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그를 처음 만난건 20여년 전으로 생각됩니다.
어떻게 생긴 사람인지는 몰랐지만 장안을 떠들석 하게 했던 "항소 이유서"로 만났죠. 이후, 간간히 텔레비젼을 통해 그의 얼굴을 익혔지만 그를 두번째 만난건 5년전 화염병을 들고 바리케이트 앞에 서있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렇게 조금씩 마음을 키워가며 그와 정이 들어갔습니다.
몇개월 전부터 참 희안한 일이 생기고 말았습니다. 누군가 나에게 "유시민을 지지하는 이유가 뭐야?" 라고 물으면 꽤 많은 이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냥 대답해 버립니다.
"그냥" 이라고...
어쩌면, 내가 유시민을 지지하는 이유가 없는것은 내가 나의 아내와 아이들을 사랑해야 하는 이유가 없는 것과 같을지도 모릅니다. 이미 마음을 키워 크게 정이 들었고, 앞으로도 그에게 다가가는 나의 마음은 변함이 없을 것 같습니다.
시민광장 전국 대번개를 앞두고 여러 이야기가 많습니다. 운영규약, 새로운 제도, 2기집행부, 등등등... 대번개, 혹은 총회를 앞두고 하나같이 꼼꼼히 다루어야 하는 것은 틀림없습니다.
좋은 규약이나 제도는 새로운 틀과 질서를 만들어 내니까요. 그런데 뭔가 허전한 것이, 이것만은 전부가 아닌 것 같습니다.
폭발적이고 열정적인 사랑을 할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웬만한 사람이면 그런 사랑이 금방 식어 버린다는 것도 압니다.
시민광장에 바라는 것이 있습니다. 유티즌들께 바라는 것이 있습니다.
늦가을, 아직 이른 겨울이지만 그 옛날 초가집 작은방 한 가운데 있는 화롯불 같은 은근함을 기대해 봅니다. 처마 밑, 담벼락에 스며드는 따스한 햇살같은 기운을 기대해 봅니다.
몇개월 뒤, 우리는 대구에서 한바탕 떠들석 할 겁니다. 하지만 우리는 5년 뒤를 기약하고 있고, 5년이란 세월이 그렇게 짧은 기간은 아닙니다. 그 긴 시간을 이겨내려면 폭발적인 열정도 필요하겠지만 은근한 정이 더 필요할 수 있습니다.
유시민, 그가 가는 앞길이 비단길이 아니기에 유시민에 대한 유티즌의 마음도, 시민광장의 유티즌들 사이의 마음도 어쩌면, 고운정 보다 미운정이 들 때가 많을지도 모릅니다. 시민광장 대번개, 유시민과 함께 미운정이든 고운정이든 깊은 정을 나눌 수 있는 곳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5년을 기다리며 저는 이렇게 생각해 보겠습니다. 유시민은 정갈한 차림새로 정안수 떠 놓고 대한민국 개조를 기도하는 사람이 아닐거야... 유시민은 위대한 작품을 그릴 수 있는 뛰어난 화가처럼 보여... 그의 화실은 어수선하고, 그의 옷에는 온갖 물감으로 범벅이 되어 있을껄... 하지만 그것은 내가 혹은 우리가 고대하고 있는 작품을 만들어 내기 위함이지... 결코, 그가 청결하지 못해서가 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