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골적으로 권력에의 의지를 드러내는 저 말은 자칫하면 탐욕자라는 오인을 삽니다. 그래서 능란한 위인들은 가능한 "내가 희망이라던가 내가 구국하겠다." 따위의 말로 에둘러 자신의 탐욕을 정화시킵니다.
언제던가 노무현 대통령이 편케 퇴임하기나 바라던 늦더운 밤. 인터넷에서 흘러나오는 "저는 대통령이 되고 싶습니다" 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이 말은 제가 가장 아끼는 유의원의 어록이 되었습니다.
숱하게 근사한 어록들을 두고 하필 저 식어빠진 3형식의 단순 문장에 북받쳐서 입술을 질근 깨물고 눈물까지 맺었다면, 저거 저거 돌았구나 하실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의 입에서 저 말이 뱉어지기까지 그가 그간에 겪었을 심적 갈등과 고뇌가 그날 그밤 그시각 그순간 고스란히 제 오감에 촉수처럼 와박힌 까닭이였습니다. 당신 결심하는구나 라는 탄식과 함께.
근본적으로 유의원같이 영혼이 자유로운 자에게 있어, 최악의 직업은 대통령입니다. 최적의 직업은 글쟁이구요. 혹자에게 있어 대통령이란 자리는 욕망의 최정점일 수도 있겠으나 유의원이나 나 같은 자유주의자 입장에서의 저 위치란 달리 보면 구속된 권좌이기도 합니다. 한시도 벗어나지 않는 국민의 냉철한 시선은 어느 한 곳도 감옥이 아닌 곳이 없을 겝니다.
이미 성공한 칼럼니스트로서의 입지를 구축한 그가, 평생 글이나 쓰며 살면 좋겠다던 그가 저런 선언을 했다는 것은 그가 꿈꿔온 안락한 생을 포기했다고 해도 좋을만큼, 대단히 묵직한 결단인 겁니다.
하고픈 말 다 하고 살던 그 성질 죽여야 되고 때론 내키지 않는 타협도 해야 하고 축구나 낚시도 쉽사리 할 수 없고, 뵈기 싫은 사람과도 포옹해야 하고 어떨 땐 소신까지도 보류해야 하고 잘하든 못하든 비난은 기본으로 들어야하고 멕여살려야 할 식솔이 오천만을 넘어가는 저 골치아픈 걸 - 하겠다니. 그는 왜?
도대체 그의 생을 통째로 내줄만큼의 가치를 가진, '어떤 꿈'을 그가 설계했길래 저리도 자신있게 노골적으로 대통령이 되겠다고 선언하는 것일까.
훌륭한 독설가를 잃을 팬으로서의 안따까움. 또 한명의 진솔한 정치인을 보는구나 라는 국민으로서의 기대감. 등등 여러가지로 복잡한 심사가 그날 함께 뒤엉켰습니다.
어쨌거나 전 그 날 목격한 유시민을 처음으로 정치인으로 인정했습니다. 이제야 진검 승부하겠구나. 나중엔 웃음도 나더군요. 그 때부터 시민광장을 기웃거린 겁니다.
가입은 한참 지나서 했습니다만 드나든 건 그때부텁니다. 반상회 나가는 것조차 부담스러워하는 비겁한 자유주의자인 내가 이곳까지 흘러와 지금 이 시각까지 이러고 앉았는 계기가 , 바로 저 말.
"나는 대통령이 되고 싶습니다" 때문인 겝니다.
저 선언 이후에도 그는 내내 저 말 그대로를 대놓고 말했습죠. 대통령이 되고 싶다고 대통령이 되게 해달라고 형님 누님이 포기하라구. 뭣도 모르는 이들에게 욕 먹으면서 버티기까지 하구.
진짜 탐하는 자들은 저렇게 말 못합지요 속내를 들킬가봐... 뻔뻔하리만큼 당당하게 저리 말할 수 있다는 건, 그 자리의 권력이 아닌 그 자리의 희생부터 이해했단 겁니다.
자리를 이해하는 자와 자리를 탐하는 자. 전자만이 떳떳할 수가 있습죠. 그게 아니라면 그는 혹여라도 맘이 변할까바 저리 내내 스스로를 세뇌했던 건 지도 모르겠습니다만. 풉. (그는 파랑새니까,)

얘기가 길어졌는데 이제부터가 요집니다. 이건 짧을 겝니다.
모두가 노대통령에게서 돌아서던 대연정 때조차도, 모두가 대못질하고 노대통령을 떠나고 있다는 기사가 뜨는 이 와중에도, 유의원이 변함없이 노대통령 곁에 남았는 이유?
전 그거 의리, 도리 그런데서 기반한 거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순전히 '이해' 에서 비롯된 거라 봅니다. 유의원은 노대통령의 지지자로서 그를 위해 최대한으로 심적인 헌신을 한 겁니다. 왜냐면 신뢰하니까.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 자리를 이해하니까.
전 마찬가지로 이 시민광장도 저 둘의 관계처럼 돌아가길 바랍니다. 그는 대통령이란 자리를 이해하고 우리는 그의 지지자로서 그의 자리를 이해하는. 이해는, 추종보다 품이 넉넉하지요. 따뜻하고.
전 지금 유의원이 정동영이랑 함께 하는 현실을 이해합니다. 그는 지금 그럴 수 밖에 없습니다. 허나 또한 놓치지도 않습니다. 이해찬과의 단일화 후 그가 보인 눈물, 대폿집에서의 씁쓸한 웃음 등이 담아논 의미를. 현재 그가 아마 제일 심란할 겝니다.
비록 제가 그를 이해는 하나, 애끼는 마음은 제 자신에게보단 부족해서 전 차마 정동영을 찍지는 못합니다만. 허나 이 곳에서 정동영을 찍겠다며 괴로워 하시는 분들에게 이렇게 말씀드릴 수는 있습니다.
"님들은 저보다 더 유의원을 애끼고, 이해하시는군요." 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