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앙(災殃)의 발생에 대한 우연(偶然)과 필연(必然)의 역학적 분석에 관한 잡설(雜說)
재앙(災殃)의 발생
2007년 12월 7일 오전 6시경 충남 태안군 만리포에서 북서쪽 해상에 홍콩 국적 유조선 HEBEI SPlRIT호가 지나고 있었다. 이 유조선은 146,848톤급의 대형 원유운반선이었다.
한편 한국의 삼성 T-05호라고 명명된 예인선은 크레인을 실은 부선을 달고 역시 만리포 북서쪽 해상을 향하고 있었다.
당시 해상에는 풍랑주의보가 발효중이었다. 파도가 높아 예인선은 선체의 균형을 잡기가 매우 어려웠다.
부선에 크레인까지 매단 예인선인지라 출렁이는 파도 때문에 운항 중단을 고려했어야 했다. 하지만 삼성 T-05호는 운항을 계속했다.
그런데 해양수산청 관제실은 삼성 T-05호의 항로에 대형 유조선인 HEBEI SPlRIT호가 지나고 있음을 발견했다. 해양수산청 관제실은 즉시 삼성 T-05호를 호출했다.
“삼성T-05! 응답하세요, 삼성T-05! 응답하세요, 삼성T-05!”
그러나 삼성T-05호에서는 아무도 응신하지 않았다.
“…”
삼성 T-05호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크레인을 탑재한 부선을 연결시키고 있었던 와이어줄이 끊어진 것이다. 부선은 대형 유조선을 향해 그대로 돌진하고 있었다. 부선은 정확히 조준한 어뢰마냥 유조선의 정중앙을 향하고 있었다.
같은 날 오전 6시20분경 해양수산청 관제실은 예인선 선장에게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대형 유조선이 근처에 있으니 피해서 운항하라”
이와 같은 경고에도 불구하고 예인선 선장은 부선을 연결시킨 와이어줄이 끊어진 사실을 보고하지 않았다. 끊어진 와이어에 달린 부선과 높은 파도 때문에 삼성 T-05호는 항로를 이탈해 파도에 휩쓸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로부터 한 시간 정도 지났다.
같은 날 오전 7시 15분경 충남 태안군 만리포에서 북서쪽으로 약 9Km 떨어진 해상에서 11,800톤급의 삼성 T-05호는 146,848톤급의 홍콩 국적 유조선 HEBEI SPlRIT호의 정중앙을 충돌했다.
“꽝!, 꽝!”
이 사고로 약 15,000톤 가량으로 추정되는 원유가 유출되었다. 쏟아진 원유는 해안선으로 밀려 들어와 바다와 모래 위를 검게 덮어 버렸다.
참으로 재앙이라고 할만한 해양오염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만리포는 해수욕장으로도 유명한 청정해역이다. 앞으로 몇 년이 지나야 아름다운 그 모습을 다시 볼 수 있을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
원유가 덮은 어장은 순식간에 더 이상 생물이 살 수 없는 지역으로 변해 버렸다. 여름철이면 즐겨 찾았던 해수욕장은 다시는 찾고 싶지 않은 흉물이 되어 버린 것이다.
태안, 서산, 보령, 서천, 홍성, 당진 지역, 특히 어민과 해안가 사람들은 생존의 두려움까지 포함된 재앙에 휩싸이게 되었다.
우연(偶然)인가?
만 톤 조금 넘는 규모의 배로 대형 유조선을 들이 받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렇다면 이 사건은 우연히 발생한 것일까? 어디까지가 우연일까?
우연히 유조선이 만리포 앞바다를 지나고 있었단 말인가. 아니면 예인선이 우연히 그 시간에 그 곳을 지나야만 했단 말인가. 아니면 우연히 와이어가 부식해서 끊어졌단 말인가. 그렇다면 항상 켜져 있어야 할 VHF 통신은 왜 안 된 걸까?

다시 우연히 생겨난 것이 무엇이 있나 생각해 보자. 날씨? 그 날 날씨는 이미 예보되었다. 파도가 높아 풍랑주의보까지 발효 중이었다. 마땅히 우연히 발생했다고 치부할만한 건수가 없다.
세상에 우연히 일어난 일이란 없는 것 같다. 중국 배이징에서 나비의 날갯짓이 다음 달 미국 뉴욕에 폭풍을 발생시킬 수도 있다는 말도 세상에 우연히 일어난 일이란 없다는 것을 말하기 위함일 것이다.
자연계에서 일어나는 일 뿐만 아니라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도 작은 일과 큰 일이 모아져 작은 사건이 되던지 혹은 큰 사건이 일어나며, 이후 국가와 민족이 겪는 재앙마저도 우연히 일어나는 일은 없다고 본다.
필연(必然)인가?
와이어가 끊겨 파도에 흔들리는 크레인을 실은 부선이 거대한 유조선에 구멍을 내는 일과 같은 일이 만리포 앞바다가 아닌 대한민국 역사에서도 벌어질 것만 같다.
그 날은 불행하게도 이미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홍콩 국적 유조선에서 흘러나온 원유는 아름다운 청정해역과 선량한 어민들의 마음을 검게 덮었지만, 대한민국 역사에서 일어날 일은 현 세대와 후 세대에게 씻지 못할 죄책감을 지우게 될 것만 같다.
크레인을 실은 부선은 삼성 T-05호와 썩은 와이어로 연결되었지만, 공구리 삽질의 대명사는 세습경영의 삼성과 썩은 조중동아줄로 엮여 있다.
관제실에서는 VHF를 통해 항로를 변경하라고 외쳤지만 소통의 부재(不在)만 확인했듯이, 언론은 대한민국 역사에 치명적인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경고를 국민들에게 전달하지 않았다.
풍랑주의보가 발령된 높은 파도 위에서 위험한 운항이 계속된 것과 같이, 검찰도 충돌시 발생할 위험을 뻔히 예상했음에도 크레인을 실은 공구리 삽질의 운항을 멈추게 하지 않았다.
유조선과 충돌해서 깨어진 구멍으로 시커먼 원유가 콸콸 쏟아지는 현장을 사진과 영상을 통해 시청하면서도 막연한 일로 여기듯이, 국민은 대한민국 역사에 공구리 삽질이 대통령이 될 경우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와 후손들에게 미칠 악영향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
잡설(雜說)의 결론
국가와 민족이, 나아가 인류가 겪는 재앙도 작은 원인이 큰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사실을 누구도 부정해서는 안될 것이다.
다만 피할 수 있는 위험에 대한 경고를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언론도 검찰도, 국민들도 그런 경고를 말해야 하고, 또한 들어야 한다.
작은 일이 치명적인 위험과 큰 사고를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을 며칠 후면 내 두 눈으로 똑똑히 목격하게 될 것이다.
유권자가 한 표를 행사하는 것은 작은 일이다. 그런데 유권자의 부주의한 그 한 표가 대한민국의 역사를 어처구니없는 위험에 처하게 할 줄이야.
나 스스로가 국민이자, 한 사람의 유권자이지만 아직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사회 현상이다.
하지만 나 뿐만 아니라 국가나 민족, 나아가 인류 앞에 닥치는 재앙 가운데 결코 우연히 닥치는 경우는 결코 없다고 단언하고 싶다. 다만 모든 사건이나 사고는 사람들이 지각하지 못하는 가운데 일어난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