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이 던지는 화두
요즘 학생들은 정치에 별 관심이 없다.
확실히 정치보다는 경제의 시대다. 요즘 학생들은 정치에 별 관심이 없다. 정치에 관심이 없으니 정치인도 잘 모른다. 그들이 이름을 아는 정치인은 그야말로 손을 꼽는다. 노무현 대통령과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정도다. 그 다음은 누굴까? 일반화하기는 어렵겠지만 필자가 접한 학생들은 의외로 유시민 의원을 많이 언급했다.
그동안 신문 지상에 워낙 자주 이름이 오르내렸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신문을 거의 안 읽는 요즘 학생들인지라(논술 수업을 들으러 오는 학생들이 이 정도면 다른 학생들은 더 할 것이라고 본다) 그건 아닌 것 같다.
필자가 추측하기로는, 청소년들에게 많이 권장되는 베스트셀러의 저자이고 실제로 그의 책을 학생들이 많이 읽는다는 점이 인지도를 높인 원인이리라.
유시민 의원에 대한 평은 극과 극을 달린다. 좋아하는 사람도 많고 싫어하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좋아하는 사람도, 싫어하는 사람도 인정하는 것이 있다.
논리적으로 말을 참 잘 하고 글도 논리정연하게 참 잘 쓴다는 것이다. 국회의원에 보건복지부 장관까지 지낸 엘리트정치인이지만 그는 자신의 정체성을 지식소매상으로 소개한다.
20년 전에 출판사 편집부장(학민사)을 지냈고 <거꾸로 읽는 세계사>, <내 머리로 생각하는 역사 이야기>, <유시민의 경제학 카페> 등 역사와 경제 분야에서 양질의 입문서를 쓴 자신의 경력 때문이리라.
그런 그가 오랜만에 책을 냈다.
복지부 장관을 그만 두고 한 달도 안 돼 책 한 권을 썼단다. <대한민국 개조론>(돌베개. 2007)이란 제목은 개인주의와 자유를 신봉했던 예전의 모습과 달라 보인다. 한 나라의 장관이 되고 나더니 그는 자신의 정체성을 바꾼 것일까? 그게 아니었다.
그에 따르면 제목을 그렇게 정한 이유는 패러디 정신이었다고 한다. 우익 인사들이 주로 들먹이는 구호가 ‘~개조론’이다. 민족이니 국가니 하는 것들에 대해 그는 여전히 냉소적이었다. 그렇지만 현실 정치에 참여한 후 어쩔 수 없이 실용적인 변화를 포용했다고 한다. 민족성은 바꿀 수 없지만 국가의 성격은 개조할 수 있다는 쪽이다. 물론 주권자인 국민이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단서를 붙인다.
이 책은 입말체, “습니다”체로 되어 있다. 주권을 지닌 국민에게 머리를 조아리고 자신이 국회의원과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일하면서 느꼈던 문제점들을 함께 고민해 달라고 그야말로 통촉하고 있다. 이념 성향에 따라 그가 제기하는 문제들의 해법에 대해 공감하는 독자도 있을 것이고 그렇지 않은 독자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제기하는 문제들이 심각하다는 점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기 어렵지 않을까? 그는 양극화 해소와 사회적 약자 배려, 성장이라는 삼조(三鳥)를 잡으려고 한다. 그는 삼조를 잡기 위해 일석(一石)이 아니라 이석(二石)을 동원한다.
그는 대한민국의 미래가 좌파가 선호하는 복지국가도 아니고 우파가 부르짖는 신자유주의 국가도 아닌 사회 투자 국가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책임성 없는 좌파들의 논리도 거부하고 일관성이 부족한 우파들의 논리도 거부한다. ‘사회투자국가’는 좌파의 목표인 양극화 해소, 사회 정의 실현과 우파의 목표인 국가 경쟁력 확보를 동시에 추구하는 전략이다.
그의 주장은 구체적이면서 상당히 창의적이다.
경제 성장을 이루자는 점에서는 우파와 생각이 같지만 그 혜택이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점에서는 좌파와 생각이 같다. 말이 쉽지만 방법론 찾기가 만만치 않을 것이다. 저자는 국민연금 및 의료급여제도 개선 등 우리 사회 복지제도에 관한 풍부한 자료와 외국의 사례를 예로 들어 충분히 공감할 만한 주장을 펼치고 있다. 구체적이면서 상당히 창의적이라고 느껴지는 주장이 적지 않다.
예를 들면 보건과 개도국 경제개발지원사업을 교육과 연계하자는 주장을 살펴보자. 가난한 국가들은 문제해결능력을 갖춘 지도자를 자체적으로 양성할 수 있어야 그 가난으로부터 탈출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이미 대학이 공급 과잉 상태이고 저 출산 현상 때문에 앞으로 그 추세는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그렇다면 중앙아시아나 서남아시아 나라들의 인재를 데려 와 한국에서 교육할 수는 없는 걸까? 한국말을 배우고 한국 문화를 익힌 그들이 본국으로 돌아가서 지도자로 성장한다면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파트너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는 정치인으로서 소통의 어려움을 겪었다며 국민과 직접 소통하기 위해 책을 썼다고 한다. 제사로 쓴 굴원의 어부사에서 그런 심정을 토로하고 있다. 주류언론과의 긴장은 이 책에서도 드러난다. 본문 중에서도 언론이나 야당에 대한 원색적인 비판이 적지 않다. 유 의원이 비판을 받는 이유는 내용이나 로직보다는 형식, 숨기지 않는 직설 화법에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런 부분들은 건너뛰고 읽는다면 내가 보기에는 ‘88만원 세대’ 못지않게 남는 게 많다. 학생 입장에서는 당장 내 문제처럼 느껴지는 ‘88만원 세대’가 노인이나 환자, 장애인, 입양아 등 사회적 약자의 문제를 주로 다룬 이 책보다 재미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논술을 잘 하려면 우리 문제를 내 문제처럼 고민하고 현재의 문제를 미래에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느냐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무엇이 현재, 우리의 문제냐고? 그래서 이 책을 소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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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 신진상
※ 신진상 선생님은 조동기국어논술 고등부 언어 논술 강사로 활동중입니다. 주요 저서에 <논술 넌 누구냐> <논술이 별거냐> <아이야 독서하자 논술하자> <아빠가 들려주는 교양> <신쌤의 통합논술 완전정복> 이 있습니다. 인터파크 통합논술 경시대회 출제 및 심사위원장을 맡았습니다. |