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대선이 우리에게 남긴 것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번 대선은 10년간 절치부심해 온 기득권 세력이 치밀하고 일관되게 생산해 낸 자기최면에 가까운 어두운 집단의식이 일반 국민들에게 소리소문 없이 스며들어 얼마나 치명적인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는지 증명한 과정으로 밖에 해석할 수 없을 것 같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대선이후에 벌어질 기득권 세력의 노골적인 살풀이와 다시는 상식과 원칙을 주장하는 상극과도 같은 세력에게 정권을 빼앗기지 않도록 다소 느슨해진 기득권 세력간의 카르텔을 공고히 하고 이미 그들이 일반 국민들에게 심어놓은 삐뚤어진 집단의식을 다시는 깨어날 수 없는 매트릭스 수준으로 체화시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제 우리는 자국민은 물론 전 세계인들로부터 냉소적인 비아냥과 천덕꾸러기 대우를 받고 있는 미국 부시정권보다 더 부끄러운 정부를 가지게 되었다. 물론 오매불망 이 부끄러운 정부의 탄생을 기원했고 실질적으로 주도했던 기득권들에게는 잃어버린 천국이 재림하게 되겠지만 모두가 인정한 부도덕의 결정체가 약속한 달콤한 꿀물이 헛된 망상이었음을 깨닫는 것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가장 부도덕한 후보에게 과반에 가까운 유효득표를 몰아준 유권자 모두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설령 그들이 그릇된 집단의식에 빠져 최악의 선택을 한 것이 밝혀진다 해도 꿋꿋하게 무슨 일이 벌어지건 묻지마 지지를 계속하는 것 뿐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10년간 권력 금단증세를 겪어왔던 세력이 벌일 비상식과 반칙이 난무하는 난리굿을 버텨낼 재간이 없을테니까 말이다.
하긴 얻은 것도 있긴 하다. 이제 국민들은 부도덕한 후보에게 줄 수 있는 최대의 관용을 완수했으니 훨씬 편한 마음으로 이전까지 억눌러 왔던 부도덕한 후보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여과없이 쏟아낼 수 있게 되었으니까. 다만 이제는 권력자의 위치에 서게 된 당선자를 노무현 대통령과 같은 마인드를 가진 것으로 착각하여 마음껏 그를 조롱하고 앞으로 개과천선해서 열심히 자신들을 위해서 그 잘난 능력을 보여달라고 요구하다가 뒷통수를 맞고 충격을 받을 것이 훤히 보이지만 말이다.
거세게 몰아칠 반동의 쓰나미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이제 상식과 원칙이 뿌리가 되는 세상을 꿈꾸었던 이들의 미약한 희망도 스러졌지만 갈 길을 잃고 방황하며 고통스러웠던시간도 끝났다. 반한나라당이라거나 반이명박 연대라는 수세적이고 비굴한 모드에서 철저히 벗어나야 할 때이다. 이제 그 어떤 어정쩡한 스탠스 때문에 고민할 필요가 없다.
우리가 꿈꾸고 소중하게 되찾아 왔던 10년동안의 유무형의 가치가 반동의 쓰나미에 휩쓸려 단기간내에 폐허로 변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힘든 과정이 될 것이다. 끝도 없이 이어질 절망의 유혹으로 더 많은 국민들이 살아가는 왜곡된 현실의 매트릭스로 편입하고 싶은 충동이 계속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단호하고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하고 우리들의 끝나지 않은 꿈을 향해 우직하고 담담하게 나아가서 뒤늦게 매트릭스에서 깨어날 국민들에게 살아있는 희망의 증거를 보여주어야 한다.
원치 않았지만 반동의 서곡을 막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뭉쳐 있었던 범여권이라는 가면을 확실히 벗어 던져야 한다.
코 앞으로 다가온 총선이라는 유혹의 열매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이 기형적인 동거를 계속하거나 그 안에서 볼품 없는 주도권 싸움을 되풀이 한다면 잠깐동안은 부자몸조심 태세를 갖출 수도 있는 태생적 비도덕 부패 여당의 조롱을 받으며 국민들이 최악의 선택을 최선의 선택으로 생각하게 만들어 주게 될 것이다.
껍질뿐인 의석수라는 무겁고 거추장스러운 옷을 과감히 버려야 한다. 노대통령의 탈당이후 열린우리당 해체의 순간까지 보여주었던 이해관계에 따른 이합집산은 어울리지 않는 동거를 하지 않아도 현실적으로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니 머뭇거릴 이유가 없다.
총선에서 기호 1번을 유지하거나 단일대오를 형성하는 것이 메리트가 전혀 없음을 또 한번 미련하게 확인해야 직성이 풀린다면야 더 이상 할 말이 없겠지만 말이다.
대선후보 경선에서 참여정부 계승세력으로 뭉쳤던 이해찬, 한명숙, 유시민을 중심으로 몇 명의 현역의원이 됐든 상식과 원칙이 있는 정치개혁이라는 선명한 기치를 다시 내걸고 대선내내 방황했던 상식과 원칙 추구세력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정말 오래갈 수 있는 튼튼하고 선명한 그릇을 만들어야 한다. 공개적으로 제안하고 국민에게 총선과정에서 겸허하게 미래를 담보로 신뢰라는 씨앗을 투자받아야 한다.
설령 원내교섭 단체조차 이루지 못할 정도의 결과를 맞이한다 해도 모두 감수해야 한다. 태생적 부도덕 부패정부의 본색이 드러나 참여정부에 대한 왜곡이 얼마나 심한 것이었는지를 국민이 피부로 느낄 때까지는 고난의 행군을 끝낼 수 없을지라도. 분명한 것은 이번 대선에서 맹위를 떨친 그릇된 집단의식의 영향력이 쉽게 사그라들 가능성이 없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집단의식의 최면에 빠진 국민들이 깨어날 때까지는 그 정당성 여부를 떠나 인고의 세월을 보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반이명박 프레임에서 벗어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자
현실적으로 대통합민주신당의 주류세력이 대선패배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근본적인 정비에 나설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특히나 더블스코어 차이의 패배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싶지 않고 총선에서의 지역주의적 거점 확보를 위해서라도 대통령 취임전까지 이명박 특검법으로 죽은 놈 불알 만지기식의 비전없는 투기성 정치행태가 여전히 활개를 치며 국민들의 선택을 더욱 합리화시켜 줄 것이다.
대통령 당선자가 되었다 해도 법의 심판을 무조건 피해갈 수 없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다면이야 얼마나 좋겠는가만은 작금의 상황으로 볼 때 정상적인 특검이 진행될 가능성은 정치신인의 대통령 당선 가능성만큼이나 어려울게 자명하다. 현재의 국민정서를 감안하면 더더욱 그렇다. 그러니 이제 이명박을 놔주어라.
진짜 주인인 국민을 진정한 파트너로 삼아라 귀를 기울일 수 있는 새로운 비전을 잉태하는데 에너지를 집중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넓은 의미의 구태 정치세력과 단호하게 결별해야 한다. 익숙한 정치행태와 정치공학의 기억들을 깨끗이 비우고 시작해야 한다.
국회에서 이제는 어떠한 명분으로든 의장석을 점거하고 물리적인 실력행사를 시도하려 해서도 안된다. 덜 더럽다는 이유로 덜 구태스럽다는 이유로 자동빵으로 대안세력을 자처하는 시대가 끝났음을 자각해야 한다.
이제는 새롭게 형성될 정치세력과 건전한 야당경쟁을 벌여야 한다. 우리가 지향하는 가치의 당위성을 인정해 주지 않음을 걱정하는 짓을 멈추고 우리가 지향하는 가치를 국민들에게도 어떻게 하면 더 쉽고 명료하게 소통할 수 있을지를 걱정해야 한다.
어제보다 더 나은 인정을 받겠다는 겸허한 마음자세가 전제되지 않는다면 똑같은 1년을 다섯번 반복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제 더이상 찍을 놈이 없다거나 마음에 드는 사람은 있는데 현실적인 당선가능성이 없어서 지지하기가 어렵다는 식의 의식이 되풀이되는 악순환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도록 양질의 정치인을 발굴하고 양성하는데 상시적인 투자마인드를 일으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양질의 정치인 묘목을 정성스레 심고 정성을 다할 수 있는 정당이 탄생될 수 있도록 몇 안되는 가능성 있는 정치인들을 중심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이 새로운 정당의 진정한 승부처는 내년 총선보다는 차기 대선을 앞둔 차차기 총선이 될 것이며 그때쯤에서야 국민들은 왜곡된 현실의 매트릭스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그런 기회가 왔을 때 대안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느냐는 우리들에게 달려있는 셈이다. 최악의 5년을 더 연장할지 귀중한 교훈의 시간으로 발판삼아 이보전진의 기회로 만들 수 있을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