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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의원이 말하는 '뺑뺑이 1기생'
요술물감 | 2007-10-27 15:42:16 | 조회 2488 인쇄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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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평준화는 사회혁명이었다

유시민 의원이 말하는 ‘뺑뺑이 1기생’

 

2007 10/30   뉴스메이커 747호

 

                                                                     [소풍 때 친구들과 찍은 사진. 맨 왼쪽이 유시민 의원]           

나는 하교길에 붕어빵을 사먹고 있었다. 그때 그 노점 트랜지스터에서 ‘바로 그 뉴스’가 흘러나왔다. 서울에 이어 대구도 고교 입시 제도를 폐지한다는 것이었다. 나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 소리를 질렀다. 씹고 있던 붕어빵이 튀어나오는 줄도 모르고 말이다.

 

학교가 많이 몰려 있던 대구 신천 근처 하늘은 중학생들이 기쁨에 겨워 던져올린 검정색 모자로 까맣게 뒤덮였다.

 

1974년 3월 막바지 어느 날 어스름 무렵에 있었던 일이다. 나는 33년이 지난 지금도 그 순간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그렇게 나는 ‘뺑뺑이 1기생’이 되었다.

 

입시지옥으로부터의 해방감 만끽

 

내가 초등학교를 졸업하기 두 해 전에 중학교 입시가 폐지되었다. 그래서 초등학교 시절에는 시간만 나면 축구를 하면서 신나게 놀았다. 그래도 당시에는 대구 변두리에 있었던 수성초등학교에서 공부 잘하는 학생이었다. 하지만 대륜중학교에 배정되어 가보니 그게 아니었다. 알파벳도 모르고 들어간 중학교에서 내 성적은 400명 가운데 70등 정도였다. 사립학교나 대학부속 초등학교를 나온 아이들이 상위권을 휩쓸었다. 그때도 사교육과 교육 양극화는 엄연히 존재하고 있었던 것이다.

 

중3이 되었을 때는 겨우 30등 안으로 들어왔다. 가정 형편상 과외는 고사하고 학원 단과반에 등록할 여유도 없었기에 혼자서 열심히 공부했지만 성적이 잘 오르지 않았던 터라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가정 방문을 오신 담임선생님은 어머니에게 10등 정도만 더 올리면 경북고에 턱걸이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런데 그 며칠 후에 고교입시 폐지 뉴스가 나왔다. 내게 그것은 ‘입시지옥으로부터의 해방’을 알리는 복음이었고, 그 해방감은 ‘감격과 환희’를 안겨주었다.

 

나는 ‘뺑뺑이 1기생’으로서 신생학교인 심인고등학교에 배정되었다. 그리고 첫 학기에 머리털 나고 처음으로 ‘전교 1등’이라는 것을 했다. 대구의 내로라하는 명문고 선생님들에게서 영어·수학 그룹과외를 받는 친구들보다 공부를 더 잘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우리 역사상 처음 만들어진 ‘평준화 학교’는 사실 제대로 된 학교가 아니었다. 선생님들은 중상위권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게 강의했다. 공부를 아주 잘하는 학생들은 명문대학 본고사에 대비해 과외와 학원수업을 받았다. 학업 성취도가 떨어지는 학생은 대부분 학교수업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는 학교수업을 따라가기에 바빠서 별 불만이 없었던 나도 이제는 다른 상황에 놓였다. 다 아는 내용을 가르치는 학교수업이 시간 낭비로 느껴졌다. 그래서 수업시간에는 그 과목 참고서를 펴고 혼자 공부했다. 밤에 독서실에서 자습하느라 잠이 부족했기에 수업시간에 참 많이도 잤다. 학교는 불법적으로 특설반을 만들었고, 교육청은 그걸 알고도 눈감아주었다. 선생님들도 학생들도 나름의 마음고생을 한 것이다.


         [유시민 의원이 학창시절 상을 받는 모습] 
‘사교육 번창’ 현상은 평준화와 관계가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것은 평준화 이전에도 있었고 이후에도 있었다. 시장이 커진 것은 국민소득이 증가하고 학부모들의 지불능력이 커졌기 때문이다. 고교입시를 되살리면 사교육 시장은 지금보다 훨씬 더 커질 것이다.

 

강남 논술과외 시장에서 활약하는 어느 후배의 말에 따르면, 서울과 경기도에서 제일 좋다는 외국어고와 과학고 학생들이, 그 학교에 들어가기 전에나 들어간 후에나 변함없이, 고액과외를 제일 많이 받는다고 한다. 학생들이 교실에서 잠을 자는 소위 ‘교실 붕괴’도 전혀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그것은 33년 전 고교평준화가 처음 이루어졌을 때부터 있었으며, 아이들의 다양한 수준을 반영하지 못하는 획일적 강의가 진행되는 학교에서는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현상이다.

 

명문고 학벌은 공정한 경쟁 저해

 

‘뺑뺑이 세대’의 비애를 체험한 것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였다. 과거 소위 ‘일류고교’를 다녔지만 ‘일류대학’에 가지 못한 친구들은 ‘공부 잘한 선배들’에게서 엄청난 냉대를 받았다. 하지만 신생학교나 이른바 ‘따라지 학교’를 나와 ‘일류대학’을 간 친구들은 도움을 받을 만한 선배가 전혀 없었다.

 

모교인 심인고등학교 ‘뺑뺑이 1기’ 가운데 7명이 서울대를 갔는데, 그중 5명이 사회계열이었다. 문과에서 제일 인기 있던 사회계열 신입생 가운데 1%였다. 다음 해에는 무려 22명이 서울대에 합격했다. 내 모교는 그렇게 해서 대구의 ‘신흥 명문고’가 되었다. 하지만 나는 대학생활과 사회활동을 하면서 고교 인맥의 도움을 받은 일이 거의 없었고, 내가 후배들의 든든한 인맥이 되어준 적도 거의 없었다. 정치를 하면서 동문들의 신세를 지기는 했지만, 모교 동문들이 대한민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너무나 작았다.


그런 면에서 고교평준화는 하나의 ‘사회혁명’이었다. 박정희라는 절대권력자의 말이 곧 법이 되는 권위주의 체제가 아니었다면 할 수 없었을 ‘사회혁명’이었다. 대한민국을 지배해왔고 지금도 그 지배력을 일부 유지하고 있는 ‘명문고 학벌’을 해체했기 때문이다. 정부 중앙부처 국장급 이상 고위관료, 대기업의 주요 임원, 언론계와 학계, 법조계의 중견 원로 인사들, 정당과 국회의 거물급 정치인들,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주요한 공공 또는 민간 권력기관의 상층부는 아직도 서울과 지방의 명문고 학벌이 강한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학벌은 합리적 의사 결정을 방해하고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며 정실인사나 부당한 특권 특혜를 만들어내는 정당성 없는 권력이다. 앞으로 10년 정도만 더 지나면 이러한 명문고 학벌은 거의 완전히 사라질 전망이다.

                                                                                                   [오른쪽이 유시민 의원]                 

고교평준화를 폐지하고 명문고를 부활시키는 정책은 평준화가 몰고 온 ‘사회혁명’을 거꾸로 돌리게 될 것이다. 평준화 체제를 비판하는 분들의 뜻을 모르는 바 아니다. 평준화는 ‘수월성 교육’에 부적합한 면이 있다. OECD 회원국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를 비교평가하는 PISA 보고서를 보면, 우리가 뛰어난 재능과 학습의욕을 지닌 아이들을 제대로 키우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부정하기 어렵다.

 

그러나 다시 명문고를 만드는 게 바른 처방은 아니다. 그보다는 평준화 학교 안에 주요 과목을 다양한 수준으로 가르치는 강의를 개설해 학생들 스스로 선택하도록 하는 게 더 나은 대안이다. 선생님들에 대한 보상은 수강생 수에 따라 지급하면 된다.

 

경쟁과 평가 그리고 그에 따른 보상이라는 시장의 원리를 한사코 거부하는 교원단체가 태도를 바꾸기만 한다면 이것이 제일 좋은 해법이 될 수 있다. 지금은 고등학생 딸과 초등학생 아들을 둔 ‘뺑뺑이 1기생’ 아버지의 체험적 결론이다.

 

     

고교평준화, 뺑뺑이, 학벌
덧글쓰기 | 전체글 10건이 등록되어 있습니다
韻微  

저는 뺑뺑이 3기 당시에는 대구유일의 남녀공학에 배정 되었지요.
그학교가 멀리 거슬러 올라가면 박정희의 모교라는...
07-10-27

참사람  

교원들의 밥그릇 지키기 때문에 공교육이 무너진 거지요.
공부잘 가르키고 진정한 스승은 제자들인 학생들이 더 잘 압니다.
지금 처럼 판박이 교육에선 교사의 자질을 따질필요 없이 신간 때우기
수업이 공교육이 무너질수 밖에 없습니다.
중고등의 학점제를 빨리 도입하여 수업 내용의 차별화를 통해 고난이 수업을 이수한
학생은 빨리 졸업시켜 대학에 보내서 인재를 양성해야 합니다.
바로 이런 정책을 수행하려면 교사들의 자질과 자신들이 평가 받는데 대한
두려움으로 부터 벗어나야 합니다.
07-10-27

시민  

전통적 명문고의 위세는 약화됐지만
외고, 과학고라는 신흥 명문고가 새로운 학벌을 형성하고 있다.
외고, 과학고를 가기 위한 사교육 전쟁은 치열하다.

더하여 영어가 사회적 불균형의 주요한 매개가 되고 있다.
명문 영어유치원, 영어학원이 새로운 학력 차이를 만들고 있다.

평준화를 유지하되 학내 수준별 수업이 이뤄져야
평둔화를 막고 사교육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영어공용화를 조속히 실시해서 북유럽 국가처럼 사교육 없이 일상 생활에서
방송 등을 통해 자연스레 영어를 습득할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선진통상국가, 동북아 허브를 위해서도 영어공용화는 필연적이다.

공중파의 이중언어 방송과 인터넷 강의가 대안이 될 수 있다.
EBS 교육방송과 학교 정보화에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
07-10-28

아름공간  

우리가 배워야 할것은 초등학교에서 다 배웠다. 명문고,명문대는 세상을 편히 살기 위한 방편일뿐이지요. 하지만 주위를 돌아보니 그리 편히 사는 사람도 별로 없더군요.
07-10-28

감자호크  

고등학교때 상받는 사진......??
넘 부럽따~!

난 초등학교때 삐라 줏어서 공책 받은게 전분데~...

아자~!
07-10-28

김바리  

그렇다면 교원단체가 문제인데 태도를 바꾸게 할 방법이 무엇이 있을까요?
07-10-29

2명  

교원단체가 문제가 아니라
교원단체도 문제다

학교를 학원운영방식으로 바꾸면 된다.
해결은 쉽다.
그런데 못한다.

인기교사에게 학생이 몰리고, 그러면 받는 돈이 달라지고.
그 교사는 노하우를 절대 공개안하고
교사까리 살벌한 생사걸린 경쟁을 한다.

옆반학생이 싸워도 못본척한다.
그반 사고쳐서 인기교사 짤리도록 놔둔다.
아니다. 이런때를 대비해서 교사경찰을 많이 배치한다.
비인기교사, 무능교사는 월급을 조금 주고 여분의 돈으로 유단자 교사를 채용하면 된다.
07-10-29

겡주 윤선생  

맞습니다.
인간의 다양한 기질과 능력을 국가 라는 획일된 의사속에 가두어 두면 인간부정의 결과가 오고
인간의 근본을 뿌리부터 부정하는 엘리트 교육은 마치
자연을 보호한다 하면서 조경하고 조각하고 직선만 난무하는 아파트문화가 창설되고
산에 고속도로 내는것과 다를바 없다고 생각합니다.

정치 교육 문화 관광 스포츠 외교 환경 등등의 각 분야에 적성과 호기심이 많은 인제들이 우수한 성취를 이룰 수 있는 다양한 기초를 다지는 교육과 사회적 인성을 기르는 인간육성 차원의 고교교육이 절실합니다. 대학도 그러한 다양한 프로그렘을 준비하여 진정한 공부의 요람으로 되어야 하지요
지금은 고교시절에 이미 말라빠진 파뿌리가 되어 대학가서 죽자고 놀아대는 교육입니다.

고교는 유의원님 처럼 축구하고 발산하고 호기심을 증폭시키고 불의와 정의를 구분하여 정의롭게 살아가야할 의지를 심는 과정이 되어야 하고 무엇보다 남과 함께 행복하게 살수 있는 방법을 체험하게 해야하며 학습에 의해 깨닫게 하는 교육 이 되기를 고대 합니다
07-10-29

돌쇠  

유장관님
힘 드시죠
그러나 쿨하신 장관님이시니 툴툴 트시고 건강 챙기십시요.
그리고 사랑 합니다.

화이링.

반론이랄까?아님 비판 좀 하겠심더.
대한민국 개조론에서도 느낀건데요
물론 시장의 원리를 도입하는건 충분히 이해 합니다.
그러나
어떤 제도의 목적,예를 들어 사회보장제도 요양병원,여기서는 교사들의 인기에 따라
성과급 제도
물론 같은 학교내 같은 과목에서 선생님들의 열성이나 역량이 차이 납니다.
그런데 꼭 이들에게 꼭 돈의 차이를 둘 필요가 있을까요?
많은 부작용이 우려 됩니다.
물론 정교하게 하면 그런 일 없겠지요.

평준화 해체 반대한다.좋습니다
그 대안으로
그 방법으로 교육방송이나,방과후 개별 수업 이런식으로 해야지
교사별 무제한 시장 원리를 도입하는것은
또 다른 문제 입니다.

장관님 시장원리 도입을 너무 요새 강조 하는것 아니예요.
지나치다라는 느낌을 가집니다.

무슨 제도를 시행하던 만인에게 만족을 줄 수는 없을 겁니다.
시행착오, 소외된 층이 이을 겁니다.
제도는 완벽하지 않더라도
그 틀내에서 최선을 다하는게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07-10-29

Miss.밀  

저는 섬마을에 사는 데요.
고등학교가 총 4개 있는 데요
중학교 3학년 때 성적별로 갈려서 친구랑 펑펑 울었던 게 생각나요.
초등학교 3학년 때 부터 단짝이었는 데 ...

걔가 간 학교가 좀 공부 안 하는 학교라서 읍에 나오면
어른들이 -그애 말을 빌리자면- 꼴통 취급하는 것 같아서 교복 입고선 읍에 나오기 싫데요.
저희가 만날 곳은 읍 밖에 없는 데 ...

근데 저부터가 어렸을 때 읍에 그 학교 교복 입은 사람들 만나면 괜히 움츠리곤 했었거든요.
저희도 뺑뺑이 했으면 좋겠어요.
학교도 다르고 별로 만나지도 못 하니까 그 친구랑 점점 멀어지는 것 같아요.
9년지기 친구인데 ... 속상합니다
07-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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