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숙한 지지자들의 자세는 뭘까?
어제 오늘의 논란을 보면서 단순 지지자가 아닌 성숙한 지지자에 대해 스스로 묻고 답을 해 본다.
1. 현실에 눈뜨기(1)
모두들 기억하겠지만 노무현대통령의 당선자 시절 노사모회원들과의 첫 만남에서의 당시 노사모회원들의 첫 외침은 ‘감시’였었다. (무엇 때문에 ‘감시’를 외쳤는지는 부연하지 않겠다.)
그런데 뜻밖에도 대통령의 말씀은 ‘감시할 사람 많다!’와 ‘향후에도 지속적인 지지가 필요하다‘ 였다. 정치현실을 모르고 그저 순수하고 순진할 뿐인 지지자들에게 당선된 자신이 얼마나 허약한 지지기반위에 있는지를 알린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지지자들은 이 말을 간과하고 어찌 보면 당연할, 자신들의 일상으로 돌아가고 ‘권력을 쥔’ 대통령 노무현의 고군분투를 그저 지켜보기만 했다. 그리고는 끝내 1년 여 뒤 대한민국 헌정 초유의 탄핵이란 반역이 자행되었다.
2. 현실에 눈뜨기(2)
탄핵 이전인, 취임 후 채 2개월도 지나지 않은 시점인 2003년 4월 노무현 대통령은 이라크 1차 파병을 결정했다. 당시 진보여론은 노대통령의 이 결정에 격렬한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고 역시 노무현 지지자들 대부분이 이 반대여론에 동참했었다.
필자 또한 연일 광화문에 나가 반대시위에 적극 참석을 했던 그 때, 같이 시위에 참여한 주변의 노무현 지지자들 상당이 대통령에 대한 배신감을 느낀다고 했고 대통령의 결정을 이해 못한다고 했다.
시민운동가의 일원으로 또 자칭 진보개혁시민으로서 응당 필자가 취한 행동은 시위 동참이었지만 대통령 노무현을 폄훼하는 구호까지 난무한 시위현장에서 대통령의 입장이 필자와 같을 수 없다는 것과 대통령의 그 결정이 그가 선택할 수밖에 없는 유일한 결정임을 나는 해석하고 신뢰했다.
파병반대의 결정이 몰고 올 대한민국과 그리고 참여정부 및 일단의 진보개혁세력에게 닥쳐올 위기를 감내할 만한 역량이 전혀 없음을 이해한 것이다.
어쨌건 필자는 인간의 양심을 호소하는 한 시민으로서 파병반대의 목소리를 높인 것이고 대통령은 대통령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한 것임을 추호도 의심치 않았다.
그런 몇 가지 결정으로 인해 대통령의 지지자들 중 적지 않은 이들은 서서히 대통령 노무현으로부터 멀어져 갔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결정하기 쉬운 명분보다는 결정하기 어려운 현실 선택의 대통령의 고뇌를 이해하지 못하는 저들의 지지철회에 아픔이 베어 나왔다.
3. 현실에 눈뜨기(3)
취임 이후 지금까지 조중동문이 자행한, 대통령 노무현에 대한 온갖 패악 그리고 이해 못할, 너무도 무력하기까지 한 대통령과 청와대의 대응에 대한 안타까움과 울분이 지금도 진행되고 있다.
정권만 잡으면 저 수구무리를 다 ‘때려잡고’ 이제 제대로 된 나라를 건설할 줄 알았던 대통령 노무현에 대한 실망이 소위 진보개혁세력의 지난 5년의 뇌리를 지배해 왔다.
필자의 생각에도 ‘어떤 식으로건’ 응징되어야 할 수구패악무리에게 '초과 권력'을 행사하지 않은 대통령의 지난 5년이 무척 아쉽기만 하다.
그러나 필자의 의식 한구석에 단단히 존재하는 ‘이에는 이 식의, 구악 일소를 위해서는 때론 저들이 했던 방식대로 적절하게(?) 행사를 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미련’을 조금도 충족시키지 않은 노무현 대통령의 통치방식이 결코 틀렸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4. 유의원이 열린우리당에 남았으면
혹자는 말한다. ‘유의원이 인질처럼 끌려 다니는 지금의 형국을 자초한 것은 결국 열린우리당 탈당 때문’이다고. 정말 그럴까?
그는 제 정치권에서의 도려내야할 대상이다. 보다 더한 것은 기성 언론(수구건 소위 진보건)으로부터도 대접받을 수 없는, 의도적으로 솎아 내야할 대상인 대통령 노무현의 정치적 경호실장인 것이다. 그렇기에 그가 남는 열린우리당은 뉴스에서 사라져야 할 대상으로 이미 전방위 낙인이 되있었다.
사실 그의 개인적 왕따에 대한 우려는 부차적인 것이다. 정말로 우려되는 부분은 대선에 나올 모든 후보(신당의 후보 포함)에게 참여정부가 타킷이 되는 것이다. 즉 정권심판론으로 모든 후보의 돌림빵이 될 수밖에 없는 정치지형이 문제이고 우려사항인 것이다.
정말로 간과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 거짓말도 자꾸 들으면 진짜같이 들리는, 세뇌효과이다. 고립무원의, 왕따적 재갈이 물릴 유시민이 남는 열린우리당은 참여정부의 5년이 처참하게 유린당하는 상황에서도 아무런 도움이 될 수가 없는 한계를 갖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그런 상황으로 치달음을 막아야 하는 것이 유시민에게 지워진 역할이기도 했다. 신당에 들어가 최소한 난자당할 참여정부의 바리케이트 역할은 해야 했던 것이다.
5. 준비하는 정치인 유시민
지난 5년여의 정치경로에 늘 동행은 했지만 필자는 개인적으로 유시민의원과 살가운 관계인 적은 없는 것 같다. 공적인 자리 외에는 개인적 대화를 나눌 이유와 여유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어떤 의미에서 좀 객관적으로 그를 바라볼 수도 있다고 본다.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지난 토요일의 그의 발언 내용이 앞서 필자의 생각이 그러했고 언젠가 글이건 말이건 하고 싶었던 내용이었기에 보태고자 함에 있다.
정말로 지난 토요일의 발언과 발언의 태도는 좀 이채로웠다. 그의 생각과 요청에 대해 실망과 반감을 가진 이들이 더러 있지만 필자는 이제서야 제대로 준비하려는 정치인 유시민을 만나는구나 하는 안도(?)가 생겼다.
여태까지의 그는 대통령이 되려는 준비를 제대로 한 적이 없었다. 지난 예비경선 와중에서도 역시 준비가 충분치 않음을 느꼈다. 그런 그에게서 정말로 이제 제대로 노력하는구나 하는 느낌을 토요일에 얻은 것이다.
그가 정말로 대통령이 되려 한다면 지금까지의 마니아 수준의 열렬한지지 외에 잔잔한 다수의 폭 넓은 응원을 추가로 받아야만 한다. 그렇기에 그는 이제 변해야 한다. 그의 말대로 까칠한 모습을 더러 걷어내고 국민속으로 들어가야만 한다. 그런데 드디어 그러고자 하는 모습을 본 것이다.
6, 지지자여! 준비하고 있는가?
유의원의 준비하는 모습에 대해 한편으로 지지자들의 모습을 생각해 본다. 지난 경선에서 많은 사람들이 대통령 유시민을 연호하고 지지하고 지원하는 모습을 보면서 필자는 조금은 염려가 되고 조금은 긴장도 되었다.
저 열기, 저 함성이 눈사람을 만들 눈덩이가 되어야 하는데...
시민광장에 글을 거의 쓰지 않은 가운데 몇 개월 전의 첫 글이 건방지게도 필자의 우려를 지지자에게 전달하고 부탁한 글이었다.
정말로 가치를 이루고 싶다면, 그 가치를 이뤄 줄 대상을 찾았다면, 자신의 기분으로 상황을 재단하지 말고 그 대상의 입장으로 상황을 대하자는 부탁이었다.
시민광장이 생긴 연유, 그것은 바로 자신들이 추구하는 가치를 이룰 적임자로 유시민의원을 선택한 것 아니었나? 그러면 그 가치를 이뤄줄 그가 보다 넓은 스탠스를 취하려 함에 전적으로 신뢰를 갖어야 하지 않을까?
그는 아직은 대통령이 되기에 턱없이 부족한 정치인이다. 지금까지의 특정 마니아의 우상이 아닌, 대중속의, 대중에 어필되는 긍정적 탈태(Upgrade)를 해야만 하는, 미숙한 미래의 대통령 후보이기도 하다.
그러나 아직 지지자 일부에게선 그에게 각인된 날카롭고 공격적인 모습이 항구적이기를 원한다. 그에게서 합리적 타협의 리더쉽을 기대하지 않고 속된 말로 언제나 ‘싸가지 없는 유시민’ 이자 나의 울분을 대리해주는 역활만을 기대한다.
그런, 상당 일반인에게 비춰지는 '뾰족한 유시민'의 고착화되는 이미지로서 과연 대통령이 될까? 혹시나 모두의 유시민이 아닌 나의 유시민, 내 기분의 유시민만으로 독점하고자 하는 것은 아닌가?
나는 토요일 그의 발언에 대해 실망하는 일부 지지자들을 보면서 더 많은 것을 지키고 또 얻고자 부득이 일부를 포기해야만 했던 노대통령을 떠나던 당시의 일부 원칙론의 까탈스러운 지지자들을 보는 듯한 안타까움이 있다.
정말로 그가 대통령이 되기를 원한다면 내 스타일이 아닌 국민이 필요로 하는 스타일로 그가 긍정적으로 변모해 나가도록 돕는 것이 우선이다.
앞으로의 5년은 무척이나 지난할 것이다. 그 닥쳐올 역경의 세월을 지난 5년 동안의 경험을 잘 새겨 보다 유연하게, 여우같이 슬기롭게 헤쳐 나가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 지지자부터 진화해 나가야 하리라 본다.
지지자부터 프로여야 승리의 가능성이 있다. 프로가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