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나는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말이 있다.
철학자 스피노자의 아주 유명한 말이다. 이 말은 언제부터인가 곤경에 처한 사람들에게 위로의 말로 종종 애용되곤 했다. 지식인들은 하루를 살더라도 진지한 삶의 의지를 다지는 매우 훌륭한 말이라며 각종 칼럼글에서 왕왕 인용한다.
그런데 이 말이 부도에 직면해 오늘 당장 돈을 막지 못하면 내일 자살하겠다는 심정의 사람들에게 얼마나 위로가 될런지는 모르겠다. 또는 오늘 병원비를 마련하지 않으면 내일 당장 사망할 사람과 가족들에게 어떤 위로가 될런지는 꽤 의문이 든다.

사과나무 생목은 빨라야 5년, 늦으면 10년 이상 걸려야 열매를 맺는다. 사과나무는 품종과 접붙임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어도 과실수중 가장 긴 시간을 기다려야 열매를 얻을 수 있는 나무다. 하지만 오늘 하루만이라도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각오로 희망을 잃지 말라는 뜻에서는 다소 이 말에 공감이 가긴 한다.
결국 어떤 일이 있어도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지 말고 오늘을 살아라는 뜻이 담긴 하나의 격언으로만 받아들이고 이해하면 될것이다.
이해찬 전 총리께서 대통합민주신당을 탈당하였고, 손학규 전 경기지사는 대통합민주신당의 교황이 되었다. 이명박 당선자는 당선인으로 해 달라며 여전히 삽질중이고 불도저처럼 대운하를 밀어붙이고 있다. 머지 않아 당도 갈라질 것 같고, 국토도 쪼개질 것만 같다.
배럴당 100달러라는 상상하기 힘든 석유가격의 저항선이 깨어지고 나니 이제는 그 가격이 지지선의 역할을 하고 있다. 그리고 고유가와 미국의 서브모기지론 사태의 미봉책으로 국제 경기는 하강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또한 올림픽까지 초스피드로 달리고 달린 중국에게 경기가 끝난 뒤 한꺼번에 몰려들 피로도를 대한민국이 어떻게 감당할지 미지수다.
미국 대선 결과 예측은 외교환경과 국제관계 변수를 모두 점쳐 보더라도 불확실성만 증가시키고 있다. 지금까지 중국과 미국에 낀 북한의 균형을 유지시키며 저울 역할을 했던 대한민국이 자칫 어느 한쪽으로 치우쳐 버려 지렛대 역할을 하게 될까 사뭇 불안한 마음이다.
1600년대 중반에 살았던 스피노자의 불안처럼 21세기 초반을 살아가는 필자도 내일 지구가 멸망하지는 않을까? 아니면 대한민국이 멸망하지는 않을까? 하는 불안에 휩싸여 살아가고 있다. 아니 적어도 대통합민주신당이 멸망할 것 같다는 불안은 떨쳐버릴 수가 없다. 그것도 시한부가 정해진...
내가 이렇게 불안해 하는 이유가 있다. 그 이유는 필자도 부끄러운 대통합민주신당의 한 당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통합민주신당이 멸망하든지 사라지든지 그 모습을 강 건너 불구경 할 수는 없다. 당 대표를 의원들이 모여 교황처럼 선출하는 당에서 당원의 존재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반문하겠지만 그래도 어쩌겠나, 내 당적은 대통합민주신당인걸...
긴 한숨을 말 줄임표로 대신하지만 나의 안타까움이 스피노자의 저 유명한 말을 머리 속에 떠올리게 했던 것 같다. 그러면서 한편으론 이런 생각도 하게 되었다.
'복잡한 국제 관계와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세계정세 속에서 대한민국 국민 한 사람이 어떤 존재의 의미가 있을까?'
더 좁은 의미로는,
'공구리 삽질과 딴나라당이 접수한 대한민국의 정치현실에서 한 사람의 시민이 어떤 존재의 의미가 있을까?'

나로서는 그 존재의 의미에 대해 아직 확실한 해답을 찾지 못했다.
하지만 어제 노무현 대통령님의 말씀에서 그 한가닥 해답의 실마리는 찾을 수 있었다.
"나도..... 시민으로 돌아간다"
복잡한 국제 관계에서 균형을 유지하셨고, 급변하는 세계정세의 각종 위기에서 탁월한 외교력을 보이셨고, 남북한의 공동번영을 위한 평화공존의 토대를 마련하신 노무현 대통령님이 한 사람의 시민으로 돌아간다고 말한 것이다. 나는 그 분이 한 사람의 시민이 되어 다시금 희망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말로 이해되었다.
앞으로 노무현 대통령님의 퇴임 후 행보를 통해 '시민'이 존재하는 의미에 대한 그 완벽한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리고 부도에 직면한 사장과, 당장 사망할 환자같은 대통합민주신당에서 한 그루의 사과나무같은 유시민 의원님의 행보도 기대해 본다.
과연 어떤 토양 위에 그 사과나무가 심겨질까? 아무래도 그 토양은 분명 '시민'일 것이다.
앞날에 먹구름이 잔뜩 낀 대한민국의 미래를 볼 때 자꾸 슬퍼지고, 정치현실은 볼 수록 들을 수록 노여움이 일어나는 요즘이지만, 그래도 우리가 심을 한 그루의 사과나무 때문에 어떠한 일이 있어도 희망을 잃지 않고 오늘을 살아갔으면 좋겠다.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나는 오늘 한 사람의 시민(광장 회원)이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