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생각 할수록 기가 막힐 노릇입니다.
아래 토지공개념님께서 글을 너무도 잘 써주셔서 더 이상 언급하지 않아도 되겠지만 너무도 어처구니 없는 일이라...
저는 사고 지역인 태안 천리포에서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사고 당일 아침 저희는 사고 소식을 접하지 못하고 사무실에서 한바탕 소란을 피워야 했습니다. 어디선가 이상한 냄새가 나서 말이죠.
우리 직원 중 후각이 잘 발달한 여직원이 어디선가 가스 냄새가 난다며 얘길 하자 여기저기서 정말 그렇다며 사무실 가스렌지부터 시작해서 이것저것 다 점검을 해야 했습니다.
급기야는 사무실 아래 주차장에 있는 가스차들 까지 다 점검을 해야 했고, 그러는 와중에 태안에서 기름이 유출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그리 심각하진 않겠지 하고 생각했습니다. 언론에서 얘기한것 처럼 해변이 바다에서 많이 떨어져 있어서, 그리고 예전에 큰 사고가 한번 있었으니 이정도는 방제할 수 있겠지 하며 안심을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다음날 더욱 심해진 원유냄새에 바닷가를 나가보고 (참고로 제 근무지가 천리포 수목원이라 바다를 접하고 있습니다.)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서해안이라 밀물과 썰물이 발생하는데, 제가 나갔을때는 물이 들어오는 시간이었습니다. 평소에는 하얀 파도를 일으키며 물이 들어와야 하는데, 하얀 파도는 볼 수 없었고, 검은 원유가 밀려오는 광경을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참, 이걸 어떻게 해야할지 주저하다가 카메라를 꺼내들고 사진촬영을 하는 것 밖에는 할 수 있는게 없다는 생각에 사진만 찍고 사무실에 들어와 직원들에게 얘길 하였습니다.
그때는 사고 다음날이라 사람들도 없었고, 마을 사람들만 모여 삽을 들고 이리저리 다니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되었다면 어떻게 일을 시작해야 하는지 관계자들의 조언과 노력만 있었다면 더 신속하고 효과적인 방제가 이루어 지지 않았을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어민들이 삽과 자루만 들고 하루를 허비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부터 여기저기서 봉사단체들이 도착하고, 기름을 걷어내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그 사람들을 효율적으로 통제하지 못해 인원이 만리포 해수욕장에만 집중되고, 그러는 사이 인근 다른 해수욕장에는 원유들이 모래속으로 파고드는 상황이 발생하였습니다.
그러다보니 모든 물자도 그 곳으로만 집중되고, 다른곳에서는 차광막, 그리고 속옷까지 동원하며 원유제거를 해야 했습니다. 이런 상황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나마 여기저기 환경단체, 그리고 관련기관에서 신경을 써서 만리포해수욕장을 비롯하여 다른 해수욕장까지 원유제거를 위해 힘쓰고 있지만 처음부터 이렇게 했다면 지금보다는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리고 더 아쉬운게 있다면 이 사고를 선거와 결부시켜 선거운동 하는 대통령 후보들을 보며 원유 덩어리를 던지고 싶었습니다.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의 후보자들은 사람들이 가장 많은 만리포에와서 손에 기름 한 방울 묻히지 않고 사진을 위한 액션만 한 채 유유히 빠져 나가는 광경을 볼 수 있었습니다.
오히려 일하는 사람들 장비만 빼앗아 가고 또 주위 기자들 때문에 봉사하는 사람들만 방해한 꼴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한 시간을 넘게 일하고 주위 해수욕장까지 둘러보며 안타까움을 표현하는 후보도 있었습니다.(이게 중요한게 아니지만요.)
오늘로 사고가 발생한지 며칠이 지났습니다. 다행스럽게도 봉사단체들이 많이 도와주셔서인지 처음 제가 보았던 원유파도는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밀려오는 파도속에는 가라앉은 원유 덩어리들이 올라옵니다. 그리고 이미 모래속으로 침투해버린 원유 덩어리들.. 참... 한마디로 말해 절망입니다.
오늘은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 걱정입니다. 비가 내리면 파도가 더 거세 질거고, 조류의 흐름도 더 빨라질 테니까요. 그리고 기온도 떨어지겠죠. 봉사하시는 분들 마땅히 쉴 곳 없이 모래사장에서 식사 하시며 일하고 있습니다.
이 분들 건강 해칠까봐 걱정입니다. 언제까지 이 일이 계속되야할지... 단기간에 끝날 수 있는 일이라면 좋겠는데.
한편으론 대선에 밀려 매스컴에서 더 이상 다루지 않게되면 사람들의 관심도 줄어들게 될거고, 그러다보면 잊혀지게 될겁니다. 그게 가장 두렵습니다.
이 서해안을 살리기 위해서는 많은 분들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합니다. 많은 관심을 가져 주시길 바라겠습니다. 그리고 추가적으로 이 곳에 대해 궁금하신점 등이 있으시다면 제게 연락해 주십시오. 혹시 방문하시게 되도 말이죠. 횡설수설 말이 많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