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글을 써봅니다. 지난 두달간 여러모로 산송장과 다름없던 제가 이렇게 키보드를 두드리고픈 의욕이 생기는 걸 보니 이해찬 전 총리의 탈당소식이 참으로 충격적인 소식이 맞나 봅니다.
'결단은 그분께 맡기고 그분의 결단에 묵묵히 따르는것'이 팬이자 지지자의 올바른 자세라고 말씀하시는 분도 계시지만 저는 좀 다르게도 생각해 봅니다. 기독교 믿는 분들은 하나님과도 매일 기도하면서 대화하고 어쩔 때는 부탁 좀 들어달라며 떼도 쓰고 어리광도 부리는데, 믿고 사랑하는 정치인과 팬, 지지자들 사이에 이렇게 중요한 문제에 있어서 소통하는게 올바른게 아닐까요? 다만 중요한 것은 서로가 서로의 생각을 강요하거나 협박, 그리고 자기 생각과 다르게 한다고 깽판(누구누구들처럼..) 안 치고 성숙하게 상황을 인정하는 것이겠죠.
저도 제 생각을 단지 유시민 의원님과 그분을 믿고 사랑하는 분들께 말씀드리고픈 것 뿐이니 행여나 유시민 의원을 가르치려드느냐 등의 곡해는 하지 말았으면 하는 바램이 있음을 말씀드립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이해찬 전 총리가 이미 탈당을 결행한 이상 유시민 의원님께 있어서 명분과 실리 모두 탈당에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첫번째, 명분에 관한 부분입니다.
손학규가 당대표가 되었다는 것은 대통합민주신당이 명백하게 반노당이자 한나라당 2중대(1중대는 회창당이니까)가 되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기회주의자는 포섭대상이지 지도자로 모시지는 않는다"라는 노무현 대통령님의 지난 발언을 생각해 봅니다. 손학규 체제의 통합신당은 이해찬 전 총리의 말 마따나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권에게 선명하게 반대할 수 있는 정치적, 역사적 정통성을 상실했으며, 그 당의 정책 또한 현재의 당보다도 훨씬 더 오른쪽으로 이동할 것이 확실시 됩니다.
어떤 분들은 손학규가 대표되었다고 불복하는게 명분이 없다라고 말씀하실 수도 있겠는데 명분과 명분이 부딪칠 때는 더 상위의 명분을 가지고 행동하는게 맞습니다. 물론 어느 것이 더 상위의 명분인지는 각자의 가치판단에 달린 일이지요. 하지만 저는 손학규 선출에 불복해서 깎아먹는 명분의 크기보다 '선명야당, 정체성 있는 개혁야당' 구축의 명분이 훨씬 크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대통합신당의 거의 대부분의 구성원들은 "이게 다 노무현과 그 추종세력 때문이다"라고 한 목소리로 말하고 있습니다. 이해찬, 유시민이 주축이 된 신당이 결성된다면 국민들께 화끈하게 "참여정부와 노무현이 그렇게도 잘못했다면 우리에게 돌을 던지십시오"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어정쩡하게 반노 손학규의 치마폭에 숨어서 심판을 비껴가려는 모습이 연출되는 것보다 그렇게 당당하게 번제물의 자세를 취하는 것이 국민들 보기에도 훨씬 명분있는 일일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지난 대선을 통해 이미 호남지역당으로의 퇴행현상을 보이고있는 통합신당에 맞서서 소멸된 열린우리당의 가치를 계승하는 전국정당, 상향식정당의 깃발을 들 수 있습니다. 지금의 통합신당은 한나라당보다 훨씬 더 지역정당스러우며, 더 구태스러운 정당입니다.
두번째, 실리에 관한 부분입니다.
유 의원님께서 라디오토론에서 말씀하셨던 것처럼 손학규가 대표로 선출된 것은 정동영계파가 공천에서 친노세력을 몰살시키고 당내지분을 손학규와 담합하여 나눠먹기로 한 증거라고 보기에 충분합니다. 김한길이 그 시나리오를 완성시키기 위해 총대를 멘 걸로 보여지구요. 물론 유시민 의원님이야 대구에서 출마하시니 공천 못 받으실 일이야 없겠지만 다른 친노세력들이 공천에서 몰살당한다면 유시민 의원님은 열린우리당에서의 지난 4년동안보다 훨씬 더 외로운 처지에 몰리게 되실 수밖에 없습니다. 앉아도 죽고 서도 죽는다면 죽더라도 명분있게 죽는 편이 낫지 않을까요?
또한 어차피 이번 총선은 한나라당과 이회창당이 230석 이상 석권하는 게 기정사실인 선거입니다. 그말인즉슨, 소선거구 단순다수대표제의 압력(한나라당에 맞서 통합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세력에 대한 책임추궁)이 역대 어느 선거보다도 적은 선거라는 겁니다. 대통합신당에서 친노세력이 이탈하더라도 총선 결과, 즉 한나라당과 이회창당의 의석수는 거의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게 제 생각입니다.
의원님께서 자주 말씀하십니다. 소선거구제 때문에 다당제가 아니라 계속 양당제로 수렴되고 이는 국민의 정치불만족으로 나타난다구요. 하지만 저는 지금 시점은 선거구제 개편으로 다당제로 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다당을 통한 선거구제 개편으로 가야하는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유시민 의원님의 탈당은 대통합신당의 분화로 이어지고(친노세력뿐만 아니라 이회창당, 한나라당으로 튀는 놈들도 생겨나겠지요) 또한 이는 한나라당의 분화, 보수세력의 분화, 심지어 민노당의 분화까지도 도미노 현상으로 몰고있을 수 있는 파괴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숫자가 적긴 하지만 60여석에 달하는 비례대표 의석이 있습니다. 선명야당, 친노신당을 창당한다면 정당명부비례대표에서 15% 이상의 지지를 받고 지역구에서 생환하는 몇명의 의원들과 함께 원내교섭단체를 꾸릴 수 있는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번 대선에서 이회창이 독자출마해서 전체 보수세력의 파이가 커진 것 처럼 선명야당 창당을 통해 반한나라세력의 전체 파이가 커질 가능성도 분명히 존재하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이건 정말로 정치공학적인 발상이긴 합니다만, 적어도 영남에서는 통합신당 간판보다 차라리 무소속이나 선명야당 간판이 훨씬 경쟁력이 있을 거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명분과 실리에 대한 긴 이야기를 써놓았지만 어쩌면 제 마음 속에 있는 이 말들 앞에서는 모든게 사족에 불과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맨날 나가라고 구박하는 남의 집에서 머슴살이 하며 온갖 천대 받으면서 쪽방 얻어 사느니 겨울에 뜨뜻한 불 안들어와도, 단칸방이라도 눈치 안 보고 좀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불쌍한 노무현 대통령님과 그분을 사랑하는 많은 깨어있는 시민들이 마음 좀 붙이고 가입할 수 있는 정당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유시민 의원님의 비전이 당의 강령이자 정책이 되는 그런 정당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영호남 지역주의 정당들과 과감하게 맞짱뜨고 당원이 주인되는 상향식 민주정당 그런 정당의 당원이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