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속에 들어가 길을 헤매고 있을때는, 일단 높은 곳에 올라서서 '현위치가 어디인지' '앞으로 어디로 가야하는 지' 보아야 합니다.
현 정치 상황입니다.
이 상황 자체가 노짱 정치개혁의 여파라고 생각합니다. 대통령이라는 무소불위의 권좌에서 법이 허용한 권력을 제외한 모든 권력을 놓은 겁니다.
그 속에서 도덕성과 정책의 정당성으로 레임덕도 없이 국민의 지지를 얻고 이만한 성과를 올렸습니다. 차기에 누가 정권을 잡건 간에, 앞으로 10년 정도는 노짱이 만들어 놓은 이 틀에서 대한민국은 전진하리라고 봅니다
그러나 현실은 여전히 암담합니다. 권력을 놓자 정당은 궁물들이 말아먹고, 사법은 언론 자본과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그 권력은 분명 정당에서는 당원의 몫이었고, 법은 국민을 위해 존재해야 하는데, 실제로 정당은 대의기관 임에도 전혀 민의를 반영하지 못하고, 국회의원 뺏지들이 '함께 꾸는 꿈'도 없이 궁물을 따라 흘러 다니고 있습니다. 사법과 선관위는 헌법의 나와있는 권리조차 무시한 채 초법적인 위치에 서 있습니다.
유의원이 서 계신 위치입니다.
현 상황은 유의원님이 왜 거기 계시는지 이유조차 알수 없게 되어 버렸습니다. 그런데 유의원님도 포로가 된 상황이라, 만기가 되지 않고서는 정치인으로써 운신의 폭이 좁을 수 밖에 없습니다.
정후보를 봅니다. 2002년 노짱과 함께 끝까지 경선을 포기하지 않고 완주하고, 누구보다도 열심히 노짱을 지지한 덕분에 정후보는 참여정부의 황태자 자리에 오르게 됩니다. 열린우리당을 만들기도 하고 부수기도 하고 통일부장관을 역임하였습니다. 2002년 실패를 거름삼아 완벽하게 기간당원제를 제거하고 당원의 권리를 없애 버립니다. 개혁세력으로서 유일한 자원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당원과 도덕성인데, 이 둘 다 버리고 오직 국회의원 뺏지 모으는 통합만을 해왔습니다.
'상대방의 잘못이 나의 잘못을 정당화하는 근거가 될 수는 없습니다.'

유의원님이 거기에 계신 이유는 민주주의란 '절차의 존중'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를테면 탄핵 당시 수 많은 의원들이 몸으로 단상을 점거하고 막았는데, 그냥 내버려두고 표결로써 진행되었다면, 오히려 민주주의가 만개에 이를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그랬다면 사학법개정때 한나라당 의원들이 몸으로 막는 사태는 없었을듯 합니다. 150석 이상을 차지하고도 4대 개혁입법을 처리하지 못한 원죄가 민주적인 절차를 몸으로 막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아무리 괴롭더라도, 정동영 후보가 법적으로 후보의 자격이 박탈되지 않는 이상, 이 원칙을 지킬 의무가 유의원님에게 있는 것입니다. 유의원님은 정동영후보에게 승복한 게 아니라 민주주의 절차에 승복한 겁니다.
승복한 이상 GOOD WINNER가 아닌 정후보에게 GOOD LOOSER일 필요는 없는데, 유의원님 최대한의 립서비스는 해 주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정후보는 이번 대선에는 별 관심이 없어 보이고 호남에 안주하려는데, 굳이 유의원님이 영남에서 표를 구걸(ㅠㅠ)하는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유의원님은 할 일을 하고 계시다는 데는 동의합니다.
한가지 의미를 부여하자면 그동안 유의원님은 노짱 지킴이로 활약했는데, 지금은 새로운 회사를 설립하려는 CEO로서 첫 걸음인듯 합니다. 괴롭지만 차기 대선 주자로서, 그 자리에서 자신의 할 일 있으면 최선을 다하셔야겠지요. 두번째는 대구 수성을 선거가 되겠죠.
시민광장의 위치입니다.
시민광장에서 정동영에 대한 호의를 가질 수는 없습니다. 정후보 얘기를 꺼내면 꺼낼수록 민주주의가 수렁에 빠지는 듯 보이는 건 저 혼자만의 느낌은 아닐 것입니다. 어쩜 그리 안되는 길로만 가는지.. '지지'는 커녕 제발 안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유시민을 믿고 지지하는 것과 국민으로서 선택이 틀리면 어쩌면 좋을까요. 저도 솔직히 이 모순을 얼마나 견뎌낼지 모르겠습니다. 개인적으로 '국민으로서의 주권이 더 우위에 있지 않은가?' 합니다. 유의원님의 선택은 민주주의적 절차를 존중해야하기 때문에 그 위치에서는 당연합니다. 그렇다고 내 주권을 포기하는 것 또한 어리석은 일입니다. 지금 현재 북한과 영남과 호남이 후삼국시대의 지형을 연출하며 87년 체제 전으로 퇴화하려는데, 과연 호남에 안주하려는 후보를 용서해야 되느냐는 고민이 있는 것입니다.
주권자로써의 고민도 있습니다.
이번 대선에서 한반도 평화를 유지하며, 참여정부를 이어받는 쪽은 왜 없는지 답답한 마음 뿐입니다. 문후보가 일면 떠오르지만 DJ도 노짱도 오랜 준비기간과 정치적 발자취 속에서 국민의 신뢰를 쌓아온 후에서야 대통령이란 자리에 선 예를 생각할때, 3개월만에 대통령에 대한 준비를 할 수 있다고 믿지 않습니다. 문후보와 문후보를 받치는 세력의 역량을 볼 때 앞으로 5~10년은 지나야 유의미하지 않을까요.
그러면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할까요?
우리의 목표가 이번 대선이 아니라 차기 대선이라면 왜 우리가 이런 위치에 있어야 하는지 알아야 합니다.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가 국민과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았다는 점을 생각할때 왜 국민이 '바꿔보자'라는 생각을 하는지,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부터 고민해야 합니다.
'유시민'이어야 한다고 주장하기 보다는 국민의 삶을 먼저 이해하고 그 삶을 존중하는 데서 출발해야합니다. 시대정신이 요구하는 게 무엇이냐? 그 사명을 완수할 수 지도자가 누구인가? 국민과의 소통은 어떻게 할 것인가?
제가 신뢰하는 것은?
시대정신을 알고 국민과의 소통할 줄 아는 사람이 유의원님이라는 겁니다. 그리고 시민광장 여러분이라는 것을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