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선거에서 이명박이 승리한다면, 이명박이 잘나서도 깨끗해서도 뛰어나서도 아니다.
다만 다른 이들이 너무 문제가 많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이명박이 비리 투성이며, 공사 구분이 명확치 않다는 걸 잘 안다. 그러나 정동영은 그 질 낮은 이명박보다 더 좋지 않게 본다는 것이 문제의 근본이다.
정동영은 당 세 개를 작살냈다. 그리고도 뭔가 뚜렷이 보여준 적도 없다. 무슨 이슈를 내 놓지도 못했고 누군가와 맞부딪혀 싸운 적도 없다. 그저 물에 물탄 술에 술탄 비실거리는 모습만 보여 주었다. 정동영이 오로지 몰두해 온 것은 권력투쟁, 그것도 내부 경쟁자를 제거하고 자신의 끈적한 친구들을 심는 것 뿐이었다.
이렇게 존재감 없고 무능의 극치를 달리는 정동영을 국민들은 제대로 그리고 현명하게 보고 있다.
문국현 역시 마찬가지이며, 그렇게 파탄의 극치를 달렸다던 참여정부 5년 내내 단 한 마디도 없다가 어째서 대선에 이르러서야 나라가 위중하다고 사람들에게 설레발인지, 사람들은 도무지 이해를 못 하고 있다. 모든 이기심 가운데 숭고함으로 포장된 이기심이 가장 나쁘며, 지옥으로 가는 길이 선의로 포장되었다는 말을 다시 되새길 수밖에 없다.
국민들은 사실 잘 못 판단하는 것이 아무 것도 없다. 다만 이명박 만은 안 된다는 우리들과는 달리 그들은 이명박을 다른 이들보다는 조금 낫게 보고 있을 뿐이다. 나는 정동영이 집권했을 때를 생각해 본다. 내가 열린우리당 창당 때부터 해체 때까지 본 딱 그대로 국가를 운영할 것이다. 끈적한 친소 관계로 행정은 이리저리 구불거릴 것이고 무엇하나 제대로 처리하는 것 없이 끊임 없이 내부혼란과 사람들 간의 불신과 증오 만을 부추길 것이다.
이명박이나 정동영 모두 가치와 원칙이 아닌 사적인 이해와 친소관계로 정치를 해왔다는 점에서 조금의 차이도 없다. 이명박의 부패가 문제라면 정동영의 무능도 문제이며, 부패가 낫냐 무능이 낫냐라는 질문은 그냥 선택, 그것도 아무런 즐거움도 가치도 없는 쓰레기들의 경쟁일 뿐이다. 나는 이번 대선의 흐름에 아무 불만이 없다.
이명박을 이기고 싶은가? 그럼 이명박보다 나은 인물을 내 놓으면 된다.
BBK나 이딴 것들은 아무 상관도 없다. 정동영이 이명박보다 못할 게 뭐냐고? 나은 건 또 뭔가? 부패하지 않았지만 당 만들고 깨고 지지율 말아먹는 건 대체 어쩔 건가? 장관 안 시켜 준다고 잠수 타고 내부 사람들 편 갈라서 싸움시키는 건 무슨 리더쉽인가 대체?
친노들 역시 정동영한테 놀아났다. 이해찬이 유시민을 이길 때, 이해찬이 받은 표의 상당 수는 정동영 표 아닌가? 단일화 이슈를 띄워놓고 투표하면, 정동영계가 당연히 전략적 투표 하게 된다. 이해찬은 노무현 지지자들 표를 친절히 접수해서 정동영에게 갖다 바치고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아무 존재감도 없고 대중친화력 제로인 참모로 다시 돌아갔다. 이해찬이 한 일은 오로지 노무현주의자들을 붕괴시켜 정동영 따라지가 되도록 한 것 뿐이다. 의도는 아니었겠지만 결과적으로 그랬다.
물론 유시민 진영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는 게 아니다.
유시민 세력... 이제는 이렇게 불러도 좋을 우리들은 생각이 정교하고 시대를 앞서가지만 행동력이 부족하다. 유시민이 이해찬에게 무릎 꿇을 때 표차는 불과 600표였다. 유시민 세력은 복잡하고 수준 높은 사고력에 비해, 아니 어쩌면 그런 깊은 생각 때문에 필연적으로 행동력이 떨어진다. 결국 여론을 리드할 수 있지만 선거에서 패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참여정부는 일부 진보 + 구 운동권 + 호남 지역주의 + 각성한 시민의 연합이었다. 일부 진보는 진보나 문국현으로 돌아갔고 구 운동권은 이해찬과 정동영으로, 호남 지역주의 역시 정동영으로 흡수되었다. 그리고 각성한 시민들, 깨어있는 생활인들이 유시민 지지자로 여기 모여 있는 것이다.
유시민 지지자들은 딱히 진보나 딱히 운동권도 아니고 지역주의자들도 아니다.
이들은 자발적으로 각성한 개인들이고 조직화되지 않은 시민들이다. 대부분 정치 혐오에서 인터넷 등을 통해 각성해 온 생활인들이다.
나는 이 그룹의 오묘함은 바로 그 유동성에 있다고 느낀다. 조직화 되지 않아서 움직이기 힘들다. 그러나 조직화 되지 않고 강령에 의해 움직이지 않은 만큼 거대한 숫자가 될 수도 있고, 전혀 별 볼 일 없는 미미한 그룹이 될 수도 있다.
우리들의 빈약한 행동력과 사고와 견해를 뒷받침 해 주지 못하는 움직임은 두고 두고 유시민 세력의 족쇄로 작용할 수 있다. 아마도 이 때문에 유시민 세력을 보다 뚜렷한 조직과 행동 단위로 묶어 내려는 움직임이 일어 날 것으로 본다. 그러나 나는 이것이 이상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을 거라 생각한다.
유시민 정치는 그 바탕의 사고 자체가 상당히 복잡한 곳에서 출발한다.
진보의 평등, 운동권의 민주 반민주, 지역주의자들의 호남 영남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다. 유시민 세력을 묶어내는 이상이 무엇이냐고 말할 때 민주 반민주나 호남 영남 같은 대답은 하기가 힘들다. 상향식 민주주의나 이런 것이 과연 유시민 세력의 모든 것일까? 우리는 누구나 그 속에 더 복잡한 얘기가 있음을 안다.
유시민 세력의 빈약한 실천력을 배가 시키기 위해서는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해야 한다. 유시민 세력은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 경제의 개방성과 다양성, 문화와 예술의 부흥, 환경과 양성평등, 이상보다는 최적을 꿈꾸는 균형과 조화를 추구하는 세력이다. 이 실천적 기반은 민주주의, 합의, 지적 깊이, 그리고 창의성과 존중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사회에서 이런 선진적인 시민사회의 이상이 먹혀들지 않는 이유는 아직도 정치의 영역에서 민주 반민주 호남 영남 지배 피지배 친북 친미같은 원색적인 개념들만이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복잡한 설명을 싫어하고 원색적인 구호들이 더 진실되다고 믿는 정서가 아직도 한국사회를 사로잡고 있기 때문이다.
유시민을 지지하는 자발적 참여시민들은 이런 복잡한 정치지형을 이해할 정도로 성숙한 시민들이지만, 이것이 사회에서 보다 주도적 아젠다가 되기 위해서는 보다 체계적이고 명료한 이슈파이팅을 주도해 나가야 한다. 이말을 다시 뒤집어 보면 조직화와 행동지침은 유시민 세력의 나갈 바가 아니라는 말도 된다.
행동을 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아닌 누군가가 되지 말자는 것이다.

행동에 경도된 그룹은 역시 내부의 사고가 빈곤할 경우가 많다. 나는 개인적으로 21세기를 살아가는 한국의 시민들은 누구나 유시민주의자가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유시민은 어떤 이념이나 특정한 세력의 이해관계를 추구하는 정치인이 아니고, 많은 사람들이 특별히 자기 자신을 희생하지 않고도 만족감을 느낄수 있는 사회를 추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음이나 싸이의 노대통령 관련 기사들을 보면 이렇게 순수하고 맑은 눈으로 사회를 보고 있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 언론에서 뭐라고 떠들든지 굴하지 않고 노대통령의 가치를 알아주는 이들은 우리 사회에 아직 무수히 많다. 이들을 움직이고 감동시키며, 시민으로서 건강한 각성을 이끌어 내는 것이 우리들이 할 일이라는 것을 알 필요가 있다.
그래서 뭘 하자는 건가 라는 질문을 스스로 던져본다.
나는 유시민이 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우리 스스로가 보여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사회는 민주정부 10년에 걸쳐 많은 발전을 이루었지만 결국 창의성과 개방성 민주주의와 자발성에서 아직도 전근대적인 모습을 많이 가지고 있다.
예컨데 교육은 여전히 대학의 자율성이니 공정한 입시니 하는 조선일보식 아젠다를 벗어나지 못해 점점 더 암기와 주입식 교육이 강화되고 있다. 한국교육의 비효율성은 서구의 분석가들이 한국을 말할 때 단골로 등장하는 문제지만 정작 국내에서는 입시가 얼마나 공정한가 대학의 자율성으로 포장된 커트라인 높이기 경쟁만이 이슈일 뿐 현대에 전혀 맞지 않는 대규모 공산품 경제에 맞은 순종적이고 기계적인 인물을 만드는데 모든 시스템이 집중되어 있다.
"한국이 학생들을 입시에서 해방시켜야 한다" 이 당연하고 명료한 아젠다를 그 어느 세력도 명시적으로 주장하지 못한다. 조선일보와 서울대가 주도하는 이슈 파이팅이 너무나 강력하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우리가 할 일이 많을 것이다. 경제 역시 자본과 유통이 집중되는 대규모 경제에서 창의성과 다양성에 기반한 보다 유동적이고 복잡한 경제로 가야 한다. 예컨데 히딩크가 한국에 몇조원 규모의 이익을 안겼다면, 정몽준에 의해 누더기로 변한 축구협회 때문에 한국이 입는 손실은 실로 어마어마 할 것이다. 모두들 축구를 하찮고 부차적인 문제로 생각하지만 축구나 영화가 만들어 내는 부가가치는 웬만한 산업분야들보다 많았으면 많았지 결코 적지 않다.
소니는 워크맨으로 세계적인 기업에 올라섰지만 그 이면에 EU를 추월한 일본음악 시장의 활성화가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음악에 빠진 이들이 많다 보니 자연히 휴대용 기기가 발전하는 것이다. 문화와 예술은 경제의 활력과 부가가치를 높인다. 그리고 이렇게 창의성과 자발성에 기초한 경제는 노동력과 싼 임금에 기초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만족감과 후생증진으로 돌아올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새로운 국가개념과 사회경제 모델에 맞는 새로운 이슈파이팅을 하는 집단이 유시민 지지자 그룹이기를 바란다.
사회의 창조성과 다양화, 그리고 민주주의와 개방은 한국사회가 넘어야 할 마지막 관문이다. 바쁘고 열심인 것이 능사가 아니며, 생각하고 깊이있고 독특한 것이 대접받는 사회가 우리가 꿈꾸는 것이 아닐까?
복지는 내수로 돌아오고, 민주주의는 효율로 발전하며, 개방과 창의는 부가가치로 날아오르는 것이다. 누구나 어렴풋이 알고 있는 그 느낌들을 우리가 명료한 이슈로 주장해 내야 한다. 그렇게 보면 유시민 지지자들은 꽤 할 일이 많다. 우리가 새로운 이슈와 아젠다로 사람들에게 말을 건낼 때, 아마도 "이미" 유시민주의자들인 많은 시민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 분명하게 깨달을 수 있으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