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르르릉~ 전화왔다~ 메세진데 속았지?"
딸아이 휴대폰에서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소리입니다. 앙증맞은 말투가 예뻐서 가끔 따라해 보며 가족들에게 '똑같지 똑같잖아~' 억지 동의도 구해봅니다만.
인생사 아무리 속고 속이는 것이라 해도, 2007년 12월 이 겨울에 듣고 있는 거짓말은 누가 진실을 말하고 있는 것인지 일반인들의 일반적인 거짓말의 범주안에 넣을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마음이 불편합니다. 위의 휴대폰 메시지링처럼 즐거이 기꺼이 속아줄 수 있는 수준은 아니기에 더욱 더요.
'다 상관없다. 이번 대선은 무조건 경제다'란 화두에 최대한 동의를 한다고 해도, 최고 지도자의 위치란 믿음을 바탕으로한 포용하며 끌고 가는 리더십이 중요한 덕목임을 인정해야 한다면, 우리는 의혹 투성이 지도자의 무엇을 믿고 따라야 할지 막막하지요.
최소한 네 당 내 당, 보수 대 진보를 다 떠나 진정으로 대한민국을 위하는 입장에서만 바라보아도 말이죠.
검찰의 단호한 이명박 무혐의 선언은 큰 아쉬움을 남깁니다. 이번 검찰발표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여론이 50%를 넘는다는데 그럼에도 이명박 지지율은 그대로라 하니 이건 뭐 서로 눈 감고 넘어가자는 나만 모르는 무언의 약속이 이미 형성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 날도 추운데 소외감마져 듭니다.
개혁, 이거 쉽지 않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빚진 것이 별로 없이 들어 온 사람이라서 대통령하기 힘들었지요. 적당히 주고 받고, 대충 속이고 속고 평소에 끈적한 유대를 쌓아야 필요할 때 서로 힘이 되는 연고의 미덕이 생성되는데, 대통령은 기득권층의 협조없이 독자적으로 치고 올라온 사람인데다 아웃사이더 출신답게 주로 기득권층의 합리적 개혁에 대한 협조나 주장하니 누구라 쉽게 협력하고 싶었겠는가 말이죠.
더 높은 권력으로, 더 많은 자본으로의 통로가 활짝 열려진 곳이 이 시대 법을 집행하는 조직과 계층이 가진 특권인 것을 감안한다면, 원래의 주인에게 돌려주는 권력이 아니라 오히려 더 단단한 철옹성을 쌓고 싶은게 그들의 본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경제인 정치인들에게 무던히도 후한 그들의 판결은 자주적이지 못해서가 아니라, 그늘망처럼 촘촘히 짜여진 사회의 권력구조를 너무도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일 거란 서글픈 생각마저 들게 하지요.
개혁분야 중에서 과거사 정리가 가장 안된 곳이 검찰이라는 인식은 굳이 노무현 대통령만은 아닐 것입니다. 반성이 부족하니 바뀌어야 할 이유도 없고 악순환은 계속되는 거죠.

별 욕을 다 먹어도 노무현 대통령은 이미 기득권자이고, 나머지 모두는 도전자의 신분이죠. '욕을 먹어도 대통령 한번 해보고 싶다'는 홍준표 의원의 솔직하고도 처량한 권력타령도 보았습니다만, 도전자가 도전할 자에게 순종하겠습니까.
우리나라처럼 민주주의의 내실화보다는 권력게임에 치중하는 풍토에서는 권위해체의 노무현식 스타일은 위험하기 짝이 없는 불온함으로 받아들여지고, 이에 진작부터 불안을 느낀 기득권층과 조중동의 질퍽한 저주는 드디어 5년만에 달콤한 결실을 맺어 가는 것으로 보입니다.
중요한 것은, 되찾은 십년동안 검찰과 언론에게 권력의 시녀라는 오명을 벗겨 주었더니 스스로 자본의 도구로 전환한 듯한 그들의 속모습을 국민들이 어떻게 보고 있을까 하는 것입니다. 원천적으로 개혁세력이 밀릴 수 밖에 없는 구조이지만 반전의 해법도, 믿고 기댈 곳도 오로지 국민의 생각과 판단 밖에 없으니 말입니다.
그러나 슬픔도 노여움도 없이 주어진 현실에 이미 순종하는 국민들은 한해 해외여행객 1,200만 명에 끼기 위해서라도 이명박이 필요하고, 88만원 세대라는 자조를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이명박이 필요합니다. 지지와 추종의 근거가 옳으냐 그르냐는 중요한 게 아닙니다. 이미 어떤 논리로도 그들을 설득할 수 없기에...;
별로 희망이 보이지 않는 겨울입니다. 어느 해 보다 일찍 잦게 찾아 온 하얀 눈발에 올 겨울은 서늘한 가슴을 맡겨 놓고 살아야 할지도 모릅니다. 정말로 대안이 없을까요. 완전히 끝난 게임일까요. 우리에겐 정녕 마지막 희망조차 없는 것일까요.
정동영, 왜 그렇게 못났습니까. 당신의 프리허그에 몸이야 잠깐 맡길 수 있겠지만, 그들의 언 마음은 무엇으로 녹여 내시렵니까. 아직도 16%라니오. 갈 곳 몰라 방황하는 사람들을 그렇게도 끌어 안을 방법을 못찾습니까.
정치인들만의 리그 버리고 정치개혁 하겠다, 기득권층의 부패와 부도덕 해체하는 데 힘쏟겠다, 분열을 야기하는 사회 양극화 문제 각계각층의 중지를 모아 완화시키겠다, 부의 대물림 고착화 되기 이전에 기회의 균등화 해법 찾겠다, 한반도 평화 기어이 정착시키겠다, 상식적인 대한민국 토대를 구축하는 데 전력을 쏟겠다, 지난 10년은 개혁의 시간이었고 끝이 아니라 연장이다 정동영과 어깨걸고 끝까지 함께 가자. 민주평화개혁세력은 단일대오로 뭉쳐달라.
왜 호소하지 못합니까. 왜 감동시키지 못합니까. 왜 믿음을 주지 못합니까. 아무렴 한나라당과 이명박 보다 못하겠습니까!
"따르르릉~ 전화왔다~ 메세진데 속았지?"
주절주절하는 내내 앙증맞은 아이는 지치지도 않고 여전히 매혹적으로 불러댑니다. 어쩌라구!
눈이라도 함빡 쏟아지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