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정치적인 소수자입니다. 사실 노무현 이전에는 자신과 같은 사람들이 존재하는지 조차 모르고 있던 정치적 소수자입니다. 노무현으로 인하여 우리가 세상에 존재함이 알려졌고, 우리의 대표가 정치적 소수자임에도 불구하고 기적처럼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여기까지였습니다. 우리가 정치적 소수자였기 때문에 우리의 대통령이 탄핵을 당했습니다. 물론 그 탄핵으로 인하여 열린우리당이 과반수를 차지하기는 했으나 내용상으로는 우리는 별 소득이 없고 정동영이 배터지게 먹었습니다.
문제는 우리가 이후로 소수자임을 잊었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가 소수자임을 잊고서 우리가 대통령도 만들고 총선 승리도 가져왔다고 생각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참으로 교만한 생각이었습니다. 정치 소수자인 노무현이 대통령에 당선된 것은 온전히 기적입니다. 그리고 총선 승리는 노무현의 살신성인이었고, 진정한 우리의 승리도 아니였습니다.
우리는 기적 없이는 당내 경선에서 우리의 선수를 대표로 만들 힘도 없었습니다. 세상은 모두가 노무현을 욕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우리처럼 노무현을 이 시대의 실천 지성으로 생각하고, 최고의 대통령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정말 소수입니다. 이게 우리입니다.
이런 정치 소수자들이 정치적으로 살아남고 이 땅의 정치에 조금이라도 더 적극적으로 기여하려면 연대를 해야합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김대중과 연대해 왔습니다. 그런데 이 김대중은 정동영을 대표로 내세웠습니다. 그리고 우리 선수들은 거기서 졌습니다.
우리는 우리 선수들이 신당에 들어가는 것을 반대했기에 우리 선수들이 졌다고 해서 거기에 승복할 맘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다른 우리 선수를 찾아봤으나 아무도 찾지 못했습니다.
우리는 문국현이 그나마 우리와 비슷한 정치적 성향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하고 살펴보고 마음을 주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그는 처음에는 우리와 비슷한 냄새를 풍겨서 우리 중 몇몇을 끌고 가더니 이네 우리가 소수임을 확인하고서는 다수 쪽으로 돌아서서 우리를 욕보이고 있습니다. 누구보다도 더 노무현 대통령을 욕하고 있습니다. 저는 정말 이해가 가질 않는 것이 있다면 노무현을 사랑한다고 하면서 문국현을 지지하는 자들입니다.
정동영도 마찬가지이지만 그래도 정동영은 한 때라도 노무현의 수하에서 일을 했던 사람이고 당도 같이 했던 사람이며 그의 행보에 대해서 서로가 책임을 질 수 밖에 없을 만큼 엮긴 사람입니다. 그러나 문국현은 노무현에 대해서 그 어떤 기여도 하지 않은 사람이 오직 표를 생각하면서 노무현과 참여정부를 욕보이고 있습니다.
사실 문국현만 욕하지 않았어도 참여정부를 욕하는 것이 그저 정치적 흠집내기 밖에 않되는 정도였는데, 밖에서 들어온 문국현이 욕을 함으로 해서 이게 정설이 돼버렸습니다. 한나라당이나 정동영이 욕하는 것보다 훨씬 치명적인 욕이 바로 문국현의 욕인데도 노빠라는 사람들이 문국현을 지지하는 것은 머리가 어찌된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우리는 다른 선수를 찾지 못하고 이제 차선을 선택해야 하는 시점이 왔습니다. 만일 우리가 우리 선수를 따로 내놓았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소수이기 때문에 지지율에서 밀렸을 것이고, 결국 이 시점에 와서는 아마 단일화를 해야 했을 것입니다. 아쉬운 점은 우리 선수가 있었다면 이 시각까지는 열심히 기쁜 마음으로 왔을 것이라는 것뿐이죠.
우리는 정치 소수자입니다. 소수자가 적극적으로 정치적인 영량을 발휘할 수 있는 길은 연대입니다. 그래서 노무현 대통령이 연정을 제안한 것이죠. 그리고 소수자가 적극적인 영량을 발휘하지는 못해도 그런대로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은 환경이 좋아져야 합니다. 전체적인 인식 수준이 올라와줘야 소수의 목소리도 존중 받을 수 있습니다. 당장에 성적 소수자들만 해도 그렇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우리는 우리의 선수가 일찌감치 탈락한 이 대선에서 누구를 선택해야 할까요? 어떤 선택이 가장 전략적인 선택이겠습니까? 누가 우리와 같은 정치적 소수자를 탄압할 수 없을까요? 이명박, 이회창, 정동영... 이 중에 누가 대통령이 되는 상황이 가장 정치적 소수자들의 권익을 보장 받을 수 있을까요? 이명박, 이회창은 우리 같은 존재가 있다는 사실 자체가 국가적 위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렇다면 답은 나온 것입니다.

물론 이런 시나리오도 가능합니다. 우리는 순혈주의를 택해서 0번 노무현을 찍고, 대안 문국현을 찍어서 이명박이 되고, 이명박은 워낙 약점이 많아서 결국 도중에 내려오게 되고, 그렇게 되면 우리는 한번 더 기회를 얻게 될 것이라는 예상도 할 수 있죠.
그러나 이런 예상의 반대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제가 먼저 글에서 썼듯이 부시가 자신의 약점을 매꾸려고 강성 외교로 나가서 결국 9.11 사태를 야기 했고, 이것으로 부시는 재선까지 했습니다. 그런 이명박이 약점 때문에 부시처럼 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어디 있습니까?
이명박과 한나라당, 그리고 조중동은 있는 사실도 없는 것처럼 만드는데, 없던 사실 하나 못 만들겠습니까? 외부적으로 큰 사건이 터지고 나면 모든 정치적 논쟁은 소멸됩니다. 그리곤 내부적으로 서서히 소수자들을 제거해 나가고, 유력한 반대자 하나만 남기는 것이죠. 이런 시나리오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그러므로 그런 상상은 가능하지만 이것은 하늘이 하는 일입니다. 우리는 그저 우리에게 맡겨진 상황에서 최선을 고민하고 추구해 나가는 것 이상의 꼼수를 부려서는 안됩니다. 역사는 꼼수로 움직여지지 않습니다. 역사는 거대한 수레와 같기 때문에 그 앞에서 꼼수로 얼쩡거리다가는 깔려 죽는 수가 있습니다.
노무현의 가치는 내가 알고 당신이 압니다. 그리고 역사가 그를 기적으로 세웠고 그는 역사의 뜻을 알고 들내지 않고 겸손히 길을 다 걸었습니다. 그러니 역사와 하늘도 노무현의 가치를 알 것입니다. 그 가치를 인정 받는 일에 조급할 필요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