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최악의 패배
최악의 상황은 왔다. 다음은 민주신당 소속 의원들의 여의도에서 살아남기, 총선을 향한 처절한 각개약진만 남았을 뿐이다. 이들에겐 역대 대선에서 한번도 본 적이 없는 26.2%란 처참한 득표율로 분루를 삼킨 지지자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달랠 치유의 힘마져 이미 없어 보인다.
그러나 그나마 흩어졌다간 너도 나도 쪽박신세가 되겠기에 뭉쳐서 가는 동거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이 판국에도 대선 책임론이 대두되고 누가 당의 얼굴이 되어야 하는가로 한동안 시끄럽겠지만 누굴 얼굴마담으로 내세우든 알아서들 하시고.
유시민의 길
이렇듯 미래에 대한 불안과 혼란한 정국에서도 유시민 의원은 일찌감치 대구행을 결정해 놓았기에 어쩌면 제일 여유가 있는 모습이다. 죽으러(^^) 가는데 여유라니 좀 모순스럽긴 하다. 그러나 지금 이순간에도 어디에서 출마하는 게 그중 나을까 지도 펴 놓고 머리 굴리는 군상들을 상상해 보라. 끔찍하지 않은가.
죽으러 제발로 호랑이 굴로 들어 가는 것이오, 사지에서 살아남는다면 기회가 될 수도 있음이니 향후 정치인으로서 더 큰 길을 가기 위해선 피할 수 없는 선택으로 보인다. 지면서도 이기는 길이요 명분이 축적되는 길이니 지금이야말로 민주신당 의원들은 그들 좋아하는 말대로 불쏘시개가 되는 심정으로 영남에서 함께 깃발을 들어 주기 바라는 마음 가득하지만 될 턱이 없는 바람이란 것도 잘 안다.
지역주의가 옅어졌다곤 해도 기존정서를 뒤집을 수 있을 만큼은 아니란 건 이번 대선에서도 여지없이 확인되었다. 이대로라면 내년 총선에서도 영호남 따로 놀기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손바닥만한 땅덩어리에서 언제까지 여긴 내땅, 거긴 네땅 할 것인가. 누군가는 수십년 비극의 코미디에 마침표를 찍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유시민 의원의 대구행이 사람들에게 보여주기만을 위한 것은 결코 아니다. 그가 생각하는 참정치를 향한 정치적 여정이 순서상 약간 바뀌었을 뿐 이제 자신의 길을 걸어가기로 한 것이다. 그길이 가시밭이든 꽃밭이든 상관없이 말이다. 진보와 보수가 지역에 관계없이 균형을 찾지 못하는 한 우리에게 5년후는 없다. 이보다 절박할 순 없다.
기댈 언덕 하나 없이 사막같은 벌판에 홀로 서서 외로운 길을 가야만 한다. 오아시스를 찾아서가 아니라 스스로 오아시스를 만들어 내야 한다. 그간의 모든 영광과 그에 따르는 만큼의 굴레를 벗고 유시민만의 정치를 하기 위해 독립된 길을 가기로 한 것이다.
유시민의 '홀로서기'는 지난 경선에서부터 이미 시작되었다. 어떤 지원도 없이 누구보다 외롭게 출발했다는 것을 모두 알지 않는가. 그리고 이것은 유시민식 정치를 하기 위한 지극히 당연한 과정이다.
사람이 자라면 독립해야 한다. 언제까지 부모의 치마폭 안에 있을 순 없다. 이미 지난 경선에서 유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으로부터의 독립과 창업을 선언한 바 있다.
노유빠에 걸쳐 있는 사람들이 부러 유심히 기억해 두고 싶지 않았을 뿐. '친노'에 가두어 더 크게 뻗어 나감을 차단하고 싶은 음흉한 사람들이 마녀사냥을 목적으로 못들은 척 했을 뿐.
친노란 범주안에 유시민 의원을 지지자들 스스로 가두는 구속으로부터 이제는 자유로와져야 한다. 오마이 뉴스와의 인터뷰 내용을 보자.
"모든 것이 새롭게 시작되어야만 하는 상황이다. 지금까지 노무현 대통령의 후보시절부터 시작해서 제가 하는 정치가 주로 노 대통령과의 관계속에서 주어졌던 측면이 있었다. 이제는 노 대통령 없이 저 혼자 정치를 해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원래 저의 목소리, 원래 저의 생각, 원래 저의 삶의 방식을 온전하게 찾아보고자 하는 욕구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유시민 의원의 간절한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이제 지지자들은 더이상 그의 목소리를 외면해선 안된다. 누구라도 언제까지 누군가의 그늘 아래 있을 순 없다. 스스로 그늘을 만들어 내는 큰 나무로 서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제 독립할 순간이 온 것이다. 그것을 위해 유시민 의원은 모든 기득권을 버리고 다시 시작한다. 지지자들부터 이 현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저는 대표적인 친노 인사로 일컬어졌다. 노 대통령과 함께 지난 5년간 정권창출하고 국정을 운영하고 입법부에서 활동했던 것을 굉장히 큰 영광으로 생각한다. 이 시기에 국민 평가가 좋지 않지만, 최선을 다해서 우리의 할 일을 다 했다는 자부심은 영원히 잃지 않고 살아갈 자신이 있다."
내마음도 더도 덜도 없이 이와 똑 같다. 그 자부심으로 두려움을 털어내고 흔들리지 않고 유시민의 길을 찾아 나선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이제 나는 오롯이 '친유'다
무슨 일을 하든, 어떤 정치를 디자인 하든, 이제부터는 그냥 유시민이다. 이것은 차별화가 아니라 진정한 독립이다. 그 일을 가능하게 할 세력은 우리뿐이고 우리는 대한민국 유티즌이다.
5년후 정권재창출을 위해서도 친노가 아니라 친유의 시대를 만들어 가야 한다. 친노란 과거에 갇혀 있는 한 유시민은 없고 영원히 누군가의 2인자로 기억될 수 밖에 없다. 잊지말자. 우리의 꿈은 무엇? 5년후 유시민 대통령이다.
뼈 시리도록 차가운 2007년 끝자락, 최악의 상황에서 나는 다시 희망이란 이름의 카드를 꺼내 든다. 친노를 가슴에 묻으며 섭섭한 마음은 '친유의 성공이 곧 친노의 성공'으로 가슴속에서 대체시키면 될일이다.
이제 새로운 우리만의 이름으로 서자. 만일 그런 게 꼭 있어야 한다면 오늘부터 나는 '친노'가 아니라 '친유'로 불려지길 바란다. 독립하는 만큼 다가올 성공도 실패도 온전히 유시민 의원과 우리의 몫임도 분명하다.
새로운 바다로 나가는 거다. 2008년은 유시민만의 이름으로 유시민과 함께 새로운 항해를 시작하자. 오늘부터 나는 '친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