문국현이 남는 장사를 했다는 둥 하는 소리는 죄다 본질을 비껴간 헛소리라는 겁니다. 정치판 전체가 비토를 당했는데 어느쪽이 이겼다, 어쩌고 저쩌고... 한심합니다.
그리고 이 사람들은 구매할 상품이 없어서 쇼핑 자체를 거부하겠다는 데, 아직도 신성한 국민의 의무를 외치면서 투표를 하지 않은 것은 죄악이라는 둥, 주권의식이 없다는 둥, 그렇게 욕하고 나면 뭐가 남죠?
제가 앞서의 글에서 말씀드린 것은 살만한 물건이 없어서 쇼핑 자체를 거부한 700만이 다시 구매의욕을 가질 수 있는 상품을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고, 동시에 그 사람들과 일상 생활 속 여러 분야에서 공동의 이익을 만들어서 이를 관철해나가는 운동, 즉 시민주권운동을 펼쳐나가는 것이 이 사회를, 공동체를 올바른 길로 끌고 가는 방법이라고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노공이산님께서 봉하마을에서 실천하고 계시잖아요.
누구를 찍었든, 그 사람들을 함부로 적으로 규정하고 달려들 것이 아니라, 그 사람들과 '시민으로서의 동질성을 확보'하고(대운하와 민영의보 반대같은 사례가 해당되겠죠), 그 기반위에서 '공동의 이익'(정치인의 이익이 아닌 시민의 이익)을 추구하다보면 니편, 내편, 나는 민주당편, 너는 한나라당편으로 갈라져서 쓸데없이 힘빼는 일이 줄어들거라고 보는 겁니다.
현실정치 측면에서는 유시민의원이 이번 총선에서 모범적으로 실천했잖아요. 대구시민을 적으로 규정하지 않고, 그 사람들에게 무엇이 이익인지 자꾸 설명하고 대화하는 겁니다. 앞으로도 계속 대구시민들과 대화할거라고 포부도 밝혔지요? 그렇게 가는 겁니다.
특히 한나라당을 미워하시는 분들. 저도 님들 만큼 미워합니다. 그 사람들을 모조리 멸절시키고 싶지요? 완전히 사라지게끔 하고 싶지요? 그러나 현실은 그걸 허락지 않습니다. 때려죽여도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1000만표가 굳건하거든요? 유시민은 그 1000만표의 심장부로 들어간겁니다. 그들을 궤멸해야 할 적으로 규정하지 않고, 정치인들의 논리, 정치공학에서 벗어나 시민들의 이익을 중심으로 정치를 말할 수 있는 '시민으로서의 동질성 확보'를 위해 걸어들어간 겁니다.
일부는 노무현 대통령의 짝퉁으로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시던데요. 유시민이 그렇게 어리석은 사람 아닙니다. 노무현은 그 시대의 소임을 다한 것이구요. 지금은 새로운 과제가 있는 겁니다. 환경이 달라지면 방법도 달라지고, 사양이 달라지면 사용법도 달라지는 겁니다. 어설픈 정치공학으로 자꾸 세상을 들여다보고, 니편 내편 갈라놔봐야 백년을 가도 한나라당 절대 못이깁니다.
정치현실을 말하면서 저의 이런 이야기를 자꾸 이상적인 것으로 치부하시는 분들, 누가 더 현실적인가요? 님들이 반한나라당 깃발이 현실적일까요? 제가 말하는 게 현실적일까요? 단언컨대 반한나라당 깃발로는 백년 천년을 가도 절대 못이긴다는 사실입니다.
하여간 투표에 불참한 국민들 욕하지 마세요. 구매의욕을 상실한, 그렇게 상실하게끔 만든 한나라당과 민주당 등 기성정치판을 밑에서부터 근본적으로 갈아엎을 궁리나 같이 하시죠.
(그냥 생각나는대로 죽 내려 쓴 것이라 허점이 많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특히 통계에 있어서 잘못된 것이라 생각되는 부분이 있으시면 댓글 주세요. 같이 고쳐나가면서 완성하는 재미, 이게 민주주의2.0의 정신이 아닐까 합니다)
3편_ 투표율 저하는 이명박 정권 심판이 시작됐음을 알리는 것
투표율이 높았으면 한나라당 단독으로 200석
범보수세력 지지했던 유권자 대거 기권, 심판은 시작됐다
세 번째 글입니다. 이번 총선 투표율을 놓고 어떻게 분석해야 하는지에 대해 저 나름대로는 정말 치열하게 사색하면서 미래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일단은 많은 분들이 공감을 해주고 계시겠지만, 찜찜한 구석이 분명 있을줄 압니다.
그래도 그렇지 투표불참을 적극 옹호할 일이냐는 반응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해합니다. 그러나 이 수준을 넘어서 투표불참에 대해 격한 반응을 보이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기도 하고, 찜찜하신 분들께도 무언가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세 번째 글도 씁니다.
일단 1편과 2편의 글을 링크로 올려드립니다.
1편 - 소비자를 배제하는 정치에 투표율 저하는 당연한 것
2편 - 투표에 불참한 국민들 욕하지 마세요
총선의 낮은 투표율, 이미 국민의 심판은 시작되었음을 예고하는 것
먼저 17대 대선 투표율은 63.0%였습니다. 이 투표율은 노무현 대통령님 탄핵 직후에 있었던 2004년 17대 총선 당시 투표율과 비슷한 수치입니다.(이 통계도 유의미합니다. 나중에 따로 설명)
그리고 이번 18대 총선 투표율은 46.2%였죠. 그래서 이런 결과가 나왔습니다.
| 2007년 대선 2008년 총선 증감
한나라당 : 1149만2389표 - 755만6951표 = 393만5438표 감소
자유선진당 : 355만9953표 - 106만8179표 = 249만1779표 감소
민주당 : 617만4682표 - 373만2582표 = 244만2100표 감소
창조한국당 : 137만5498표 - 55만1198표 = 82만4300표 감소
민주노동당 : 71만2121표 - 128만6219표 = -57만4098표 증가 |
앞의 숫자는 2007년 대선 결과이고, 뒤는 이번 총선 결과입니다. 증감을 한번 보시죠.
이걸 범한나라당 진영, 즉 범보수세력과 민주당을 위시한 범진보세력으로 합산해서 볼까요?
|
<2007년 대선>
범보수세력(한나라당 + 자유선진당) = 1505만2342표
범진보세력(민주당 + 창조한국당 + 민노당) = 826만2301표
득표수 차이 = 679만0041표
<2008년 총선>
범보수세력 = 862만5130표
범진보세력 = 556만9969표
득표수 차이 = 305만5161표
<각 세력의 증감>
범보수세력 = 642만7217표 감소
범진보세력 = 269만2302표 감소 |
이 수치를 보면서 뭔가 느껴지지 않습니까? 아무리 총선이라고는 하지만 2004년 총선 투표율은 바로 지난해 대선 투표율과 거의 일치합니다. 63% 내외로 말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투표율이 46%대로 내려앉았지요? 2004년 총선과 2007년 대선에 참여했던 유권자의 17%가 일순간 빠져 나간 겁니다.
특히 범보수세력을 보세요. 지지층의 거의 40%가 빠져나갔습니다. 비율로 환산해볼까요?
범보수세력 : 57.3% 잔류, 43.7% 이탈
범진보세력 : 67.4% 잔류, 33.6% 이탈
이제 감이 오시죠? 이명박 정권의 실정은 이미 심판에 들어간 겁니다. 범보수세력을 지지했던 유권자의 이탈은 정말 심각한 수준인 겁니다.
반면 범진보세력은 10% 포인트 정도 이탈률이 낮았습니다. 그러나 비젼 제시의 부재로 인해 이탈 자체를 막아내지는 못한 게 이번 총선입니다.
제가 왜 투표에 불참한 유권자들을 욕하지 말라고 했느냐? 이 유권자들은 2004년 총선과 2007년 대선에 참여했던 사람들입니다. 즉 열린우리당을 과반수로 만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함과 동시에 이명박의 압승에도 공헌한 사람들입니다. 지금 여러분들은 이 사람들을 욕하고 있는 겁니다. 마치 미래는 필요없다는 식으로 말이죠.
투표는 신성한 의무라는 둥, 의식수준이 낮다는 둥 말씀하시는 분들의 심정은 이해하지만 말이죠. 냉정하게 말해서 2007년 대선 투표율이 그대로 유지됐으면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아세요?
친박연대와 자유선진당을 제외하고 한나라당 자체만으로도 200석 돌파합니다. 민주당? 50석 건졌을까요? 창조한국당? 2석 될까 말까? 민노당? 3석?
지난해 대선 결과를 얕잡아 보지 마세요. 그나마 형편이 나아진 겁니다. 그것도 범보수세력을 지지했던 유권자들의 43.7%나 이탈하면서 민주당이 ‘80석이나’ 건진 겁니다. 현실은 냉정하게 파악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범보수세력을 지지했던 유권자들의 투표포기는 괜찮고, 범진보세력을 지지했던 유권자들이 기권한 건 욕먹을 일인가요? 도대체 통합민주당이 어떤 비젼을 제시했나요? 기껏해야 ‘견제세력’ 운운했어요. 그러니 찍을 사람과 정당이 없다고, 오죽했으면 투표용지에 그렇게 쓰기까지 했겠습니까? 그렇다면 투표장에라도 간 사람은 나은 편이고, 안간 사람은 형편없다구요?
과거 독재시대부터 21세기 오늘날까지 한번도 빼놓지 않고 투표에 꼬박꼬박 참여하는 노인분들은 대단한 '주권자'가 되겠군요.
저는 기권행위도 정당한 의사표시로 인정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습니다. 이번 총선에서 대거 투표를 포기한 유권자들은 구매욕구를 자극하는 정치판이 열리면 다시 복귀할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여러분들이 욕하는 이 사람들이 바로 2002년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만드는 데 한표를 보탰던 사람들이고, 40석 조금넘는 벤처정당 열린우리당을 졸지에 과반수 1등 정당으로 만든 사람들이며, 동시에 이명박에게 압승을 안겨준 사람들이기도 합니다.
저는 이 사람들을 우리 편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걸 말하고 있습니다. 그냥 욕이나 하고 있어봐야 생산적인 거 하나도 없어요. 정치에 대한 구매욕구를 가질 수 있는 신상품을 만들거나, 기존 제품 가운데 고쳐쓸 수 있으면 잘 고쳐서 구매하도록 하자는 미래의 비젼과 대안을 제시하고 있는 겁니다. 그래서 프로슈밍 개념까지 들먹거린 것이구요.
이 얘기는 이만 합니다. 숫자가 충분히 말해줬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반박할 때는 글 올린 사람이 시간과 수고를 들여서 자료를 만든 만큼은 아니더라도 최소한의 정성은 갖춥시다. 아무런 근거와 팩트도 없이 주장만 툭 던지는 거 조중동문만으로도 지겹습니다.
대의민주주의의 위기와 함정, 그리고 대안 모색
제가 앞서 올린 두 편의 글과 지금 세 번째 글이 끊임없이 사색하고 있는 주제는 대의민주주의의 위기입니다.
그토록 신성하게 여기는 주권자들의 유일한 힘, 바로 '투표권'입니다. 제가 자꾸 반복해서 사용하지만 국가로부터 하사받은 투표권 한 장 달랑 받아든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자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투표권 가진 역사는 불과 60년 밖에 안됐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안겨진 민주주의를 한다고 투표권을 행사하기 시작했지요. 그래서 투표권 한 장을 무지 소중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짙습니다. 특히 노인 분들을 보면 투표에 목숨 건 사람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왜 국가로부터 하사받았다는 표현을 쓰는가? 실제 그렇기 때문입니다. 무슨 당연한 권리가 아닙니다. 선진국이라는 미국과 영국이라는 나라들도 20세기 초반과 중반까지 여성과 흑인에게 투표권을 부여하지 않았던 역사가 있습니다. 그래서 국가로부터 하사받은 투표권이라고 표현한 것이구요.
저는 이 투표권의 함정이야말로 대의민주주의를 심각하게 위기로 몰아가는 주범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습니다. 투표권 하나로 모든 걸 해결하려는 경향이 강하다는 겁니다. 몇 년에 한번 투표권 한번 행사해놓고서는 주권자로서 할 일은 다 했다는 듯이 대통령한테 모든 걸 책임지우는 행태, 국회의원들에게 모든 걸 뒤집어 씌우고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 행태, 이런 무책임의 원천이 바로 '신성한 투표권 행사'라는 인식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합니다.
노무현 대통령 임기 동안 숱하게 지켜봤지 않습니까? 대통령으로 뽑아준 거 말고는 책임감있게 대통령의 국정을 지켜보면서 제대로 평가한 걸 보지 못했습니다. '투표권=신성한 주권행사'라는 이 무지막지하고 사람들 겁주는 공식에서 생겨난 가장 큰 폐단, 바로 투표권 한 장에 도장 찍는 것으로 모든 권리와 책임을 다했다는 의식입니다.
저는 감히 선언합니다. "투표권 한 장으로 역사를 바꾸는 시대는 끝났다."고. 투표권이 신성한 주권행사이자, 주권행사의 모든 것으로 포장된 것은 주권자인 국민들이 권력에 간섭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수단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더 이상 우리나라가 이런 수준은 아니잖습니까? 적어도 독재와 권위주의 시대는 건너갔다고 봅니다. 투표권 한 장 말고도 주권자로서 행사할 수 있는 권리는 정말 많습니다.
그걸 저는 정치영역에도 소비자 개념을 적용한 것입니다. 경제영역에만 소비자주권운동이 있으라는 법은 없지요? 언론에도 소비자주권운동은 필요한 것이고, 문화에도 필요합니다. 국가과 국가의 외교관계에서도 주권이 필요한 것이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간에도, 지방자치단체와 주민들 간에도 정당한 권리행사가 보장되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이 모든 영역에서 주권자로서 권리를 행사하고 책임을 다할 수 있어야 하고, 이런 운동을 펼쳐나가자는 게 바로 시민주권운동이 아닐까 합니다.
이번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을 지지하는 것 말고 대안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습니다. '대안이 바로 시민주권운동이다.'라고. 오늘 글이 이 답변에 대한 보충설명이 될 것 같습니다.
하여간 저의 결론은 이렇습니다. 투표권 행사가 주권의 모든 게 아니다라는 것, 그리고 오늘날 투표 포기행위는 정치에 대한 불신의 의사표시로 인정받아야 하며, 투표를 포기한 유권자들이 즐겁게 투표에 참여할 수 있는 새로운 상품을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며, 유권자들이 새로운 상품 개발이나 기존 상품의 리노베이션에 참여할 수 있는 통로가 확보되어야 하며, 그와 동시에 우리 일상생활 속에서 시민주권운동을 펼쳐나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생활 속에서의 시민주권운동도 굉장히 많이 있을 겁니다. 앞으로 논의가 무르익어 개념이 정립되고, 각자가 잘 할 수 있는 실천영역이 나오고 그러면 본격적으로 시작될텐데요. 저는 초등학교 3,4학년에 다니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학교운영위원회에 참여해볼까 생각중입니다.
현실 정치판에만 관심을 기울일 게 아니라 내 생활주변에서 주권자로서 권리와 책임을 다할 수 있는 영역을 찾아볼 생각입니다. 봉하마을에서 화포천 살리기, 봉화산 숲가꾸기, 장군차 심기, 친환경농사 등 다양한 활동으로 '봉하마을에 거주하는 주인으로서 주인역할을 할려고 노력'하고 계시는 노공이산님처럼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