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마케터님이 좋은 글 올려주셨습니다. 뭔가 논의의 틀이 잡혀져가는 듯 합니다.
'좋은 정당'이건 '유시민 정당'이건 '유연한 진보당'이든 정당을 건설해야 한다는 데는 다 같은 생각을 갖고 있겠지요? 문제는 정당을 건설하기 위해 사전에 논의해야 할 것들이 굉장히 많다는 것입니다. 사전작업을 건너뛰고 대충 만들었다가는 또 다시 열린우리당 꼬라지 납니다.
E.H.Carr는 역사를 이렇게 규정했지요.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다"라고. 과거와 현재를 통해 미래를 내다볼 수 있기에 역사가 있는 것이고, 역사를 기록하는 것이겠죠.
각설하고. 앞으로 우리가 논의해야 할 주제들을 시간순으로 간략하게 나열해보겠습니다. 그 전제로 먼저...
1. "우리는 무엇을 지향하는가?"에 대해 논의해야 합니다.
진보를 지향한다고 합시다. 그렇다면 진보란 무엇인가?를 규정해야 합니다. 노무현 대통령님 말씀을 빌리자면 '민주주의' 자체가 '진보'개념을 내포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도대체 무엇이 민주주의인가? 이걸 논의해야 합니다. 일단 민주주의는 '인간의 자유와 평등'을 위한 이념입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자유와 평등은 무엇이냐? 무엇이 자유이고, 평등은 도대체 뭐냐? 이걸 얘기해야 합니다.
대체적으로 이와 관련해서는 노대통령께서 이런저런 강연을 통해 수차례 말씀을 하셨지만, 간략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정리를 하기 위해서는 우리 내부에서 자료 찾고, 공부하고, 토론해서 '인식의 공감대'를 만들어야 합니다.
여기까지가 바로 '사상'을 세우고 '이념'을 세우는 과정입니다.
이에 터잡아 인식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세력'을 만들고, 그 세력이 '정당'으로 진화해나가는 프로세스를 거쳐야 백년 이상을 갈 수 있는 정당의 기본골격이 나옵니다.
간략하게 정리하자면
'진보', '민주주의', '자유와 평등'에 관한 개념 정립이 출발선에 해당합니다.
2. 사상과 이념을 실현시키기 위한 실천적 가치정립
사상과 이념이라고 하면 추상적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그 추상적으로 보이는 사상과 이념이 있어야 '노선'이 만들어지고, '세력'이 형성됩니다.
자, 각설합니다. 오늘은 간략하게나마 앞으로 우리가 공부하고 논의해야 할 과제들만 열거하겠습니다.
위에서 진보, 민주주의, 자유와 평등을 말했습니다. 문제는 이런 사상이나 이념을 관철시키기 위한 실천적 가치를 찾아야 합니다.
이 단계에서 논의해야 할 게 바로 '참여'라는 개념입니다. 도대체 무엇이 참여냐? 그냥 선거 있을 때 투표하는 게 참여냐? 지지하는 후보를 위해 글빵, 몸빵 하는게 참여냐? 도대체 참여는 무엇인가?를 논의해야 합니다.
(왜 참여가 나오는지는 따로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참여라는 실천가치가 논리적으로 설명되어야 합니다. 이 부분은 직접민주주의와 간접민주주의, 국민과 시민, 의회민주주의, 즉 대의제라고 하는 근대입헌주의의 중심 개념과 가치가 몽땅 논의되고 정리되어야 합니다. 고대 노예제, 중세 봉건제, 근대 입헌제 등 역사를 얘기해야 하고, 현재를 논하고, 미래를 얘기해야 합니다. 물론 결론은 '참여'로 나옵니다. 노대통령께서 그간 말씀하신 내용에서 이 부분을 자세하게 말씀하지 않았지만, 그래서 우리가 얘기해야 할 과제입니다.)
하여간... 앞서 말한 진보라는 지향점, 그리고 민주주의, 자유와 평등이라는 가치, 이를 관철하기 위한 참여가 차례로 나와야 합니다.
3. 진보적 가치의 실천적 전략
굉장히 따분하다고 느끼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본격적으로 논의가 시작되면 그렇지 않을 겁니다. 과거의 역사와 살아있는 오늘의 역사가 모두 생생하게 얘기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앞서의 개념 정립이 끝나면 오늘날, 당대를 살고 있는 우리가 인간의 자유와 평등을 성취하기 위한 민주주의라는 가치를 실현시키는 실천적 전략을 얘기하게 됩니다. 이 부분에서 마케터님이 언급하신 '비전2030'으로 상징되는 '사회투자국가'가 논의될 것입니다.
4. 열린우리당은 왜 실패했는가?
위의 3번까지 논의가 끝나면 비로서 정당에 대한 얘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사상을 바로 세우지 않고서야 정당을 만들 수 없는 법이지요. 제목처럼 열린우리당이 실패한 이유가 여기에 있기 때문입니다. 설령 사상도 세우지 못했고, 흐릿하나마 전국정당과 국민통합이라는 가치를 공유했지만 그 사상적 기반에 대한 공감대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우리당은 실패했습니다.
어쨌든 이 주제도 간단치 않습니다. 이걸 얘기하기 위해서는 열린우리당의 창당 과정과 정신을 돌아봐야 하고, 87년 이후 한국 정치의 큰 물줄기에 대한 인식의 공감대를 확인해야 합니다. 그래서 이 안에서 논의해야 할 소주제를 들여다보면
87년 체제의 역사적 의미? 91년 3당 합당의 역사적 의미, 개혁당 창당의 역사적 의미, 2002년 노무현 당선의 의미, 2004년 열린우리당 창당의 의미와 실패과정, 교훈을 몽땅 되짚어 봐야겠지요.
5. 어떤 정당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위의 논의가 끝나면 비로서 현실정당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 논의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현실정당을 만들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이고, 부족한 것은 무엇인지 찾아봐야 하고, 그것들을 충족시키기 위한 우리의 실천전략이 도출될 것입니다.
글이 어렵다고 느껴지시는 분들이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그것은 저 역시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은 내용이기 때문입니다. 대충 저의 '주관적인 생각'으로 이런 과정을 거쳐야 '사상'을 세우고, '이념'과 '가치'를 정립하고, '세력'을 모으고 '정당'을 만다는 과정이 완성되지 않을까 합니다.
저의 글을 정답이나 오답이라는 측면, 혹은 맞는 말이나 틀린 말이라는 측면에서 읽지 마시고, 그냥 '고민꺼리' 혹은 '생각할 꺼리'를 제시했다는 정도로 가볍게 읽어주시고, 저 아닌 다른 분들도 앞으로 우리가 무엇을 할 것인지 각자의 생각을 마음껏 풀어놓는 것, 이게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결론적으로 저의 글이 말하고 싶은 것은...
"우리가 지금 생각하고, 공부하고 토론해야 할 것들이 도대체 무엇이냐?" 입니다.
(이런 고민꺼리가 도대체 총선과 무슨 상관이냐고 생각하실 분들이 계실텐데요. 역사적 안목으로 넓고 길게 보고, 튼실한 토대를 건설하는 측면에서 본다면 총선과도 상관이 있음을 알 수 있을 겁니다. 유시민 의원이 대구로 내려가 출마한 것과도 일맥상통한다고 저 개인적으로는 믿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